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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에서 길을 묻다 - 마이카 이야기 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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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에이포 작성일 2020-11-06 13:21 댓글 0건 조회 873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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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 여름 나는 일본의 동경대에서 연수를 했다
어느 날 지도교수는 일본의 산업발전상을 자랑하고 싶었는지 느닷없이 도쿄의 토요타자동차 전시장으로 나를 안내했다. 그런데 전시장 로비에 자동차는 없고 지금으로 치면 판매장의 키오스크 같은 기계식 자동차그림판이 한대 있었는데 현지 도요타의 매장 직원은 안내는 뒤로하고 타보고 싶은 모델을 선택해 보턴을 누르라고 말했다.

그가 시키는 대로 모델을 골라 보턴을 누르고 소파에 앉아 5분여 기다렸을까. 필자가 원했던 모델의 승용차가 아래층으로부터 컨베어 벨트를 타고 미끄러지듯 전시장으로 들어와 눈앞에 멈춰 섰다. 그리고 제자리에서 부드럽고 안정된 회전을 했다. 고객이 이곳저곳을 발걸음 할 필요가 없도록 배려한 것 외에 고객으로 하여금 선택의 여지가 있도록 설명이 이어졌다. 당시로서는 미처 예상 못했던 놀라운 광경에 나는 얼음이 되고야 말았다.

당시 우리보다 산업화와 선진화가 2,30년이나 앞서있다던 일본에는 우리와 비교가 안 될정도로 자가용이 일반화 되어있었다. 캠퍼스에는 교수와 학생들이 타고 온 고급차들이 주차장을 가득 메웠음은 물론 거리는 차들로 넘쳐났다. 우리의 2000년 전후처럼 그들의 모든 생활패턴이 자동차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었다.

귀국하면 조금 무리해서라도 차부터 사기로 했다. 자동차는 단순히 사람이나 물건을 운송하는 기계장치가 아니라 생활에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옴은 물론 새로운 문화를 창출할 무언가가 있다는데 생각이 꽂혔기 때문이다. 마음속에 내재된 반일감정 때문인가 그들을 벤치마킹하는 일이 썩 내키지는 않지만 어차피 우리도 그들과 같은 산업화의 길을 걸을 것이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로부터 30,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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