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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에서 길을 묻다 75 - ‘기차표 검정고무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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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우리가 신었던 신발은 검정고무신이었습니다.
등굣길, 제무시(GMC) 뒷 꽁무니에 매달렸다가 훌러덩 벗겨져 찾으러 갔었지만 빈손으로 돌아온 날 지각하는 바람에 선생님에게 종아리 얻어맞고, 맨발로 들어선 집에서는 어머이에게 쒼~나게 빗자루고 엉덩이를 얻어맞았었지요.
아카시아꽃 시나브로 흩날리고 라일락 향기 그윽하던 교정의 오뉴월 땡볕아래 한 시간이 넘도록 훈시를 하던 교장선생님이 지겨워 고개를 떨구면 코끝이 보이던 땀 배인 기차표 검정고무신. 이제는 그 교장선생님의 이름도 어사무사하기만 합니다.
쏟아질 듯 밤하늘을 수놓던 은하수 그 강물아래서도, 다알리아 꽃잎 핏빛보다 붉던 날에도, 선택의 여지가 없이 우리가 신어야 햇던 신발은 기차표 검정고무신이었습니다.
들판을 넘어 청밀밭 이랑사이를 따라 넘실거리던 푸른 바람과 종달새, 송사리며 꺽지며 쉬리를 잡던 맑은 시냇가, 느티나무 숲 위를 흐르던 흰 구름, 검정고무신으로 모래사장위에서 기차놀이를 하던 천진하기만 하던 악동들은 하나 둘 자취를 감추어갑니다. 아~ 치열하고 고단했던 육십년 우리들 삶의 여정 시작점, 그때 신었던 신발이 기차표 검정고무신이었습니다.
그 기차표 검정고무신 신고 그대와 미루나무 가없이 늘어섰던 신작로를 따라 한없이 걷고 싶지만 그대도 검정 고무신도 그 길도 사라지고 없습니다. 어느 새 내가 좋아하는 줄도 모르던 참 눈치 없던 소녀는 외손주를 봐서 할머니가 되었고, 너무 개구저서 언제 철드나 싶던 친구는 곧 할애비가 된다합니다.
출장길에 고속도로 휴게소 한 켠에 볼거리로 만들어놓은 설치물 뜨락에서 기차표 검정고무신을 발견하고, 잠시 유년의 뜰에 서서 상념에 젖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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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어단파파님의 댓글
어단파파 작성일
검정고무신~!!
국민학교 2학년 때 6.25사변이 났습니다.
그럭저럭 복교하지 않고 서당엘 다녔습니다.
그 바람에 한 해 꿀었지만..
함께 다니던 친구와 어우닥질을 치다가 그만
그 친구의 검정고무신이 찢어졌습니다.
아이가 그 신발을 가슴에 안고 엉엉 울었습니다.
"울 엄마가 사준 건데~울 어멍이가 사준 건데~"
그 아이는 엄마와 단 둘이서 살았습니다.
그 친구에게 내 신발을 벗어 주면서 말했습니다.
"내 고무신도 네 것 만큼 찢어줘.."
아이 둘은 서로안고 "엉엉" 같이 울었습니다.ㅎ
김윤기님의 댓글
김윤기 작성일
건정고무신 - 질긴 사랑 같은 것, 혹은 찢어지면 가슴까지 찢어지는 것
세월 갈때 가난도 가고 슬픔도 갔지만 세월따라 못따라간 추억은 검정고무신 보다 더 질긴 것 같습니다.
첫사랑이란 핑계로 늦바람나면 클나요ㅎㅎ
에이포님의 댓글
에이포 작성일
어단파파님. 대선배님을 이렇게 불러 드려도 괜찮은지 모르겠습니다.
궁굼하긴 했지만 이처럼 대 선배님인 줄은 상상도 못했습니다.
그리고 이처럼 가슴 찡한 댓글은 난생 처음입니다. 감사드립니다.
아주 사소한 일에도 크게 감동하고 고마워하는 이들을 보면 나도 그리해야지 하지만 그게 잘 안되는데
김윤기 선배님, 좋은 작품을 늘 대하면서도 댓글 한줄도 못드리고 찾아뵙지도 못해서 그저 죄송할 뿐입니다. 앞으로고 격려의 말씀과 좋은 작품을 기대하면서 무더위 잘 이겨내시고 늘 건강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