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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에서 길은 묻다 72 – ‘망종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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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뭐래도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출근길, 평소 안 틀던 라디오의 볼륨을 높였더니 안치환이 부르는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가 흘러나옵니다.
‘과연 그런가? 이 험난한 세상에 진정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운 것일까?’
세상에는 꽃처럼 아름다운 사람도 많지만 배신, 잔인함, 교활함, 탐욕...등 사람만큼 무섭고 두려운 존재가 또 있을까 싶기도 합니다.
바둥 바둥 사람에 치여 살다가 보니 사람을 좀 멀리 하고 싶어 혼자 핸들을 잡고 훌쩍 사람이 없는 곳으로 떠날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어느 날에는 혼자 있는 스스로가 너무 서러워 사람을 만나러 핸들을 잡고 훌쩍 그를 만나러 떠날 때가 있습니다. 사람 냄새가 나는 그런 사람이 그리운 것입니다. 물론 만나려는 사람이 꼭 티 없이 맑은 영혼을 가졌거나 꽃보다 아름답거나 꽃향기가 나는 사람이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때쯤 햇보리 서리를 해서 모닥불에 태워 입주변이 시커멓도록 까먹을 때의 풋풋한 냄새가 나는 유년의 그 사람, 만날 때 마다 소박한 들꽃 향기가 나던 이제는 꿈속에서도 잘 나타나지 않는 그 사람이거나...
오늘은 막걸리의 구수함이 배인, 더하여 넉넉한 웃음으로 반겨 맞아 줄 사람냄새 나는 그런 사람을 만나고 싶습니다.
햇보리밥을 뽀글장에 푹푹 비벼 상추쌈을 싸서 입안 가득 우걱 우걱 함께 먹고 싶습니다.
그러고 보니 오늘이 보리를 수확하는 망종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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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조규전님의 댓글
조규전 작성일
보리밥에 된장, 거기다 막걸리 한 사발이면 세상 부러울게 없을 것 같습니다.
때마침 많은 비는 아니지만 약비에 가까운 비가 내렸습니다.
세상이 아무리 발전하고 날아간다해도 먹지 않고는 살 수 없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배 곯음을 느껴보지 않은 관계로 먹는 것에 대한 경각심이 점점 무디어 지는 것 같습니다.
세상살이 많은 고통과 괴로움이 이겠지만 배고품의 설움만큼 크지는 않으리라 봅니다.
점심때가 되어 가니 배가 슬슬 고파지기 시작합니다.
우리가 열심히 일을 한다는 것은 결국 먹고 살자는게 아닐까 싶군요.
좋은 느낌, 좋은 추억을 떠 올리는 좋은 말씀 잘 읽었습니다.
에이포님의 댓글
에이포 작성일
허 허
그러고 보니 막걸리가 빠졌습니다.
막걸리 한뚝배기 추갑니다.
잘 읽어주셨다니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