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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고추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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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조규전 작성일 2018-02-21 09:12 댓글 0건 조회 854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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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에게 고추란?




   사연이 있으면 그 속에는 애환이 담겨있게 마련인가보다
. 우리나라 사람들이 즐겨먹는 고추만큼 사연 많은 농작물은 아마 없을 것이다. 우리가 애용하는 먹거리에도 사연이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의 일상생활과 궤를 같이 했다고 보면 될 것이다. 허구 많은 농산물 중에서 유독 고추가 왜 이리 많은 사람들에게 사연을 주고 있는지 그 속내를 들여다보자.

 

   고추는 원래 우리나라 태생의 채소는 아닌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원산지는 남미 쪽인데 우리에게 첫 선을 보인 것은 조선시대 중엽이라고 알려진다. 그 이전에는 고추라는 식물이 우리나라에는 없었다는 것이다. 외국에서 들여온 식물이 이렇게 우리 민족과 매치가 잘 되리라고는 상상을 못 했을 것이다. 요즘으로 말하면 부록코리 이상으로 각광을 받은 채소라 보며 될 것이다.

고추가 우리 인체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은 요인으로는 비타민의 제공에 있을 것이다. 물론 향신료로서 맛과 향을 높여주는 채소로서의 역할도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라 본다. 과거에는 주로 김치의 부 재료로서 많이 이용되었으나 지금은 셀러드 용으로 더 많이 활용되고 있다. 우리나라 식탁에 빠져서는 안 될 양념채소로서 마늘과 함께 고추가 차지하는 비율은 상당히 크다고 본다.

 

   고추가 많이 생산되는 곳은 그 지역의 문화로서 역할을 하고 있는 사례도 있다. 고추의 특징이 매운 맛인 고로 이 매움의 절정을 이루는 고추 품종이 청양고추로 인식되고 있다. 실제로 이렇게 매운 품종이 과거부터 청양에서 자생을 하고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매운맛의 대명사가 된 품종이 청양고추인 것이다. 실제 우리가 먹는 청양고추의 품종은 일반 종묘사에서 매운 맛을 최대한 낼 수 있는 유전자를 집어 넣어서 만든 인위적인 품종이다. 하지만 이 품종의 명칭은 하나같이 청양이라는 이름을 집어 넣고 있다.

 

   이렇다 보니 청양지방에는 자연스럽게 고추농사가 발달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농산물의 지리적 산지를 그 지명을 딴 지라 자연스럽게 청양지방이 매운 고추의 대명사로 자리매김 된 것이다. 일부러 PR을 해도 명성을 얻기 어려운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그 지명을 통하여 매운 고추의 주산지를 알릴 수 있는 좋은 조건을 갖춘 곳이다. 강릉에서 생산된 매운 고추와 청양에서 생산된 매운 고추가 대규모 소비지에서 맞짱을 떴다면 어떤 곳에서 생산한 것이 더 잘 팔릴 것인가에 대해서는 물어볼 필요조차 없지 않을까 싶다.

 

   강원도에도 일류 고추가 생산되던 곳이 있었다. 그 곳에 고추는 강원도에 어디에 가도 품질을 인정받았던 시절이 있었다. 이름하여 대화초인 것이다. 장평에서 평창으로 가는 골짜기의 중간쯤에 펼쳐진 평지에 대화라는 마을이 있다. 옛날부터 여기서 생산된 고추는 강원도 어디에 내 놓아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품질 좋은 고추가 생산되었다고 한다. 그러던 대화초가 지금은 명맥만 겨우 이어가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금은 예전처럼 재래식으로 고추재배를 하지 않는 관계로 생산량이나 품질 등에서 타 지역과 경쟁이 되지 않음으로서 자연스럽게 쇠퇴한 것인지는 모르지만 옛 명성이 사라지는 모습에서 안타까움도 읽을 수 있었다. 대화지방에 고추의 명맥이 흐려지는 결정적인 이유 중 하나가 고추보다 더 재미있는 농사가 있어서 상대적으로 위축이 된 면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대화초도 일류의 품질을 만들 수 있는 기술만 확보된다면 옛날의 명성을 되살릴 수 도 있을 것이다.

 

   강원도에 고추 비스무리한 채소재배로 재미를 보는 곳이 또 한군데 있다. 일기예보에서 늘상 가장 추운 곳으로 지목되는 지역이 철원인 것이다. 이 철원은 오대미생산지로서 전국에 명성을 날리고 있는 곳이다. 그 오대미 보다는 조금 못할는지 모르지만 그쪽에서 생산되는 파프리카가 일을 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철원지방에 가면 대규모 비닐하우스 단지가 보이는데 그 속에서 자라는 식물의 대부분은 파프리카인 것이다. 이 식물의 재배적지로 각광을 받는 철원은 이 식물로 인하여 신흥 농업 부자들이 많이 배출된다고 한다.

 

   고추는 생각보다 훨씬 잔손질이 많이 가는 채소 중 하나다. 잔손질이 많이 가는 대상 중 하나가 봄에 잘 크다가 장마가 지면서 이상한 방향으로 가기 시작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탄저병으로 이 병에 걸리면 검은 동심원이 커지면서 고추의 형태가 매련없이 불량해 지는 병이다. 그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이 병에 내성을 가지는 품종을 만들고는 있으나 한계가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아무리 잘 가꾼다 하여도 이 병마가 한 번 휩쓸고 가면 패농의 경지까지 가야하는 불상사가 생긴다. 이것을 방지할 수 있는 방법 중 차선책은 비가림 재배가 있는데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 시설을 도입해야 함으로 생산비가 가중된다는 단점이 발생되고 있다.

 

    인건비, 자재비, 생산 리스크 등이 높아짐으로 인하여 고추의 가격은 계속 올라가게 되어 있다. 거기에다 기상조건이 좋지 않으면 더더욱 가격이 올라가 소비자들이 힘들게 되는 구조로 되어 있다. 다행인 것은 이 고추가 미국이나 남미 등 대규모로 농사를 짓는 사람들이 다량생산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들이 밀이나 보리처럼 대량생산을 할 수 있다면 우리의 고추농사는 벌써 망했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의 문화와 비슷한 중국에서 이것을 재배하여 한국에 엄청나게 수출을 한다는 것이다. 좋은 품질의 고추를 수출한다면 모르겠으나 2, 3류급의 고추를 빻아서 가루로 만든 다음 착색제를 넣은 것을 우리에게 판매한다는 것이다. 물론 검역을 철저하게 하겠지만 그 많은 량을 전수 조사한다는 것은 한계가 있으리라 본다. 이러다 보니 고추에 대한 불신이 커 질 수 밖에 없는 구조로 나가고 있는 것이다. 무공해 청정 고추를 대량생산만 할 수 있다면 고추농사에서 얻어지는 수익도 짭짤하리라 본다.

 

   이 세계에서 매운 고추 품종 개발이 가장 잘 된 나라가 우리나라로 알려지고 있다. 고춧가루용 고추의 품종은 가히 세계적인 것이다. 문제는 고춧가루를 먹는 사람들이 우리나라를 제외하고는 많지 않다는데 있는 것이다. 파프리카나 피망 같은 품종은 우리가 유난히 약한 단점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실제적으로 육종을 통하여 돈을 벌기 위해서는 고춧가루용 고추보다는 생식용 고추에 역점이 맞추어 져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맹점을 우리가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작은 고추가 맵다고 했것다. 이 문장을 다른 말로 표현한다면 키 큰놈(?)치고 싱겁지 않은 자 없다는 말이 오버렙 시킬 수 도 있을 것이다. 왜 작은 고추가 맵다는 것을 강조한 것일까에 대해서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실제로 고추의 세계를 가보면 굵고 큰 고추는 대부분 밋밋한 맛과 함께 야들야들한 식감을 가지고 있는 것이 대부분이다. 이런 고추의 세계를 인간의 이성세계에 접목을 시킨 것이 작은 고추가 맵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작은 고추가 맵다는 것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가 우리에게 많은 아픔을 주었던 중국에 모택동이 아닐까 싶다. 모두 다 그렇지는 않겠지만 특별하게 당찬 모습을 보여주는 사람들을 작은 고추에서 나타나는 매운 맛에 비유해서 표현한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고추의 매운 맛을 내는 성분은 캡사이신이라 한다. 이 성분은 눈이나 피부에 닿으면 엄청난 자극을 주게 된다. 이를 이용하여 데모 방지용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최루가스의 원료로도 사용이 되고 있는데 그 가스의 원료는 천연고추에서 빼 내는 것이 아니라 인공적으로 합성된 것이라고 한다. 고추 특유의 성분은 맛을 내는데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나 이것을 인간의 행동을 위축시키는데 사용된다는 것에서 비애를 느끼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고추가 도입되면서 우리나라 식생활 문화뿐만 아니라 정서적인 문화에서도 큰 변화를 가져오게 된다. 대표적인 상징적 고추문화는 우리나라에 뿌리 깊게 내려온 남아선호 사상과 맥을 같이 하지 않았나 싶다. 남아의 상징을 고추에 견주었던 것이다. 지금은 아이를 병원에서 낳는 관계로 이런 모습을 볼 수 없었지만 예전에 집에서 애를 낳을 당시에는 출산한 집의 대문에는 금줄을 쳐 놓았다. 머슴애를 낳은 집은 영락없이 왼새끼에 숱과 솔가지와 고추를 달아 놓았던 것을 본 기억이 난다. 지금 이런 이야기에 수긍을 가지자면 오십대는 넘어야 고개가 끄덕거려 질 것이다.

 

   고추가 우리나라에 도입된 것은 조선시대이지만 이것이 우리나라 음식문화나 상징적인 문화에 끼친 영향은 지대하다고 본다. 다양한 고추의 품종이 나오며서 우리네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고 본다. 김치에 없어서는 안 될 향신료로서, 색깔을 곱게 내 주는 착색료로서, 건강을 증진시켜주는 보건적 기능을 가진 채소로서 이보다 더 각광을 받는 채소는 없다고 본다. 고추만이 나타낼 수 있는 성질로 인하여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는 것이다. 맵다고 아우성치면서도 한쪽에서는 시원하다고 이야기하는 이율배반적인 맛의 마술사인 고추야말로 우리 민족의 식탁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채소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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