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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달력을 걸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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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달력을 걸면서
엊그제 누군가 내 책상 위에 달력을 하나 갔다 놓았다.
예전 같으면 달력 풍년이 들었건만 올 연말은 그렇지 아니한 것 같다.
달력 인심이 박해졌는지 아니면 달력 없이도 살 수 있는 세상이 되어서 그런지는 잘 모르겠다.
예전에는 달력이 특정 회사나 기업의 홍보자료로 많이 활용되었으나 이제는 그 가치가 조금은 퇴색한 듯 한 느낌도 들어간다.
예전에는 한 달에 한 장씩 넘기는 달력이 아니라 하루에 한 장씩 넘어가는 달력도 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달력이 아니라 두꺼운 책 한 권 정도의 분량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런 달력을 지금까지 보관해 놓았다면 진품이 되었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하루에 한 장씩 넘기던 달력은 실제로 달력으로서의 기능도 있었지만 그보다 더 귀한 기능도 가지고 있었던 기억이 난다.
그런 달력의 시대에 살았던 사람은 무슨 기능인지 감이 오리라 본다.
어찌하였던 세상은 지나놓고 나면 그 자체가 작던 크던 간에 하나의 추억으로 남는다는 것이다.
남는 추억의 조건 중에 하나가 일정 시간이 지나야 한다는 것이고 그 지남을 대변해 주는 매체가 바로 달력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올 한 해도 훌쩍 다 지나가 버렸다.
세월이 지난 다음 2020년도를 기억한다면 온통 코로나로 점철되리라 본다.
실제로 올 년 초부터 코로나 경보가 울리더니 2월이 되면서 본격적인 코로나 시대로 접어들게 된다.
우리의 일상사가 코로나와 링크되면서 울고 웃었던 사람들이 한 둘이 아니었으리라 본다.
많은 사람들은 고통의 나날을 보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도 분명히 있었으리라 본다.
이런 세상이 올 줄 그 누가 알았겠는가.
코로나가 점점 더 극성을 부리는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다.
실낱같은 희망으로 점점 줄어들길 염원했는데 그와 반대방향으로 가고 있음에 걱정이 점점 커지고 있는 것이다.
그래도 지구는 돌고 시간은 가고 있는 것이다.
올 해 마지막이자 내년을 맞이하는 전이점에서 구 달력을 떼고 신 달력을 거는 순간은 잠깐의 시간이나마 만감이 교차된다.
올 한해는 주로 무슨 일을 하면서 보냈는가, 했다면 무슨 의미와 가치가 있었는가, 그 가치가 타인에게 얼마나 영향을 주었는가를 생각해 보게 한다.
그와 함께 신 달력을 보면서 다가오는 2021년은 어떤 인생이 내게 다가올 것인가를 기대하게 한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을 체계적으로 엮어주는 매체 중 하나가 달력이라 본다.
같은 달력이지만 그 달력을 어떻게 바라보냐에 따라서 그 가치는 달라질 수 있다고 본다.
세월이 가서 희망이 있는 사람은 빨리빨리 넘어 가길 바랄 것이고, 지금이 행복한 사람은 어쨌든 천천히 넘어 갔으면 하는 바램일 것이다.
하지만 달력의 속성은 이것저것 다 가리지 않고 무심하게 넘어간다는 것에 한 표 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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