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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의 넝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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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윤기 작성일 2019-08-30 09:20 댓글 6건 조회 704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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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의 넝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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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가고 여름 나는데
그 붉은 핏방울 아직도 살아 흐르듯 하여
가시에 찔린 혈흔
차마 못 지웠노라

가시 돋은 육신의 행렬 푸른 넝쿨로 감싸 안고
비오는 날이나 해질녘에
그 누군가를 흠모했던 마른 기억을 주섬거리다
문뜩 떠오른 듯 붉디붉었던 그 열정을 그리워했노라

사랑했다는 것은
꽃과 바람을 흠모했던 실낙원의 죄명이다
해와 달 흘러가고 그 죄명 벗던 날
바람의 행적과 꽃의 행방을 잊기로 했다
생의 어느 한 곳도 푸르지 않았고 붉지 않았던 날 있었느뇨
들에 꽃피는 날 산에 꽃피고
산 위에 바람 불던 날 팔랑대던 
내 안의 나뭇잎들

사람아!
사랑했다는 것은
일만 번 계절이 오고 가도 다시 피지 않을 꽃이 아닌가
영겁의 시간 속에 떨어뜨린 붉디붉은
핏방울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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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소년일 때 어느 청순한 소녀를 사랑했다.
그 소녀가 숙녀가 되어 내 아내가 되었고
그 숙녀가 아이를 낳고 엄마가 되었다.
막내 아이 두돌 맞던 전 날 그 엄마는 꽃다운 청춘을 안고 눈을 감았다.
."하나님 나의 남편은 당신의 뜻을 따라 착하게 살고자 노력하셨던 분이었습니다.
이제 그 분을 이 세상에 두고 저는 떠납니다.
나의 남편을 하나님께 맡기오니 지켜 주소서" 
그리고 눈을 감았다. 

그녀의 고별 인사는 그러했다.

그리고 두 번 다시 그녀를 만나지 못했다.
영겁의 시간 속에 떨어진 그녀의 핏방울
살아있듯 선명한 그 핏방울
오늘도 여기에 나 있건만
분명히 있어야할 그 핏방울
지금
그 어디에 있음인가
천년이 가도 또다시 피어나지 못할
내 안의 영겁에 피 토하고 쓰러진 꽃이여!
날 사랑하기 위해 태어나
나의 운명을 하늘에 맡기고 떠난 이여!

 

  

 

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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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단파파님의 댓글

어단파파 작성일

첫 글부터 뭉클한채 다 읽고 나니
눈시울이 뜨겁습니다.
창밖에 핀 장미꽃을 물끄러미 바라봅니다.
슬퍼하지 마십시오!
이제 장미꽃은 피고 지는 게 아니라 이미 당신의 가슴속에
피어있습니다.
적어도 당신의 마음속에서 영원히
시들지 않을 겁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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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기님의 댓글의 댓글

김윤기 작성일

영겁의 어디쯤에서 한 번쯤 만나게 된다면 --- 막연한 기대감도 없진 않습니다.
답글 주심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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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욱빈님의 댓글

임욱빈 작성일

너무나 마음이 아파옵니다.
"그녀의 핏방울"로 오롯이 빛나는 시인의 詩語
더욱 빛을 발산할 것이라 봅니다.
존경합니다. 선배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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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기님의 댓글의 댓글

김윤기 작성일

情이란 무엇인지
세월은 흘러갔어도 쉽게 퇴색하지 않는 마음 하나 한구석에 남아있나 봅니다.
답글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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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포님의 댓글

에이포 작성일

가슴이 짠~해옵니다.
장미, 그 피빛보다 붉은 사유를 알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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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기님의 댓글의 댓글

김윤기 작성일

죽어 곷으로 태어났을 것 같은 - 지극히 주관적인 나의 관심이지만 막연히 믿게 되는 것이 상정이가 봅니다.
답글에 깊이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