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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랄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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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조규전 작성일 2019-03-24 07:13 댓글 2건 조회 1,056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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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랄금이
 

이 단어를 알고 있는 사람은 흔치 않으리라 본다.

알고 있다 하여도 사용되지 않은 만큼 긴가민가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언어란 쓰이지 않으면 잊혀지게 돼 있는 것이 정설인가 부다.

반대로 이 세상에 없던 언어도 만들어 질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컴퓨터나 인터넷 용어를 통해서 생생하게 맛보고 있다.

 

과거에는 언어 자체가 지금처럼 이렇게 많을 필요가 없었다.

인간 간에 의사소통이나 감정전달만 잘 되면 훌륭한 언어로서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그러던 차에 문화와 문명이 발달하면서 예전에 없었던 많은 물건들이 나오면서 무수히 많은 명사들이 탄생하면서 그것을 이용하는 과정에서 또 다른 언어들이 파생하게 된다.

거기에다 세계가 한 통속으로 돌아가다 보니 남의 나라 언어도 자연스럽게 우리가 사용하면서 언어의 영역은 점점 더 넓어지고 있다.

 

그러다 보니 현대판 언어 자체가 홍수처럼 많이 몰려오는 가운데 과거 우리가 사용했던 말들은 자연스럽게 뒷켠으로 물러나는 형국이 발생된다.

우리 강릉지방은 대관령을 기점으로 해안가에 위치함으로서 지리적 영향으로 독특한 문화가 발달하게 된다.

그 문화 중 백미가 고유한 전통의 언어문화가 아닐까 싶다.

한때에는 강릉 사투리 자체가 촌스러움을 표현하는 방편으로 사용되었을는지 모르지만 지금 와서는 강릉을 가장 강릉답게 만드는 무형의 문화가 되었다고 본다.

 

몇 천 년을 갈고 다듬어진 강릉의 언어문화가 점점 사라진다는 것은 강릉의 색깔이 점점 엷어진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렇다고 장롱 속에 있던 언어를 일부러 꺼내 쓰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아니 꺼내 쓰는 것도 나쁘지는 않으리라 본다.

어떻게 만든 언어문화인데 이것을 하루아침에 버린다는 것은 우리의 소중함을 간과하는 행동이라 볼 수 있을 것이다.

 

아침에 잠이 안와서 뒤척뒤척 하는 가운데서 언뜻 떠오른 단어가 있었으니 다름 아닌 지랄금이라는 단어였다.

나이를 먹으면 자연스럽게 과거로 회귀하는 성향이 있다고들 하는데 그 이유를 조금은 알 듯 싶다.

이 시대에 지랄금이는 쓰고 싶어도 쓸 데가 없는 단어가 돼 버렸다.

과거에 그렇게 많이 쓰였고 그 의미도 대단했던 지랄금이가 이 시대에 들어와서 사용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우리의 생활습성이 바뀌었기 때문일 것이다.

 

과거에 지랄금이는 관혼상제 중에 혼례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본다.

혼례 때 신랑 집에서 신부 집으로 선물한 음식을 지랄금이라 칭하였다.

당시에는 그 용어가 엄청 중요시 됨은 물론 의미심장한 뜻으로 인식되었을 터인데 지금 와 들여다보면 좀 그런 느낌도 들어간다.

어찌하였던 인간이 살아가면서 가장 중요시 했던 혼례에 백미로 사용되었던 지랄금이가 이제는 자취를 감추어 버렸다.

 

필자의 집에는 기계가 아닌 자구를 가지고 판 함지가 하나 있었다.

바로 위에 제시된 함지다.

이 함지가 지랄금이를 가지고 갈 때 훌륭한 도구로 사용되었다는 것이다.

보통 지랄금이는 사대부가 아닌 하부계층에서 주로 떡을 많이 선호했던 기억이 난다.

지금은 박스에다 비닐로 하나하나 포장해서 반듯하게 이동했지만 과거에는 그런 것이 없었다.

그런데 그런 함지도 아무 집에서 다 가지고 있었던 것은 아닌 모양이었다.

해서 동네 혼사가 발생되면 지랄금이를 나르기 위하여 우리 집에 있었던 위 사진의 함지가 숱하게 이용되었던 기억이 가물가물 난다.

 

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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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병호님의 댓글

공병호 작성일


길(질)알급
함지박의 색깔은 대부분 밤색이였지요 주토를 칠해서...
옛날에 혼사집이 있으면 부조를 떡 한 말 함지박에 담아 지고 가던 때
가 그립습니다  소주 됫병 하나를 들고 오는사람도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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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규전님의 댓글

조규전 작성일

선배님, 잘 지내고 계시나요.
제가 이 글을 쓰면서 가장 고심했던 내용 중 하나가 사투리에도 표준말이 있을까 하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쓴 것은 발음 나는 대로 '지랄금이'라고 했는데
여러가지 발음으로 사용될 수 있다고 봅니다.
사투리는 그 지방에서도 또 분화될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
지금같으면 사투리도 표준말로 쓸 수 있도록 하겠지만 사용하지도 않은 언어를 굳이 특정한 틀에 박아 놓을 이유는 크게 없을 것 같습니다.
하여간 지랄금이를 나르기 위해서 용기가 필요했고 그 용기 중에 하나가 사진에 붙여진 함지였다는 것은 거의 정설에 가까우리라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