게시판
동문 문화예술
추억에 강냉이 죽
페이지 정보
본문
추억에 강냉이 죽
밥에 종류는 그리 많지 않지만 죽의 종류는 진짜 많은 것으로 인식된다.
밥은 찰밥, 콩밥, 보리밥, 수수밥, 조밥, 팥밥, 감자밥, 곤드레밥 정도로 알려지고 있는 반면 죽은 어떤 재료를 쓰느냐에 따라 무수히 많게 분화됨을 볼 수 있다.
뭐니뭐니 해도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죽은 역시 팥죽이 아닐까 싶다.
죽의 원 재료는 쌀이지만 그 부속재료를 무엇을 사용하느냐에 따라 죽의 종류는 엄청나게 많은 종류로 분화될 여력이 있다고 본다.
밥은 짓는다고 하지만 죽은 쑨다고 표현한다.
밥이나 죽이나 곡물을 가지고 만드는 것은 같은데 어느 것은 짓고 또 어느 것은 쑨다고 표현하는 것 자체가 특이하다고 볼 수 있다.
우리의 일상사 언어 중에서 일이 제대로 안 되었을 때를 죽 쑤었다는 표현을 하는 걸 봐서 죽은 밥의 아류 정도로 인식되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또 재미있는 표현은 “죽도 밥도 아닌 것이” 라는 말이 있다.
밥이면 밥, 죽이면 죽이 되어야 하는데 중간에 어중쭝한 상태를 일컫는 말로 뭣이든 확실한 정체성을 밝히라는 이야긴지도 모른다.
죽이란 음식이 우리나라에서 발달한 이유가 많이 있겠지만 그 중에서 단연 많은 사람들로부터 공감을 가지는 부분은 가난에서 왔다고 본다.
좁은 한반도에 인간은 많고 식량을 생산할 수 있는 농토는 좁은 곳에서 먹거리를 충당해 낼 재간이 없었다고 본다.
많은 인구가 배를 덜 곯게 하기 위한 방편으로 발달한 음식이 죽이라는 것이다.
한정된 곡류에 물을 부으면 부을수록 량이 많아지는 관계로 역가는 떨어질지 모르지만 임시방편의 배는 채울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죽을 먹는다는 것은 아주 어린 아이들이 엄마 젖 부족 시 미음을 먹는 데서부터 출발하는지도 모른다.
지금처럼 분유니 이유식이니 하는 그런 것이 없던 지난 시절에 죽으로 연명하면서 어린 시절을 보낸 경우가 많았을 것이다.
죽이 어린 생명을 구해내는 기본 음식이었던 것이다.
또한 환자식 중에서 소화력이 약화된 사람에게 제공되는 음식이 바로 죽일 것이다.
인스턴트 죽은 어떤가.
죽을 만드는 재료가 좋아서 이런 인스턴트 죽이 발달한 게 아니라 죽을 담을 용기가 다양화되다보니 더 활성화 된 것 같다.
소비자의 기호도도 다양화 되다보니 가볍게 한 끼를 때울 수 있는 음식으로 진화하는데 많은 역할을 했다고 본다.
간편성과 다양성을 무기로 인스턴트 죽 시장을 점점 커지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요즘 세상에는 죽을 그냥 하나의 식사로 때우는 경우도 종종 있다.
죽 전문 식당이 있을 정도이고 그 식당에서 준비된 죽의 종류도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은 세상에 살고 있다.
죽을 일류상품으로 개발하여 많은 사람들에게 제공하는 형태의 식당인 것이다.
예전에 전통시장에서 판매하는 팥죽의 영역을 넘어서 없는 게 없을 정도의 다양한 죽을 선보이고 있다.
게다가 한 술 더 떠 기능성 효과가 있는 죽을 개발하여 건강증진에도 효과가 있는 상품이 제공되기도 한다.
그렇지만 죽의 원초적 추억은 그리 아름답지만은 아닌 게 틀림없다고 본다.
초근목피로 연명하던 시절에 할 수 없이 호구지책으로 이용되었던 음식인 것이다.
물론 죽 덕분에 우리 민족이 지금까지 이어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해 본다.
요즘 코로나19로 인하여 사회 각 곳에서 예전에 경험치 못한 새로운 세계를 가고 있다.
그 중에 하나가 학교가 3월이 다 지나가는데도 입학과 개학을 하지 못하고 있다.
언젠가는 입학과 개학을 해야 하리라 보는데 이로 인하여 발생되는 문제점을 교육당국에서는 철저하게 찾아서 미연에 방지하도록 노력하고 있다.
공부야 교실에서 가르치면 되지만 아이들의 점심을 어떻게 제공할 것인가가 관계자들이 고민해야 할 사항 같다.
지금처럼 많은 학생들이 단시간에 점심을 먹어야 하는 구조에서는 사회적인 거리를 두기가 매우 어렵게 된다.
이것을 해소하기 위하여 시차를 두고 배식하는 방법, 임시 칸막이를 하여 옆 아이와 거리를 두는 방법, 마주 앉아 먹지 않고 일렬로 앉아서 먹는 방법 등 다양한 묘책이 대두되고 있다.
많은 안이 고안되고 있는데 그 중에서 현실화 시키고자 하는 안이 ‘간편식’이다
이 간편식은 우리가 일상에서 바쁜 시간대에 때울 수 있는 햄버그나 샌드위치, 빵이나 우유 등으로 인식되는데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면 학교현장에서 제공하고자 하는 간편식을 생각보다 훨씬 더 럭셔리한 형태의 간편식으로 구상하고 있는 것 같았다.
우리가 먹는 식사 중 가장 간편하게 먹어 본 게 무엇이었는가를 생각하면 금방 답이 나오리라 본다.
비행기에서 먹는 기내식 형태로 개발하여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잘은 모르지만 개학이 되고 난 뒤 일정기간에 학생들은 비행기 기내식 형태의 음식을 제공받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어간다.
좀 특이하고 재미있는 발상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러고 보니 1960년대 중반에도 학교에서 급식이 있었던 기억이 난다.
지금처럼 제대로 된 구내식당이 있었던 것도 아님을 물론 밥, 국, 반찬 등이 제대로 나오는 그런 것은 더더욱 아니었다.
당시에는 워낙 가난한 터이라 도시락을 싸 올 수 없는 아이들이 너무 많았다는 것이다.
해서 미국에서 원조를 해 준 옥수수가루를 가지고 죽을 쑤어서 배곯는 아이들에게 연명식으로 먹였다.
학교 내에 내걸이 식으로 가마솥을 걸어 놓고 점심때가 되면 학부모들이 돌아가면서 강냉이 죽을 쒀서 아이들에게 한 국자씩 퍼 주었던 기억이 난다.
당시에 그 죽을 먹었던 친구들은 이 세상에서 가장 맛있었던 죽이 그 당시에 먹었던 경우라 이구동성으로 이야기한다.
도시락을 싸 올 정도의 여력이 있는 아이들은 강냉이 죽과 바꿔 먹을 정도로 인기가 있었던 경우도 있었다.
많은 죽을 쑤다보면 눌어서 단내가 나는 경우도 종종 있었던 기억이 떠 오른다.
그런 맛을 다시 느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지만 이제는 다 틀린 것 같다.
이유는 그런 분위기를 도저히 만들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강냉이 죽으로 얻은 교훈이랄까, 지금처럼 생각한다면 부실하기 그지없는 음식을 먹는다고 건강이 망가진다거나 죽는 일은 없었다는 것이다.
요즘 학교에서 옥수수 죽에 소금만 살짝 넣어서 아이들에게 한 국자씩 퍼 준다면 대부분의 학부모들은 아마 거품을 무리라 본다.
멀쩡한 애들 학교에서 다 굶겨 죽인다고.
- 이전글만파식적(萬波息笛) 20.03.24
- 다음글신숭겸장군 묘소를 다녀오다. 20.03.2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