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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에서 길을 묻다 79 - ‘레밍과 담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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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모 지자체 도의원의 ‘레밍’발언이 나라를 온통 들쑤셔놓았던 적이 있었습니다. 국민적 공분을 사기에 충분했던 발언이었습니다.
레밍은 북아메리카와 유라시아의 툰드라 지역에 주로 서식하는 설치류로 흔히들 ‘나그네쥐’라고도 부릅니다. 이 레밍은 집단으로 이동을 하는데 그 중 노르웨이 레밍의 경우 맹목적으로 선두를 따라 달리다가 집단으로 수십길 낭떠러지에 떨어져 죽는 일이 비일비재합니다. 우두머리 쥐를 따라 무조건 달리는 습성 때문에 사람들의 맹목적인 집단행동을 종종 레밍을 빗대어 인용합니다.
반면 담쟁이는 우리가 도저히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여겨지는 곳을 끝없는 인내심으로 타고 올라 가파른 고지를 점령합니다. 고지뿐만 아니라 두터운 벽을 온통 푸르게 물들입니다. 시인 도종환은 담쟁이를 이렇게 시로 표현하였습니다.
저것은 벽/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그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물 한 방울 없고,/ 씨앗 한 톨 살아남을 수 없는/ 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담쟁이 잎 하나는 /담쟁이 잎 수천 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
세상에는 맹목적으로 지도자를 따라 가다가 함께 절벽 아래로 떨어져 죽는 레밍의 삶이 있는가 하면, 칠팔월 불볕더위에 담장을 기어올라 담장벽을 온통 진녹색으로 물들여 사람들에게 운치와 위로와 감동을 주는 담쟁이의 삶이 있습니다.
어느 삶을 닮을 지는 독자의 판단입니다만, 담쟁이 하면 세계적으로 일본 동경대학교의 담쟁이를 가장 먼저 손꼽습니다. 이때쯤이면 대학캠퍼스의 백년을 넘긴 고색창연한 붉은 벽돌건물을 온통 녹색으로 뒤덮었던 담쟁이 넝쿨이 떠올라 눈을 감고 그 시절로 돌아가 보는 여름 한나절입니다.
담쟁이를 흉내 내던 푸른 시절이 있었습니다. 아 ~ 맑은 영혼과 한여름 벽을 타고 오르던 뜨겁던 열정과 9월의 하늘처럼 티 없이 푸르렀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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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어단파파님의 댓글
어단파파 작성일
타산지석(他山之石) 반면교사(反面敎師)입니다.
경우가 좀 다르겠지만 먹거리에 특히 과민한 우리들이
요즘의 "살충제 달걀" 소동을 보면서
광우병때처럼 호들갑 레밍에 편승한 건 아닌지..
살충제 안쓰는 농민 얼마나 될까?ㅎ
에이포님의 댓글
에이포 작성일
이야기가 정치적인 편향으로 마무리될 것 같아 엉뚱한 곳으로 말머리를 돌렸습니다만
이번 달걀 파동에 대한 제 개인적인 소견으로는 동물복지가 답인듯 합니다.
인간의 생존을 위한 희생물이 될땐 되더라도 살아있는 동안은 삶다운 삶을 살아 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