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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선생을 하다보니 어디 가도 선생 티가 난다고들 한다.
이런 사례를 하나 소개해 본다.
대화에서 평창읍으로 향해 다 가면 옛날 구도로를 빠저들어가게 된다. 거기서부터 첫 번째 노성주유소가 있고 그 다음에 영목주유소, 그 맞은편에 호남주유소가 있다.
필자는 출근할 때 기름이 떨어지면 영목으로 퇴근할 때 떨어지면 호남으로 가는 편이다.
자주 가지는 않지만 주기적으로 들리는 터이라 주인과 자연스럽게 일면식이 생기게 되었다.
그중 한 주유소에 들러서 기름을 넣던 때에 일이다.
기름을 다 넣고 난 뒤 사은품으로 휴지를 주길래 굳이 줄 필요가 없다고 하니까 그 다름부터 휴지는 생략되었다.
그러부터 한 참 뒤에 기름을 넣고 계산을 하기 위하여 카드를 주었다.
기름값을 카드로 처리한 후 돌려주면서 그 사장님이 하는 이야기가 “혹시 선생님이 아니세요?” 이러는 것이다.
그 말을 듣는 순간 깜짝 놀랐다.
잘 알지도 못하는 누군가가 내 신상을 알고 있다면 이 또한 즐거운 일은 아니라는 것은 누구나 짐작할 것이다.
그냥 “아닌데요.”로 답하기에는 너무나 정중하게 물어보기에 할 수 없이 이렇게 대답했다.
“그와 비슷한 곳에서 일하고 있습니다.”라고 했더니 그 사장님 왈 “아, 교육청에 근무하고 계시는군요.”라는 답이 되돌아왔다.
할 수 없이 “그런데요, 그런 걸 어떻게 아셨죠?”라고 나도 반문을 했다.
그랬던 그 사장님 왈 “몇 번 보아하니 선생님처럼 보입디다.”라는 대답이었다.
하기사 몇십 년을 교직에서 밥을 벌어먹었으니 얼굴에 그 모습이 박혀 있었던 모양새 같다.
아니면 그 주유소 사장님이 눈썰미가 워낙 좋아서 몇 번 보고 나면 어떤 유형에서 밥 벌어먹고 사는지 알 정도인지는 잘 모르겠다.
그보다 더 충격적인 것은 나의 모습이 주유소 사장님으로부터 선생 스타일이라는 게 밝혀진 점이라는 것이다.
어떤 곳에 오랫동안 있다 보면 그 분위기에 젖고 그곳에 특징이 자연스럽게 나오게 된다는 것이다.
옛말에 이런 이야기가 있다.
군인은 군인다워야 하고, 경찰은 경찰다워야 하며, 선생은 선생다워야 한다는 말이다.
자신이 몸담고 있는 그곳에서 성공을 하는 데 필요한 덕목이 그곳다운 것이라고 본다.
군인이 군인답지 않으면 어떤 현상이 발생하는지는 우리의 역사를 통하여 똑똑히 봐 오지 않았던가.
어찌하였던 특정한 곳에 오랫동안 머물다 보면 그 분야에 냄새가 푹 밴다는 것은 불변의 진리가 아닐까 싶다.
비주얼만 보아도 저 사람이 무엇을 하는 사람이라는 것이 인식되어 진다는 것도 썩 유쾌한 일은 아닌 것 같다.
반대급부로 몇 십 년 동안 굴러먹던 곳에 냄새가 풍기지 않는다는 것도 좀 이상하지 아니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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