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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길묻 - 불멸의 사랑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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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에이포 작성일 2024-04-30 12:31 댓글 0건 조회 396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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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향-1024.jpg

 

뭇 선비들의 애간장이나 태우게 하며 무료한 날들을 보내던 어느 날, 새로운 사또가 부임한다는 소문이 들려왔다. 부용은 의당 신임사또에 대한 기녀들의 신고는 물론 수청을 들라는 기별이 올 것이라는 생각과 여린 몸에 수청을 들 걱정에 잠 못 이루는 밤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나 열흘이 지나고 한 달이 지나도 수양모는 물론 관아로부터 아무런 소식이 없는 것이 아닌가. 시간이 지날수록 이런저런 걱정이 되는 쪽은 오히려 부용이었다. 꽃도 제대로 못 피워 보고 이대로 퇴기가 되는 것은 아닌가 싶기도 하고, 의지할 데가 없고 먹거리 까지 걱정을 해야 하니 은근히 조바심이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더구나 한껏 콧대를 높이며 지내다가 보니 읍내에 이렇다 할 한량들 조차 거리를 두어 시문조차 나눌 이 없었으니 이 고독감을 어찌한단 말인가.

 

그러던 어느 날 관아로부터 기별이 왔다. 당시 새로 부임한 신임 사또는 유관준(劉寬埈)이었는데, 수청들 걱정에 몸이 오그라드는 부용에게 수청 들라는 기색은 커녕 뜻 밖에도 김이양대감을 아느냐고 물어온 것이다. 부용은 그분의 명성은 익히 들어 알고 있지만 단 한 번도 뵌 적은 없고 대감님의 시는 많이 읽었노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사또는 김이양 대감께서 네 시를 매우 좋아하시는가 보다 라면서 두루마리 한 통을 건네주었다.

  

편지는 평양감사로 있는 김이양 대감이 그의 조정의 후배이자 제자인 성천부사 유관준이 성천부사로 부임하였음을 축하는 편지였는데, 그 편지의 말미에 그곳에 시재가 뛰어난 동기(童妓)가 있다고 들었다면서 잘 돌보아주라는 당부와 함께 그 동기가 지은 시라며 오언시(五言詩) 한 수를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 

 

芙蓉堂聽雨 (부용당에서 비 소리를 듣으며)

 

明珠一千斛 맑은 구슬 일천 말이

遞量琉璃盤 유리쟁반에 쏟아 지는구나

箇箇團圓樣 알알이 동글 동글 한 것이

水仙九轉丹 이 어찌 신선의 환약이 아니겠는가

 

시에 등장하는 부용당은 관아의 연못가에 있는 아름다운 정자다. 부용의 이름이 먼저였는지 부용정이 먼저였는지는 명확한 기록이 없다. 부용의 아버지가 부용이라고 이름을 붙여줬을 수도 있으나 어쩌면 부용이 여류시인으로 이름을 널리 알리자 후세의 사람들이 부용이 노닐던 정자의 이름을 부용정이라고 이름을 붙여줬을 수도 있다. 아무튼...

 

언제 지었었지? 기억이 가물거리기는 하지만 문체로 보아 부용 자신이 지은 오언시 임에는 분명했다. 집으로 돌아와 곰곰이 생각해보니 지난해 여름 구관 사또가 서울에서 오신 손님을 부용당에서 접대를 한 적이 있었음이 기억났다.

 

그때 마침 소낙비가 내리기에 못에 가득 피어난 연잎을 때리는 소리가 운치를 더하자 부용이 주위 손님들의 요청에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지었던 부용당청우라는 시제(詩題)의 그 시였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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