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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에서 길을 묻다 73 - '맛있는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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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구의 S농가맛집 유기농시래기백반(일만원)>
“당신하고 살다가 보니 다 마음에 안 드는데 밥상 받고 투정안하고 먹어 주는 거 이거 한 가지는 내 높이 산다“ 평생을 두고 아내에게 들은 유일무이한 칭찬입니다.
그 외의 남편으로서의 역할이나 소소한 행위들(?)은 별로였던 모양입니다.
저는 밥투정 반찬투정을 해본 기억이 별로 없습니다.
썩 좋은 식성은 아니지만 아내가 해주면 해주는 대로 군말 없이 먹습니다.
한술 더 떠서 귀찮아하든 말든 밥은 가급적 집에서 해결하려고 합니다.
그렇다고 아내가 훌륭한 요리사나 영양사도 아니고 남편을 위한답시고 정성을 다해 요것 저것 챙겨 차려주는 것도 아닙니다.
그런 필자가 요즈음 외식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새로운 관점에서 싸고 청결하며 맛있는 요리에 눈을 떠가기 시작한 것입니다.
출장길에는 거의 출장지에서 가장 맛있게 요리를 하는 소문난 집을 찾고 주말에는 아예 맛집을 찾아 여행을 떠나기도 합니다.
좋은 집에서 살기위해서는 거액의 재투자가 필요합니다. 섬유강국인 우리나라에서 산 옷들은 품질과 디자인면에서 외국 어디에 내놔도 밀리지 않습니다. 때문에 꼭 비싸고 좋은 옷을 꼭 입어야 할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음식은 다릅니다. 그것은 건강과 직결되어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즐기는데 많은 비용을 필요로 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전 세계를 다니며 요리를 맛볼 호사는 누리지 못할지언정 국내에서라도 소박한 농가맛집 같은 맛집 버킷리스트를 작성하고 다녀 볼 요량입니다.
만원 안팎이면 누릴 수 있는 ‘맛있는 인생’이 요즈음 제 생활의 모토가 되어있습니다. 맛있는 음식이 있는 곳은 사람도 풍경도 아름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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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조규전님의 댓글
조규전 작성일
나이를 먹을수록 짜릿하고 특별한 음식보다는 전통적이고 담백한 음식을 찾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인간사에 먹거리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고 봅니다.
산다는 것은 먹을 수 있다는 등식도 성립이 될 정도이지요.
또 먹거리에는 무한한 창조적 가치도 들어갈 수 있다고 봅니다.
옛날에는 생각치도 못했던 음식들이 현대에 들어와서 새로 개발됨으로서 사람들의 입맛을 변화시키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저는 아내한테 밥 투정 반찬 투정은 적당히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 중에 하나입니다.
밥상에서 잔소리가 없어지면 밥상머리에 관계는 그럭저럭 유지될 수 있으나 당대가도 요리 솜씨가 늘지 않은 맹점이 있습니다. ㅋㅋㅋ
나이를 먹으신 분이라면 잔소리는 별 효과가 없습니다.
잘 못 잔소리하다 글찌나마 밥도 못 얻어 먹는 신세로 전락할 수 도 있음을 각별히 유념하셔야 할 겁니다.
에이포님의 댓글
에이포 작성일
그러게 말입니다.
오랜 세월 생존을 위해 아뭇소리 못하고 주는대로 먹었나봅니다. ㅋ ㅋ
그런데 말입니다.
아내에게 바라건데 남편에게 소홀히 하면 외식(?)도 서슴치 않겠다는 남자의 경고로 받아줬으면 좋겠습니다 .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