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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K를 추억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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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석연2 작성일 2021-05-04 04:22 댓글 2건 조회 971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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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K는 항시 밝은 모습이었다.
코는 작아도 입이 예쁘게 보여 귀여운 상 이었다.
얼굴은 잘 생긴 건 아니지만 다른 사람에게 호감이 가는 인상이었다.
가끔 입을 크게 벌려 웃는 모습에서는 남자 같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주변 친구들과 쉴새없이 얘기를 주고받고 하는 걸 보면서
무어 그리 얘깃거리가 많을까 신기하기만 했다
.


친구와는 국민학교 입학 때 부터
6년간을 내리 함께 했고 

중학교도 남녀 학교만 달랐을뿐 한동네에서 통학했기에 함께 한 거나 마찬가지였다.
친구네와 우린 지척지간에서 살았다

신작로를 사이에 두고 길건너엔 친구네가, 맞은 편엔 우리가 마주보며 살았다

친구 아버진 허약한데다 폐가 안 좋은지 기침하는 모습을 자주 보였고 

친구 어머닌 아버지를 대신해서 식당을 운영했었다.

친구 위로는 터울이 많이 나는 언니가 있었고 친구 밑으로는 남동생이 둘이 있어 4남매였다.


친구는 음악에 상당히 소질이 있었고 입이 예뻐서 저리도 노래를 잘 부르는가 싶기도 했다
.

어느 날 수업시간에 한 사람씩 나와서 노래를 불렀었는데 친구는 가을이라 가을 바람...’을 불렀다

손을 앞에 가지런히 모으고 고개를 좌우로 흔들면서 부르는 모습을 보곤 천사가 저 모습이 아닐까 

감탄을 하기도 했다.

손수건을 가슴팍에 매달고 입학식을 하던 때부터 함께 한 친구

고사리 같이 앙증맞은 손을 무릎위로 가지런히 하곤 단발머리 얌전한 자세로 1학년때 찍은 사진

낙산사 의상대에서 햇빛에 눈을 찡그리고 찍은 4학년때 사진

살을 에는듯한 겨울날 운동장 프라타나스 나무 앞에서 웅크리고 찍었던 졸업사진 등으로 

친구를 기억해 낼수 있었다.


친구는 모난 데가 없었다 제 어머니를 닮아서 그런지 친구들이 항시 주변으로 몰려 들었다

말주변이 없는 나는 그 이쁜 입으로 오물거리는 모습만 봐도 신기하기만 했다

중학교 땐 학교까지의 시오리길을 통학버스를 이용했고 버스가 고장이 나면 고개를 넘어서 걸어 다니기도 했다

강 가로 난 신작로를 따라 걸어가면 참 좋았다

가끔은 트럭이 지나가며 흙바람을 일으켜 눈살을 찌푸리지만 그냥 걷는 것만 해도 좋았다

친구는 앞서가고 난 따라가고. 까만 교복에 흰 카라가 그렇게도 새뜻해 보일수가 없었다

통학버스가 고장 안나나... 그런 생각도 했었다.

친구와 함께 하던 시간이 지나 한동안 못보게 된건 간호학교에 진학한 다음이었다

어느 학교로 진학한지조차 모르게 한동안 잊었었는데 시내에서 우연히 만나고 보니 

다른 여학교 교복과는 다른 특이한 복장을 하고 있었다. 간호학교로 갔었구나... 중학교때와는 달리 여성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얼굴에 여드름이 한두 개 생겨나고 까무잡잡한 모습이었을 내 모습과는 대조가 되었다

그게 친구 K를 마지막으로 본 시기였다.


나는 군대에 가 있었고 어렸을 적 친구 윤석이가 부쳐온 편지엔
K가 광산 부속병원에 근무 한다고 했다

간호학교를 졸업하더니 제대로 들어갔구나. 어떻게 변했는지 갑자기 보고싶어졌다

군대 마지막 휴가를 그곳으로 갔다. 가는날이 장날이라더니 K는 타지로 출장가고 없다고 했다

용기를 내고 여기까지 왔는데... 윤석이가 전해주는 말로는 학교 다닐 때보다 많이 뚱뚱해 졌다고 했다

직장생활의 무질서한 근무겠거니 짐작했다. 얼굴도 까매졌다고 했다

광산사람들 상대로 해서 그럴거라고 생각했다. 얼굴에 없던 주근깨도 났다고 했다 

엄마를 닮아 그렇겠지. 키도 자그마 해 진것 같다고 했다. 더 커질 나이가 아닌데 뭐

윤석이가 내 주는 사랑방에서 휴가 하룻밤을 K 생각만 하다가 잠이 들었다.


30년만에 그녀의 소식을 친구로부터 전해 들었다.

우리 국민학교 다닐 때 K 알지? 친구가 물어온 그 이름을 듣는 순간 난 정신마저 아득해졌다.

그래 길건너 살던 K 알고 말고지. 어느 하늘아래서 잘 살고 있겠지

친구 신랑은 무얼 하는 사람일까 잘 생겼나 아이들은 몇이나 두었을까?

지금도 노랠 잘 하나? 학교 다닐 땐 이쁘기도 하더니 지금도 그럴거야

전화한 사연을 듣기도 전에 난 이미 가슴이 콩닥거리고 있었다.

그런데 전달내용은 뜻밖이었다. K의 남편이 갑자기 사망해서 며칠날 입제일이니 

참여해야 하지 않겠냐는 취지의 전화내용이었다

이건 아닌데 싶었다. 언제나 활달하던 그녀가 비통해 하는 모습은 상상도 안 되었다.

그 일이 있고나서 꼭 3년만에 친구 K마저 가고 말았다

남편을 보내고 난 후 이제부터 친구들 만나면서 재미있게 살 거라던 그녀의 목소리가 아직도 들리는듯 한데 

친구는 목소리를 통해 그리움만 남기고 떠났다.


소꿉동무
K. 여리고 통통한 두팔로 앞으로 나란히하던 모습이 

60년이 지나도 이렇게나 또렷이 보이는데 저 세상에선 그 시절이 보이니

친구 K의 모습이 이 늦은 가을에 그리움으로 다가온다.

 

 

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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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포님의 댓글

에이포 작성일

드디어 컴백하셨군요. .
오래 기다렸습니다.
유려한 문체의 소꼽친구 K 이야기가 가슴을 짠하게 합니다.
앞으로 자주 자주 뵘기를 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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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연2님의 댓글의 댓글

김석연2 작성일

아이쿠1  반갑게 맞이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허점하게 쓴 글을 읽어주신것만 해도 감사할 일이지요
모교 홈페이지를 자주 찾아보도록 노력 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