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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이면 늦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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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이면 늦으리
우리는 반만년동안 천천히, 그것도 아주 천천히 농경중심의 문화를 일구면서 살아왔다.
봄이 되면 밭을 갈고 씨를 뿌리고 가을이면 추수하여 겨울을 지내는 구조로 되어왔다.
농경문화가 되다보니 자연스럽게 한 곳에 머물러 사는 정주생활을 하게 된다.
인간생활에 필요한 물건은 거의 자급자족을 하는 방식을 취했다.
심지어 자기가 사는 집도 자기 스스로 지어서 살았다는 것이다.
오천년의 장구한 세월동안 고이 간직했던 문화가 어느 날 확 바뀌게 된다.
집은 집을 전문으로 하는 사람이 짓고, 빨래는 손에서 기계로 하면, 마차는 승용차로 바뀌게 된다.
예전에는 상상도 못하던 세계가 현실화 되고 있는 것이다.
폭발적으로 변하는 시대가 이렇게 갑자기 그리고 빨리 올 줄 몰랐다는 것이다.
물질적인 변화가 상상을 초월하는데 비례하여 정신적인 세계도 따라서 변하게 된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빨리빨리 문화가 아닐까 싶다.
과거 농경사회에서는 봄이 되면 씨앗을 뿌렸다.
이 씨앗은 오늘 뿌려도 되고 내일 뿌려도 되며 그 다음날 뿌려도 큰 문제가 없었다.
밭을 매는 것도 비가 오면 자연스럽게 순연되었다.
타이밍 때문에 문제 될게 거의 없었던 시절이다.
그러던 것이 요즘 시대에 들어오면서 획기적으로 달라지기 시작한다.
과거에 계절이나 달, 날을 가지고 가름하던 시대가 이제는 분 초를 따지는 시대로 변한 것이다.
단적인 예로 동사무소에서 민원서류를 떼 보면 그 서류 하단에 몇 년 몇 월 며칠 몇 시 몇 분까지 기록된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어제가 다르고 오늘이 다른 세계를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몇 분 전이 다르고 그 후가 달라지는 세상을 살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생겨난 것이 빨리빨리 문화인 것이다.
오늘 남보다 한 발 늦으면 아무 꼴도 안 되는 세상에 던져진 것이다.
분 초를 따져가면서 살아가는 세상에 살다보니 그만큼 생활이 각박해 진 것이다.
단적으로 과거에 자명종의 시간을 세팅해 놓으면 그 시간대에 울렸지만 지금에 스마트폰으로 세팅을 해 보면 몇 분까지 설정해 놓을 수 있는 세상이 된 것이다.
내일이면 늦으리의 세상이 된 것이다.
아무리 빠리빠리 살아가는 사람도 이런 세상을 제대로 적응하기에는 한계가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이런 문화를 팽개치고 살아가기에는 문제가 있는 것이다.
남들은 한 참 앞으로 치고 나가는데 후발주자가 되어서는 아무 꼴도 안 되는 세상에 온 것이다.
물론 남들이 뛴다고 해서 무작정 뛰라는 것은 아니다.
적어도 인생의 중심의 축을 자신으로 해 놓고 사는 것이 중요하지만 그렇게 살다보면 뜻대로 안되는 경우가 더 많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인생을 즐기면서 살기 위해서는 적어도 시간과 세월을 쫒기면서 살아서는 안 된다는 것쯤은 다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세계는 어디에 가도 분 초 단위로 세팅해 놓고 있으면서 모든 사람들이 그 바운다리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하고 있다.
예를 들어서 하루에 몇 백만 원짜리 호텔에서 묵는다 하여도 퇴실 시점은 정확하게 지켜주어야 하는 것이다.
결국 시간이 옥죄는 세상에 우리는 던져진 것이다.
그리고 그 시간 내에 빨리빨리 일 처리를 해야지만 먹고 살 수 있는 세상에 온 것이다.
그런 생활을 벗어 던지고 하루라도 여유롭게 살기를 원한다면 보따리를 싸 가지고 전기도 텔레비전도 없는 산속으로 들어가는 수 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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