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동문 문화예술

과속운전 벌금딱지 띧켰습니다.

페이지 정보

작성자 조규전 작성일 2020-04-27 10:11 댓글 0건 조회 941회

본문

   과속운전 벌금딱지 띧켰습니다.

종이 우편물이 우리의 가슴을 설레게 할까요, 아니면 겁나게 할까요.

과거에 우편물은 주로 종이로 이루어졌었죠.

그 종이 봉투위에 우표딱지가 붙어 있는게 일반적이었다.

주로 소식전달이 주가 되었으며 그 소식 중에서도 안부를 묻는 것이 많았다고 본다.

물론 전보같이 당시에 초고속 우편물도 있긴 있었다고 기억된다.

 

예전에 우편물은 기대와 설레임의 표상이었다고 생각한다.

멀리 있는 사람과의 소통의 대명사가 우편물이었던 시절이었고 그것을 통하여 인간과 인간의 연결고리가 형성되었던 것이다.

연애편지를 시작하여 군에 간 아들의 소식, 청첩장, 친구 간에 소통, 송구영신에 대한 인사 등 다양한 사연이 그 안에 담겨져 있었던 것이다.

 

근래에 들어와서 종이우편물은 사이버우편물에 밀려 점점 그 영역을 잃어가고 있는 모양새다.

바빠 빠진 세상에 언제 종이에 글을 쓰고 우표를 붙이고 그것을 우체통에 집어넣고 할 겨를이 없는 세상에 온 것이다.

고전적인 소통의 도구가 더 발달된 도구덕분에 뒤켠으로 물러서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는 것이다.

 

그런 와중에도 망령처럼 끈질기게 살아있는 종이 우편물도 존재한다.

주로 기쁘고 희망적인 소식보다는 그렇지 않은 소식에 주로 이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법원에 출두명령서, 세무서에서 날아온 우편물, 경찰서에서 날아온 우편물, 시비거리가 될 만한 우편물 등은 여지없이 종이로 날아온다.

받는 순간 설렘은커녕 가슴이 덜컹 내려앉는 우편물이라 보면 될 것이다.

정신건강에 별 도움이 안 되는 우편물은 영락없이 종이로 변환되어 우리에게 전달되곤 한다.

 

지난 주말인가 하루종일 비가 오락가락하던 때가 있었다.

코로나19로 인하여 꿀꿀함도 달랠 겸 옥계 쪽으로 나가던 길이었다.

구 고속도로를 타고 가는데 주변의 산천은 봄의 물결이 물씬물씬 풍기고 있었다.

비록 비는 부슬부슬 내렸지만 온 천지가 연두빛으로 물들어 있었고 간혹 연분홍 산벚나무의 꽃이 연두빛과 어울려 환상의 장면을 연출하고 있었다.

모처럼 자연과 가까이 하면서 드라이브를 하는 맛도 나쁘지는 않았다.

 

사건의 발단은 산성우리쪽에서 일어났다.

구 고속도로 강릉에서 옥계 방향으로 가는데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곳이 동해1터널인가를 지나야 한다.

그 터널을 지나면 한참동안 꼬불꼬불한 내리만 경사를 타야하는 곳이 나온다.

아무리 유능한 드라이버라 하더라도 브레이크를 밟지 않고 운전을 할 수 없는 곳이다.

내리막길에 꼭지점 근처에 주유소가 하나 있고 갈림길이 나온다.

그리고 막바로 쏘면 평지가 조금 펼쳐지다가 이내 오르막길이 나타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내리막의 탄력을 받아 오르막으로 쉽게 오르기 위하여 속도를 그리 늦추지 않는 곳이라 보면 딱일 것이다.

 

모처럼 나온 드라이브라 솔직히 말해 나사가 조금은 풀려 있었다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네비게이션에서는 친절하게 속도측정기가 있으니 규정속도를 지키라는 멘트가 흘러나왔지만 귀담아 듣지 않았다.

경사지의 변곡점에 다다랐을 때 전에 없었던 고정형 이동식 무인카메라 박스가 눈에 들어왔다.

그날 비가 왔기에 당연히 단속을 하지 않으리라 생각은 했는데 실제로 근처에 도착했을 때 문이 닫혀 있었다.

 

문제는 그 다음 단계였다.

고정형 이동식 카메라 바로 앞에 고정식 카메라가 눈에 들어왔다.

설마 찍히라 하면서도 브레이크를 밟기는 밟았는데 설 밟았던 것이다.

규정속도인 60km를 훨씬 넘겼던 것이다.

이렇게 연타로 설치해 놓았던 관계로 하나만 신경쓰고 나머지 하나는 건성으로 지나갔다는 것이다.

운전대를 잡으면 무조건 온갖 정성을 쏟아서 몰입을 해야 하는데 너무 안이하게 대처하지 않았나 싶었다.

 

일주일이 지난 이번 주말 저녁때 산책을 하러 나가게 되었다.

아파트현관에 우편물 배부함이 있는 관계로 무의식적으로 우리집 우편물함을 들여다보니 웬 우편물이 하나 와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통상적으로 오는 고지서 정도로 생각하고 꺼내어 보니 아무래도 기분이 별로 상쾌하지는 않는 느낌이다.

그런데 경찰서라는 글씨가 보이자 아차하는 생각이 들어간다.

 

과거에는 경찰서에서 날아온 범칙금딱지에 호돌이 호순이 모델이 선명하게 찍혀 있었는데 이제는 그런 그림이 사라져 있었다.

경찰모델이 아무리 좋은 인상이라지만 범칙금딱지에 인쇄되어 있으면 긍정적인 메시지를 줄 수 없다는 판단하에 지워버리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들어간다.

수많은 종류의 우편물들이 있지만 경찰서에서 오는 이런 우편물은 오랫동안 머리에 남게 되는 것 같다.

 

세상이 좋아져 범칙금 내는 것도 굳이 은행창구로 갈 필요가 없는 세상이 되었다.

굳이 좋지 않은 일에 대하여 오랫동안 기억하지 않으려고 얼른 가상계좌로 범칙금을 쏴 버렸다.

이런 불상사가 생기지 않도록 조신하여 운전을 하느라 하는데도 불구하고 이런 딱지가 날아온다는 것은 결코 소망스러운 일은 아닌 것 같다.

국가 재정도 어려운데 적선한 셈으로 퉁치면 좋겠지만 이 또한 쉬운 생각은 아닌 것 같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