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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루묵의 애환

도루묵은 이름 자체부터 특별함이 붙어 있다.

흘러오는 썰에 의하면 도루묵이라는 이름은 조선조 임금 중 하나였던 선조때 붙혀졌다고 한다.

사연인즉, 임진왜란 때 선조가 왜놈들의 침략으로 도성을 떠나 의주로 피난을 하게 된다.

피난살이는 왕이나 백성이나 피곤했을 것이라 본다.

그 와중도 수라상은 올려야 되는데 거기에 묵이라는 생선이 등장하게 된다.

아주 맛있게 먹은 선조는 그 생선의 맛에 걸맞게 은어(銀魚)라고 칭하라 하게 된다.

이순신 장군 덕분에 임진왜란이 끝나게 되면서 환궁을 하게 된다.

선조는 피난 때 먹었던 묵이란 생선이 너무 그리워서 다시 한 번 먹자고 하명을 했다.

그런데 배고팠을 때 먹었던 음식과 배에 기름기가 찼을 때의 음식은 사뭇 다른 법, 아무리 맛있게 먹으려 해도 옛날 맛이 안나는 게 아닌가.

해서 선조는 그 생선을 대상으로 “은어가 아니라 도로 묵이라 해라.” 해서 도루묵이 되었다는 설이다.

도루묵은 중부 동해안에 나는 특산 수산물이다.

지방질이 많지 않아서 엄청나게 담백하며 타 생선에 비하여 엄청 연한 맛이 난다.

암컷 도루묵의 알은 더더욱 특별한 식감을 가지게 된다.

한때에는 암컷을 죄다 일본으로 수출하는 바람에 우리는 수컷만 먹었던 시절도 있었다.

지금을 경제가 어느 정도 발전하다보니 우리도 알 갖은 도루묵을 맛볼 수 있는 세상에 와 있다.

어찌하였던 다른 생선에서 도저히 맛 볼 수 없는 독특한 수산물이라 보면 될 것이다.

생산은 주로 초겨울부터 봄 직전까지 이루어진다고 본다.

특히 산란철이 초겨울이 되다보니 그때에는 도루묵이 엄청 많이 잡히게 되면서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게 된다.

찌개로 만들어 먹어도 좋고 튀겨먹거나 구어 먹어도 제 맛이 나는 생선이다.

얭미리와 함께 동해안 겨울철 별미의 생선으로 단연 각광을 받고 있다고 본다.

어제의 일이다.

모처럼 나 홀로 내곡동 축협 마트에 가서 장을 보고 있었다.

수산물 코너에 갔는데 도루묵이 랩에 싸여 있는데 갑자기 먹고 싶은 충동을 느껴 장바구니에 담았다.

그것까지는 좋았다.

집에 와서 마누라에게 요리를 해 달라고 한 것 까지는 좋았다.

그런데 그걸 손질하던 마누라가 역정을 내면서 잔소리를 하기 시작하였다.

왜 이런 생선을 사 와서 남을 괴롭히냐는 것이다.

듣고 보니 그것도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

그것까지는 수긍할 수 있었는데 이번에는 2차 잔소리가 미어져나왔다.

어떻게 사왔는데 이렇게 맛이 가기 일보직전의 생선을 사왔냐는 것이다.

이번에는 내가 반격했다.

“아니 생선은 그날 받아서 그날 손질해서 파는 게 아니냐.

당연히 그 도루묵은 싱싱한 것이라 보았다.”라고 했더니

되돌아 온 대답이 “당신을 이런 걸 살 때 유통기한도 안보냐?”라는 것이다.

“아니 생물 생선에 유통기한이 어디 있느냐?”라고 반격을 하였다.

그렇지만 포장지에 유통기한이 찍혔는지 확인해 보지도 않았다.

혹시 확인했다가 그 기한이 찍혔으면 3차로 핀잔을 받을 것 같아서 그냥 죽어버렸다.

차후 내 사전에 도루묵 사오는 것은 없을 것이라 다짐을 하고 억지로 마무리 했다.

선조의 도루묵이 아니라 조규전의 도루묵이 된 셈이다.

세상에서 남의 일이란 없는 것을 절실히 깨달은 순간이었다.

사진의 도루묵 찌게가 바로 앞에서 출현했던 것으로 만든 것이다.

비쥬얼상으로 그럴싸한데 실제 맛은 어땠을까요.

상하기 일보직전의 것이라 끼림직했는데 맛을 보니 그런대로 먹을 만한 것으로 판단되었다.

결자해지 차원에서 맛이 좀 갔다하더라도 내가 맛있게 먹는 도리밖에 없을 것 같다.

오늘 아침의 주 메뉴는 사연 많은 도루묵 찌게가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