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섣달그믐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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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조규전 작성일 2017-12-31 18:10 댓글 1건 조회 1,104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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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섣달그믐 날


   오늘은 양력으로 섣달그믐날이다. 섣달그믐의 어원은 음력으로 그 해 마지막 날을 의미하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과거처럼 음력을 많이 사용하지 않기에 오히려 양력의 마지막 날이 더 의미가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그믐이 더 실감나는 것은 음력에서 마지막 날이기도 하지만 그 그믐을 직접 볼 수 있는 그믐달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도 생각해 본다. 상상의 세계보다 현상을 볼 수 있는 세계가 더 실감나는 것이 현실일 것이다.

 

   우리가 과거에 주로 사용했던 음력의 세계를 기준으로 살았어도 일상적인 삶에는 큰 지장이 없었다고 본다. 농경시대에는 음력이 오히려 더 현실성 있었다고 인간적이었으리라 본다. 달을 기준으로 날을 계산했기 때문에 날짜를 모른다 하여도 밤에 달만 쳐다봐도 며칠이라는 것 쯤을 얼추 짐작을 할 수 있었다고 본다. 이렇다 보니 일상생활에서 날짜나 세월 가는 것도 달을 기준으로 하면 별 불편함 없이 지낼 수 있었다는 것이다.

 

   또한 계절의 변화도 음력에다 기준을 세워놓고 거기에 맞는 각종 풍속이나 축제의 날을 정해놓았기 때문에 음력은 그야말로 인간의 오감을 충분히 수용할 수 있는 좋은 제도였다. 절기나 명절의 표현도 정월초하루를 시작으로 섣달그믐까지 시와 때를 적절히 안배하여 어느 철에도 그 철에 걸맞은 농사일이나 축제를 할 수 있도록 정착을 시켜 놓았던 것이다. 절기와 인간의 생활, 그리고 달의 모습이 삼위일체가 되던 시절이었다. 시와 때에 대해서 이론의 여지가 없던 시절이었다.

 

   양력이 도입되면서 음력과의 갭이 발생되기 시작한다. 양력이 아무리 현실에 맞다 하여도 옛날의 향수를 고집하던 사람들은 음력에 대한 애착을 누그러뜨리기에는 역부족이 있었을 것이다. 양력이 처음 우리나라에 소개되었을 당시에 양 음력으로 인한 인간적인 갈등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컸으리라 본다. 지금도 그 흔적이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설을 언제 쇠는 것이 타당할 것인가에 대해서 많은 사람들의 의견이 분분한 것으로 알고 있다. 한때는 이중과세라 하여 무조건 양력으로 설 쇠기를 강압하였던 시절도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설이라는 것이 우리의 전통이고 보면 윽발질러 설날을 변경시킨다는 것도 한계가 있었는지라 지금을 하이브리드 식으로 양력을 쇠고 싶은 사람은 양력으로 음력으로 쇠고 싶은 사람은 음력으로 그렇지도 이렇지도 않은 사람은 안 쇠면 그만인 세상에 와 있다고 본다.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워낙 바쁜생활을 하다 보니 초하루니 그믐이니 하는 것을 생각할 겨를 없이 며칠, 무슨 요일을 중심으로만 생각하고 살아가고 있다고 본다. 날짜에 대한 정감이 점점 멀어지면서 기계적이고 물리적인 시간만 체크하면서 살아가게 된다. 예전에 사용했던 시간개념의 아름다운 언어가 점점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몇 천 년을 이어왔던 언어는 우리의 귀중한 문화임에도 불구하고 사용하는 사람이 적어지면서 망각의 강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기성세대는 그래도 그런 언어에 정감을 느끼지만 젊은 세대는 그런 언어가 있는지도 모르고 지나가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리라 본다. 많이 아쉬운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이 대목에서 갑자기 사대 강이 불현 듯 떠오른다. 몇 억년동안 자연스럽게 만들어졌던 강을 어느 한 인간이 되지도 않은 논리로 강바닥을 파 뒹겨 엉망으로 만들어 놓은 현실이 오버렙된다.

 

   섣달그믐날이 왜 화자가 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서는 우리 스스로가 채근을 해보면 금방 알 수 있을 것이다. 정월초하루가 엊그제 같았었는데 돌아서니 섣달그믐이 되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부지기수일 것이다. 1년이란 세월 흐른 후 평상시에 느끼지 못했던 허무함과 공허함이 한꺼번에 밀려올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인간이 가지는 심리적 갭을 채울 수 없는 상황을 가장 크게 맛 볼 수 있는 날이라는 것이다.

 

   마지막이란 어감은 왠지 우리를 우울하고 서글프고 허무하게 만드는지도 모른다. 마지막 전날까지 모든 일들이 주마등처럼 떠오르면서 반성도하고 한탄도 하고 아쉬움을 되새기는 시간을 갖게 된다. 이런 일들이 없이 한 해를 마무리한다는 것은 년 초에 그럴싸한 계획이 없었거나 무의미하게 삶을 영위하는 부류의 사람들이 아닐까 생각된다. 적어도 삶의 의미를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는 방향으로 핸들을 트는 것이 더 인간적인 맛을 느끼지 않을까 생각된다.

 

   올해의 마지막 해가 넘어가는 모습을 보지 않았다. 보지 않아도 한 해가 어떻게 넘어가는지는 얼추 짐작을 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넘어가는 해에 대해서 큰 미련이 없거나 무의미한 한해를 보내면서 마지막 태양을 볼 면목이 없어서인지도 모른다. 싫던 좋던 한 해가 지나가고 있다. 오늘의 태양과 내일의 태양은 물리적으로는 똑 같지만 심리적으로 접하는 과정은 하늘과 땅 차이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어떻게 생각하느냐가 중요한 것이다. 한 해를 보내면서 만감이 교차되는 이 시점이 어찌 '시월의 마지막 밤' 보다 더 조용하게 보내야 하는지 이해하기 힘든 장면이 아닐까 생각된다. 의미를 자꾸 찾다보면 더 나은 의미가 또 찾아올지도 모른다.

 


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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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병호님의 댓글

공병호 작성일

일부 사람들은 24절기가 음력으로 되어있는줄로 알고있다 하지만 절기는 양력으로 되어있다.
4계절의 범위도 봄이 어느달에서 부터 시작되는지를 명확히 아는 사람이 드물다 봄의 시작은
입춘이라는 절기에서 부터 시작된다 윤달이 든 헤를 제외하고는 보통 음력 1월달에 입춘이 있다
그러니 봄은 음력으로 1,2,3,월이 봄이요 4,5,6 이 여름 7,8,9 가 가을 10 ,11.12월이 겨울인 것이다
이를 양력으로 계산 해보면 음력이 한 달 정도 늦으니 한 달만 + 하면된다
중추절의 의미도 초추 ,중추 , 말추로 구분하여 8월 15일의 명절이나 중추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