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쪼그라 든 어버이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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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조규전 작성일 2020-05-08 10:44 댓글 0건 조회 857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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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쪼그라 든 어버이날

조선시대를 거치고 해방이 되고 6.25 등 격동기를 지나온 한민족의 애환은 타 민족에 비하여 훨씬 컸다고 본다.

이렇게 험한 시대를 지나오면서도 역사의 단절이 없었던 것은 이 지역에서 살아온 장정들 덕분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들은 험악한 삶의 지형에서도 굳굳하게 자신의 역할을 다 하느라 죽을 고생을 했던 중심축이 였던 것이다.

 

험한 세월의 기준이 뭣이라 단정할 수는 없지만 우리의 역사에서 남자들의 세계는 늘 상 어려움의 연속으로 일관했다고 본다.

그렇다고 여자들은 수월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남자의 세계가 험악하면 거기에 따라 여자들의 생활도 만만찮이 어려웠던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일이다.

 

세월이 가고, 사회가 바뀌면서 많은 분야에서 변화가 찾아왔다.

가부장적인 사회가 어느 정도 평등사회로 돌아가고 있으며, 권위와 통제가 자율과 책임의 사회로 변화되고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반만년동안 내려왔던 우리의 문화가 하루아침에 반전된다는 것도 수긍하기 어렵다고 본다.

 

우리는 중국의 유교문화에 젖어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특히 조선시대에 살았던 사람들의 삶의 철학에 근간은 유교였다.

유교사상 그 자체의 품격은 세계적으로 인정이 되나 세부적인 부분에서 현실과 좀 안 맞는 부분도 있다고 본다.

우리가 많이 들었던 삼강오륜도 인간이 살아가는 질서와 지혜라 생각하면 훌륭한 철학이나 그것을 어떻게 해석하고 행동으로 옮기냐에 따라 결과는 딴판으로 흐를 수 있다는 것이다.

 

조선에서 근대를 지나오는 과정에서 우리네 삶의 근간은 지극히 가부장적인 정신이 지배했다고 본다.

집안의 어른에 말씀이 곧 법이자 진리인 시대였다고 본다.

물론 집안에 어른이 반듯하고 판단이 올곧다면 그 집안은 질서정연하게 잘 굴어 가겠지만 그렇지 않은 집구석은 제대로 굴어갈 리 없었을 것이다.

나이 먹은 남자는 담뱃대만 물고 있어도 권위가 섰던 시절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가부장적 제도가 변치 않고 지금까지 영속될 수 있었던 것일까에 대해서 들여다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제도와 문화가 우리 사회나 가정을 지배한다는 것은 자명한 일인 만큼 그것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면 좀 더 나은 사회를 만들 수 있으리라 본다.

 

유교사상에서 관계가 형성되는 곳에는 어떤 선을 그어 놓을 것을 볼 수 있다.

군주와 신하, 남편과 아내, 자식과 부모, 친구와 친구, 스승과 제자 와 같이 관계정립이 필요한 영역에서는 그 한계를 분명히 제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관계가 형성되는 곳에 철학적 질서를 세워야 한다는 논리가 깊숙이 개입된 것이다.

법이나 규율로 제어를 할 수 없는 세상을 도덕이나 윤리의 잣대로 제어를 하겠다는 생각 자체가 대단한 발상임에는 틀림없을 것이다.

 

법이나 규정이 미치지 못하는 영역을 보완해 주는 것으로 도덕이나 윤리가 큰 역할을 한다고 본다.

인간이 인간의 냄새를 풍기면서 살아갈 수 있는 것도 도덕과 윤리 , 철학 등이 있기에 더 삶이 더 풍성해지는 지도 모른다.

 

세상 돌아감은 어제가 다르고 오늘이 다르게 변하고 있다.

팽이보다 더 빠르게 돌아가는 세상에서 제대로 살아가기 위하여 빠른 적응이 꼭 필요하다고 본다.

특히 나이가 든 남자의 세계는 점점 위축될 수 밖에 없는 구조로 변하고 있다.

가부장적 제도의 사회에서는 남자로 태어나는 것만 해도 선택을 받았다고 했는데 이제는 그런 프리미엄도 소멸되어 가고 있다.

젊은 날에 남자는 돈도 벌고 힘도 쓰면서 다방면에 용도가 있으나 그 이후에는 애물단지로 변하기 시작한다.

그냥 천덕꾸러기 신세가 되어 버리는 것이다.

 

남자가 나이 먹고 할 일이라곤 삼시세끼 얻어먹는 것이 고작이라면 이 또한 얼마나 슬픈 일이겠는가.

하지만 지금의 현실은 삼시세끼도 얻어먹기 힘든 세상에 던져진 것이다.

옛날 같으면 담뱃대만 물고 있어도 자연스럽게 권위가 섰던 시절을 떠 올린다면 현대를 살아가는 나이 먹은 남자들의 신세는 처량함, 그 자체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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