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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목의 뼈(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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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윤기
작성일 2020-01-09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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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목의 뼈
바람소리/김윤기
11월 중순
세상사 썰렁해질 쯤
늙은 느티나무 꽉 끼던 옷을 벗고 헐렁해졌다.
벗을수록 드러나는 뻣뻣한 육즙
연륜은 굳어 뼈가 된다.
11월 하순
물먹은 강바람에 잔가지 몇 더 내준다.
헐렁해질수록 더 견고해 지는 뼈
육즙보다 뼈가 더 무겁다.
툭 하면 기침하던 뼈가 멀쩡해진다.
꼿꼿한 근성 덕인지
물컹물컹한 살점 줘다 버린 덕인지
12월 초
뼛속에서 거물거리던 적막이 팽창한다.
폭풍 전야 같은 침묵을 즐기고 있는 태연한 뼈
이성을 초탈한 감성의 무지함.
야속할 만큼 위태롭다.
낡고 헐거운 것에 대한 애착본능
스멀스멀 싹이 돋는다.
마지막 계절은 온통 차갑고 목마르거늘
한없이 차디찰 겨울 문(門)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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