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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국화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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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윤기 작성일 2019-12-02 10:07 댓글 7건 조회 824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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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국화여!

 

                          바람소리/김윤기

 

썩을 몸, 흙에 내어주고 티끌 같은 씨알에 넋을 담았던 이여!

후미진 들녘 한켠으로 무심결에 튕겨져 나와

질박한 흙내에 뿌리 내리고

땅의 기색 울긋불긋 저물어가는 날

꽃잎 열었구나.

 

남치마 자락 살포시 걷어 올리고 하얀 보선 발로 지르밟은 햇살에

무딘 오감이 파릇이 돋아나는 시간, 임이여!

이별로 절망했던 시간을 잊자구나

청명한 밤하늘 넓은 뜨락에 빛나는 별빛처럼 바라만 보아도

벅찬 눈물로 가득 하거늘

서럽도록 아름다운 그리움 하나면 너와 나의 인연 곱지 않을까.

 

풀잎 쓰다듬는 한자락 바람결에도 가을은 깊어가고

그대 몸짓 하나에도 서러워 지는 것이 어찌 슬픔일까.

허름한 빈 의자에 걸터앉아 바람과 어울려 흘러가는

저 아찔한 풍경을 바라보는 이 시간이야말로

너와 내가 하나로 동화되어 외롭지 않은 길나선

서럽도록 행복한 여행이 아니겠느냐

 

고독한 이 빈 공간을 채우고 또 채워가는 그리움이

긴 세월 담아왔던 너와 나의 사랑이

바람결에 곰삭아가는

잔잔한 침묵이 아니겠느냐.

 

************************************************** 

그 누군가 몹시 그립다는 것은

얼마나 황홀한 서러움이더냐.

못내 그리워 외로워지는 날, 나에게 있다는 것은

얼마나 아찔한 행복이더냐

아찔한 이 고독을 사랑하듯 나는

이 계절에 피는 꽃들과

떨어지는 나뭇잎 하나까지 애틋이 사랑하여

가슴에 담아두리.



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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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단파파님의 댓글

어단파파 작성일

".. 황홀한 서러움.."과 ".. 아찔한 행복.."을 준비하고
이 시를 읊어야겠습니다.
깊어가는 가을, 허름한 빈 의자에 걸터앉아 후미진 곳에 핀 들국화를 연상하며 
이별로 절망했던 옛 연인을 생각하고 서럽도록 아름다운 그리움을
곱 삭이는 시인의 독백..
아~ 나 또한 잔잔한 침묵에 빠져듭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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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기님의 댓글의 댓글

김윤기 작성일

주시는 말씀 하나 하나 늘 和答이시니 큰 힘이됩니다.
감사합니다.
겨울로 접어든 바람이 차갑기만합니다.
늘 건강하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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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포님의 댓글

에이포 작성일

못내 그리워 외로워지는 날,
나에게 있다는 것은
얼마나 아찔한 행복(?)이더냐
콧끝이 찡~~해 더는 못 읽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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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기님의 댓글의 댓글

김윤기 작성일

어렵고 급한 부탁에도 역사에 길이 남을 멋진 祝詩를 보내주심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강릉에 오시면 필히 연락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한끼 나누고 싶어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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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포님의 댓글의 댓글

에이포 작성일

네 선배님.
90년사 발간에 뭔가 작은 보탬이라도 하고 싶었는데
작은 보탬에 큰 영광을 주셔서 제가 오히려 감사합니다. 
금만간 꼭 내려가서 편집진에게 밥한끼 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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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교님의 댓글

정호교 작성일

화려한 꽃들의 향연이 끝나갈 무렵
내집도 아닌 들과 야산에 잡초처럼 자라나 보라색 꽃잎으로 살포시 지나는 이들의 시선을 끄는꽃

고독한 이 빈공간을 채우고 또채워가는 그리움이
긴세월 담아왔던 너와 나의 사랑이
바람결에 곰삭아가는 잔잔한 침묵이 아니겠느냐
아!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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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기님의 댓글의 댓글

김윤기 작성일

늘 어여삐 봐 주시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감기조심 하시고 늘 건강 하시길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