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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가리 없는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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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가리 없는 11월
세상에서 제일 헤식한 음식이 뭔지 아시나요.
아니, 11월 같은 느낌이 나는 음식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물론 사람마다 다 다르겠지만 먹고 나면 힘도 안 나고 이내 소화가 돼 버리는 음식이겠죠.
헤식함에 대표적인 음식으로 죽이 있다고 본다.
먹으면 먹을수록 배는 부르지만 힘을 쓰기에는 한계가 있고 이내 오줌화 돼 버리는 대표적 음식이라 본다.
다음으로 국수 종류가 있을 것이다.
이는 소화도 잘 되지 않으면서 힘을 쓰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본다.
많이 먹고 나면 배가 점점 더 불러 오다가 어느 시점에 허전해져 버리는 음식이라 본다.
그 다음으로 식은 보리밥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보리알을 먹을 때부터 힘이 많이 들어간다.
입 안에서 가락가락 흩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혼신의 힘을 다해서 씹어 줘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다보니 먹기조차 힘들면서 많은 에너지가 들어가게 된다.
실제로 배불리 먹어봐야 방구 몇 방 퀴고 나면 배가 허전해 지는 음식의 대표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물론 앞에 쓰인 음식의 속성은 사람마다 다 다르기에 정설로 받아 드리는 것은 한계가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2020년도 올해 달력을 보면 다 떨어져나가고 끝자락만 남았다.
마치 길거리에 가로수 잎 떨어지는 것 보다 더 허무하게 떨어져 나갔음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이제 달랑 1장만 넘기면 올해는 종치는 셈이다.
그래도 그 한 장 전에 있는 달이 11월이다.
11월을 압축해서 도드라지게 표현한다고 해도 딱히 가슴에 와 닿는 것이 거의 없는 것 같다.
1년을 정리하는 달도 아니고 그렇다고 뚜렷하게 해야 할 일이 있는 달도 아닌 것 같다.
예전 같으면 지붕도 이어야 하고 김장도 해야 하고 월동 준비도 해야 할 것 같은 달이었었는데 이제는 그런 일 조차도 굳이 필요 없는 시대에 오고 나니 더더욱 떠오르는 일이 부각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11월을 건너뛰고 살아갈 수 없는 상황이고 보면 있긴 있어야 할 달 같은데 그 존재가치가 묘한 달이 아닌가 싶다.
이 11월 달도 이제는 너무나 잘 간다는 것이다.
시간이 잘 간다는 것은 정신없이 바쁘거나 존재가치가 큰 경우에 해당되지만 나이를 먹고 나니 그런 것이 없어도 그저 시간은 잘 간다는 것이다.
보낸 시간을 다시 피드백 해 보면 일상생활 이외에 딱히 할 일도 없었던 것 같은데 시간은 이미 훌쩍 가 버린 상황이라는 것이다.
어중쭝한 시간을 붙잡아 매 놨다가 긴요할 때 풀어쓰면 좋겠지만 그 또한 말도 안 되는 소리가 되다보니 싫던 좋던 주어진 시간은 쓸 수 밖에 없는 구조로 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번 주가 11월 말주다.
다음 주부터는 경자년 마지막 달이 다가오게 된다.
영원히 돌아올 수 없는 2020년 11월을 어떻게 마무리 할 것인가도 생각해 봄즉하나 이 또한 무의미하게 다가온다.
쥐똥이나 뭘 한 일도 없는데 마무리를 하냐는 것이다.
그냥 또 흘러 보내야 하는 것이다.
1년 열두 달 귀하지 않은 달이 어디 있겠는 가만은 지금 흘려보내고 있는 11월은 그냥 허드레 달로 붙어 있는 듯 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는 것이다.
물론 어떤 사람들은 이 11월을 금쪽같이 쓰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런 대열에 끼지 못하는 대다수의 사람은 가을도 아니고 그렇다고 겨울도 아닌 이 11월을 그냥 우수에 차 있는 달 정도로 인식하면서 보내지 않을까 싶다.
올 11월이 지나가면 막연하게나마 뭔가 새로운 세상이 열리겠거니 하는 기대감으로 시간을 보낼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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