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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키운 살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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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조규전 작성일 2019-07-02 08:47 댓글 0건 조회 685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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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가 키운 살구
 

살구는 영어로 apricot이다.

우리의 정서와는 아주 가까운 과실 중에 하나이다.

물론 제사상에 오를 정도의 반열은 아니지만 우리 민족의 마음속에 살구는 깊숙이 박혀 있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실제로 살구의 원산지는 중국이나 우리나라라 알려지고 있음으로 우리와는 깊은 인연이 있는 과실이라 보면 될 것이다.

 

우리의 동요 중에 고향의 봄이란 노래가 있다.

이 노래에 중심이 되는 노랫말 중에 살구꽃이 나온다.

우리의 정서와 얼마나 밀접한 관계가 있었으면 노랫말에도 그것이 나왔을까 생각해 보면 알 것이다.

우리 것의 소중함이란 싫던 좋던 그 정서가 우리 몸에 녹아 있다는 것이다.

바나나가 아무리 맛있고 건강에 좋다하여도 살구꽃처럼 우리의 정신세계까지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니라 본다.

 

살구에 관한 이야기는 많이 전래된다.

가장 흔히 듣던 이야기 중 하나가 빛 좋은 개살구라는 문구일 것이다.

예전 재래종 살구를 잘 살펴보면 익을 무렵 까뭇까뭇한 점이 박혀 있어 외관상으로 깔끔하지 못한 맛은 있을지라도 실제 맛은 그럴싸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개살구는 어떨까에 대해서 들여다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품종 분류에서 개살구라는 이야기는 없다.

우리가 개살구라고 붙이는 살구도 족보가 있다면 그냥 살구의 한 품종일 뿐이다.

마치 족보 없이 돌아다니는 개를 보고 통칭 똥개라고 말하는 것이나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실제 똥개도 원류를 찾아보면 엄연히 원 조상이 있을 것이다.

단 여러 품종들과 교잡이 이루어지다 보니 여러 혈통이 모여서 그렇게 표현형으로 나타났을 뿐이라 본다.

잘은 모르지만 개살구라 하면 살구가 덜 익었을 때 성급히 따 먹다보면 살구 특유의 진 맛을 모르고 그저 신 맛만 느껴질 때가 있을 것이다.

이런 경우에 먹은 살구를 우리는 그냥 개살구라고 비하해서 부른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그렇다면 왜 빛 좋은 개살구라 칭했겠는 가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살구가 완전히 익기 전에는 외관이 제법 노리끼리한 게 아름답게 생겼다.

물론 다 익으면 거뭇거뭇한 반점이 생기지만 미성숙 상태에서는 외관은 상대적으로 아름다울는지 모르지만 맛은 기대치와 멀어질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해서 덜 익은 살구를 먹으면서 자조적인 표현을 쓴 것이 빛 좋은 개살구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우리의 전통을 지키던 살구가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으면서 진화를 하기 시작하였다.

자연 상태에서 진화가 아니라 인위적으로 인간에게 더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을 수 있는 방향으로 품종의 변화를 초래한 것이다.

단 맛을 선호하는 사람들을 위하여 단 맛이 강한 품종이 만들어지고, 외관이 그럴싸한 것을 선호하는 사람들을 위하여 미려한 외관에 초점이 맞추어진 살구가 만들어진 것이다.

 

빛 좋은 개살구가 아니라 빛도 좋으면서 참으로 살구 맛을 낼 수 있는 살구가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 세상에서 가장 멋있고 맛있는 살구는 아직 만들어지지 않았지만 살구 품종을 육성하는 연구가나 종묘사에서는 끊임없이 인간의 욕망을 채워줄 품종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살구가 과실 중에 하나로 인식된다면 그 의미는 과일에서 1/n이 될 것이다.

하지만 살구만이 가지는 독특한 성질을 기준으로 한다면 과일의 대명사가 될 수 도 있다는 것이다.

모든 과실을 살구를 중심으로 바라본다면 그 가치는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그저 뜰 안에 한 두 포기 심어서 초여름 날에 한 타임 먹을 수 있는 과일이 아니라 많은 과일 중에 중심으로서 역할을 하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주연이냐 조연이냐는 어떤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서 달라질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살구를 가지고 밥 벌어 먹는 사람은 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과일이 살구라 말 할 것이다.

살구로 밥 먹고 사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는지 모르지만 이것을 잘 활용한다면 지금보다 더 큰 파이가 만들어지리라 본다.

 

나도 만족하고 너도 만족할 수 있는 게 문화인 것이다.

공통의 분모를 많이 가지고 있을수록 공감의 스펙트럼은 더 넓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주문진 장덕리에는 봄마다 복사꽃 축제가 벌어진다.

복숭아꽃이 뭣 그리 대단하다고,”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그 축제에 가 보면 그런 생각이 싹 사라질 것이다.

살구도 잘 만 뒤척인다면 엄청난 파괴력을 가진 과일로 거듭날 수 있다는 것이다.

돈이면 돈, 명성이면 명성, 맛이면 맛, 멋이면 멋, 향기이면 향기로 경쟁할 수 있는 좋은 테마 과일 중에 하나가 살구가 아닐까 싶다.

 

참고로 제시된 사진은 필자가 몇 년 전 두 포기 구입해 심은 최신품종의 살구에서 달린 과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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