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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에서 길을 묻다 150 - 시월, 강변에 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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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에이포 작성일 2019-10-23 21:41 댓글 2건 조회 1,007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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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국이 어수선한들 바뀌는 계절까지 막지는 못합니다. 흘러갈 것은 흘러가고 올 것은 어김없이 또 옵니다.  

갈대가 무리지어 바람에 은빛 머리를 눕히는 강변에 서서 지금쯤 광화문에서 혹은 서초동에서 무리에 섞여 목청높이고 촛불을 들거나 깃발을 흔들고 있을 친구들을 생각합니다  

아무리 사랑보다 무서운게 이데올로기라지만 바람 한 점에도 눈시울이 적셔지고 어깨위에 내려앉은 햇살 한줄기에도 詩가 묻어나는 이 시린 시월을 뒷전으로 하고...

그런들 덕수궁 단풍이 늦게 물들 것도 아니고, 그런들 대청봉에 첫눈이 예전보다 일찍 오지도 않을 것입니다. 그게 뭐 인생에 대수라고 눈에 핏발을 세우고 막말에 침 튀겨가며 부자간에 형제간에 친구 간에 의절까지 하면서 대립하고 싸움질에 몰입을 하는지...   

대의민주주의가 오작동을 하거나 아예 작동을 멈추었으니 거리로 나서는 뜻은 이해하지만 하필이면 판치는 가짜뉴스와 싸구려 정치논객들의 유튜브에 일희일비 하는지... 어느 편이든 양극의 한편에 섰다가 4대강 삽질처럼 5년도 안돼서 들통 나 속은 것을 알면 얼마나 억울하고 약오를까...  
 
아무튼 좌우 가릴 것 없이 모두 애국심에서, 혹은 더 나은 민주주의를 후대에 남겨주기 위해 광장에 모여 목청껏 소리를 높이는 大  韓國人의 그 열정하나는 높이 사야 할 것 같습니다.  

소설가 조정래는 정치에 무관심한 것은 자기인생에 무책임한 것이라고 했기에 행동하는 그대들이 기특하다 싶으면서도 안타깝고...  

가뜩이나 반쪽으로 갈려버린 나라가 진영논리에 갇혀 또 반쪽이 되어 반목과 갈등을 거듭하는 사이 어느새 산야에는 서리가 내리고 찬바람 불며 캠퍼스의 노란 잔디위로 우수수 낙엽이 지고 있습니다.

자신의 정치적 신념에 따라 자발적으로 행동하는 거야 어쩌겠는가만, 적잖은 나이에 광장에서 촛불, 깃발 흔들다가 몸살 난 여보시게들,

그동안 할 만큼 했으니 이 찬연한 가을에는 가던 길 잠시 멈추고 저 저문 강가에 서서 한번쯤은 돌아볼 시간도 갖게나.

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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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욱빈님의 댓글

임욱빈 작성일

에이포님!
지난 화요일(22일) 만나보지 못하고 올라와 미안한 마음은 있지만
그래도 친구님이 이 나이에 '국립강원대학교'에 출강한다는 사실에 자랑스럽다네.

극렬히 갈라진 민심의 반영(이른바, 촛불과 태극기)이 안타깝다는 취지로 썻으면 더 좋았다고
생각됩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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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포님의 댓글

에이포 작성일

미안하고
고맙고
앞으로 유념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