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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에서 길을 묻다 118 - '첫사랑주의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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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에이포 작성일 2018-11-21 13:20 댓글 6건 조회 822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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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 모 일간신문의 일기예보 기사 소제목은 첫사랑주의보라는 표현으로 첫눈 소식을 전했다. 첫사랑과 첫눈을 절묘하게 매치시킨 것으로 보아 참 낭만적이고 마음이 따뜻한 친구가 기사를 썼구나 하는 생각을 갖게한다.    

누군가에게는 아름다운 추억일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는 아픈 기억일 수도 있지만 첫눈, 첫 만남, 첫사랑, 첫 키쓰...첫 자는 누구에게나 언제나 설레임과 애틋함을 안겨준다.   

나의 친구는 만난 지 몇 번 밖에 되지 않은 어느 첫눈이 내리는 날, 분위기를 틈타 느닷없이 첫 키쓰를 시도했다가 입술을 물리는 바람에 평생을 첫눈만 내리면 입술이 얼얼해지는 트라우마에 시달린다는 엄살 섞인 아픈(?) 기억을 갖고 있기도 하고...  

참 없던 시절, 첫눈이 내린 날 장갑이 없어 맨손으로 데이트를 나갔는데 얼음장처럼 차디찬 나의 손을 가슴에 품어 덥혀주던 참 고운 추억의 사랑이 있었다.

이후, 한동안 다시 한 번 그 따스함을 기대를 하며 장갑을 사 놓고도 맨손으로 데이트를 나가곤 했는데 상습적임을 눈치를 채고 이후로 그녀는 그 일(?)을 허용하지 않았다  

하지만 두고두고 첫눈 내린 날 있었던 그 일이 눈시울이 시큼해질 만큼 갸륵하고 고마워 덜컥 더불어 겨울나무로 살아가기로 한다.   

그날, 그리고 그럴 수 없이 포근하고 따스했던 그 겨울의 기억은 늦가을 빈 들판이 첫눈에 덮여가듯 가물가물해 가고, 2월의 동백꽃처럼 수줍고 곱던 아내는 거친 세월을 훑고 지나오느라 지금은 앙칼진 한 마리 치타가 되어있다 

올해 첫눈 내리는 날, 아니면 온 천지가 하얀 눈으로 덮힌 어느 겨울날, 기억을 더듬어 옛 시절의 그 언덕길을 따라 함께 다시 한 번 걸으며 지친 영혼을 힐링하고 사랑의 온도를 높여볼 요량이다.

“아, 아, 다시 한번 알려드립니다.오늘 한반도 전역에 첫사랑주의보가 내려졌습니다.”  

   

 

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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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규전님의 댓글

조규전 작성일

선배님의 글을 읽고
이내 창 밖을 바라보았습니다.
혹시 눈발이라도 날리지 않을까 하고요.
금방이라도 눈 발이 내릴 듯 한 날씹니다.
문득 옛날 생각도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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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포님의 댓글의 댓글

에이포 작성일

누구에게나 첫눈에 대한 잊지못할 추억이 있지요.
지고지순하고 아름다웠으리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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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일님의 댓글

365일 작성일

고 스톱에서도 첫뻑은 돈 준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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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포님의 댓글

에이포 작성일

첫뻑이 있었던 것을 미처 몰랐군.
어깨너머로 보니 현금 박치기던데... 하여튼...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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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단파파님의 댓글

어단파파 작성일

".. 첫눈이 내리는 날 안동역 앞에서
만나자고 약속한 사람.."
진성의 노래 '안동역에서' 틀 흥얼거립니다.
음치이긴 하지만..^^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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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포님의 댓글의 댓글

에이포 작성일

선배님 대관령에는 지금 첫눈이 내린다는 소식입니다.
음치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사모님 감동 받으시도록 자신감 있게 멋지게 뽑으십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