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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는 왜 혼자 밥을 먹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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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조규전 작성일 2018-11-22 09:00 댓글 0건 조회 620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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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저씨는 왜 혼자 밥을 먹쑤? 2

 

종업원이 안내를 해 주는 자리에 앉았다.

창밖이 제대로 보이는 구석자리이다.

먼 산은 가을 특유의 뿌연 물질로 가득 차 있다.

거기에다 남향인 관계로 역광이 되다보니 더더욱 만추의 맛을 더 느낄 수 있다.

주변 잔디밭은 푸르름보다는 누르름이 주류를 이루고 있고 그 사이에는 겨울잡초들이 왕성하게 기지개를 켜고 있는 모습이다.

코앞에 식물은 푸르르고 그 다음 장면에 나타나는 식물들은 나뭇잎이 다 떨어진 모습으로 다가 온다.

 

가까이 있는 산은 푸르름이 진하게 남아 있다.

그 다음 먼 곳에 산은 약간 흐릿한 모습이다.

순차적으로 산의 거리가 멀어짐에 따라 산도 점점 희미하게 다가온다.

거리의 원근법을 자연은 알아서 인간에게 제공해 주는 모습이다.

아니 인간의 시야가 원근을 찾아가는 모양새인지도 모른다.

어찌하였던 만추의 산은 그 어느 때에도 보지 못하는 묘하고 야릇한 장면을 우리에게 아낌없이 선사해 주고 있다.

아무리 오랫동안 보고 있어도 눈도 아프지 않고 싫증이 나지 않게 다가온다.

 

 

상냥한 종업원이 주문을 받으러 왔다.

예전에는 당연히 젊은 종업원이 주문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했으나 이제 는 그 조차도 부담스럽게 느껴진다.

메뉴가 어떻고 저떻고 이야기는 하는데 뭐가 무슨 말인지 분간이 잘 안 간다.

그래잖아도 서먹서먹한 분위기인데 종업원까지 다가와 잘 알아차리지도 못하는 언어를 통하여 주문을 받는다고 생각하니 더더욱 의기소침해진다.

내가 내 돈을 내고 밥을 먹으러 왔는데 남의 나라에 온 것 보다 더 좌불안석이 됐을까 하는 생각이 머리를 혼란스럽게 하고도 남는다.

양식집에 가서 가장 흔하게 먹을 수 있는 메뉴를 물어보았더니 그런 메뉴는 집어넣은 지 오래 되어서 없단다.

자신 있게 찾은 메뉴가 없다고 하니 더더욱 마음이 쪼그라들고 난감해지기 시작한다.

 

헐 수 없이 좀 찾아보고 다시 주문하겠노라 이야기하고 종업원과 거리를 두고 메뉴판을 살피기 시작했다.

메뉴판에는 온통 외국 요리들이 빼곡히 들어가 있다.

훑어보니 파스타와 스파게티 종류가 많이 있는 것처럼 보였다.

양식집인 관계로 당연히 외국명의 요리들이 차 있는 것은 기정사실일진대 이 마저도 별로 맘에 안 든다.

나이를 먹어서 나타나는 옹고집이랄까.

 

메뉴판에는 눈에 익은 음식명도 간혹 보이기는 하였다.

이름하여 스테이크인데 생각보다 훨씬 비싸게 매겨져 있다.

점심 한 끼를 그렇게 비싼 값으로 치른다는 것도 좀 그렇고, 혼자서 그런 고가의 음식을 먹는다는 것도 좀 그렇고, 지갑의 사정상에도 굳이 그럴 정도 까지는 아닌 것 같아서 다른 매뉴를 찾기 시작했다.

해서 낮 익은 스테이크는 단념을 하고 닭으로 된 요리를 먹기로 하고 종업원을 불렀다.

쪼르르 달려온 종업원에게 닭으로 된 요리를 주문하자 무슨 말을 하는데 뭐라는 뜻인지 이해가 잘 안 된다.

스프를 준다는 것인지 셀러드를 준다는 것인지 명확하게 전달이 안 된다.

어찌하였던 우여곡절 끝에 주문에 들어갔다.

양식집인 만큼 요리를 만드는데 시간이 좀 필요한 것 같다.

그렇다고 주방만 처다 본다는 것도 모양새가 그렇고 한 터인지라 창밖을 중점적으로 내다 볼 수 밖에 없는 처지였다.

-다음에 제 3탄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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