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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각 그 어림없는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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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8월 8일 - 오늘은
故, 청정심/권순희 시인 9주기
그대의 열정은 일삭(一朔)으로 마감했지만
나의 기억은 9년이 지난 오늘도 그 무게 여전하오니
임의 정신과 의지를 사랑했거나 존경했던 사람들을 어디로 떠났을 까요
임의 흔적을 볼만한 곳이 없습니다.
모진 것이 인심이지 싶습니다.
하지만
나만은 임의 우주로 남겠습니다.
빛과 그림자로 남겠습니다.
하얀 눈 펑펑 내리는 날에도 뻐꾸기 앞산에서 우는 날에도
한여름 장대비에 젖는 먼산을 바라보며 임을 기억해 내겠습니다.
이 여름 지나면 곧 가을 오겠지요
그리고 낙엽이 지겎지요
내 가슴 깊은 곳에 쌓여있는 서글픈 상처처럼
그렇게 쌓이겠지요
너로부터 벗어나야할 이유 없다
네 안에서 자유로운 나(我)임을 나는 안다
사랑이란 너로부터 벗어나는 것이 아니라
네 안에 길이남아
너와 더불어 누리는 자유로움이다
너는 나의 우주이며 나는 그대의 우주이다
너는 나의 빛과 그림자였듯 나 또한
너의 빛과 그림자다.
우주는 너와 나를 구속하는 감옥이 아니다
참으로 오묘하고 아름다운 공간이다
만남의 기쁨도
함께 하는 행복도
이별의 슬픔도
그 무엇도 부족할 것 없는
자유로 충만한 곳이다
그리하여
너로부터 이탈할 수 없는 나임을 나는 아나니
망각(忘却)
그것은 어림없는 허튼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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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어단파파님의 댓글
어단파파 작성일
망각의 알을 깨고나온
열롱한 구슬이
또르르~
소리를 내며 구르기에
찾아봤더니
아~
아람문학 창간/ 초대회장/시인 권순희
"하늘로 보내는 어느날 편지"
한번 더 읊습니다.ㅎ
김윤기님의 댓글의 댓글
김윤기 작성일
감사합니다.
총각 때 죽은 어린애도 묻어봤고 지병을 이기지 못하고 죽어가던 처녀의 임종도 지켜 보았고
노인의 행여도 메어봤지요
그리고 유언같은 마지막 통화를 저에게 남기고 저승으로 간 중년의 한 여인도 있었지요
타고난 운명이 그렇거니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