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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천강 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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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석연2 작성일 2019-08-22 07:09 댓글 2건 조회 690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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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천강 연가

 

동해시 유일의 강, 전천강과 인연을 맺게 된건 작년 10월에 있었던 시민걷기대회에 참석하고 부터였다. 
 동해시민 다수가 참석한
전천강 걷기대회코스는 북평 강변야외공연장에서 출발하여
귀운 다리를 건너 북쪽 강변길을 걷다가 초록정에서 다시 강을 건너 원점회귀하는
6km거리로 길지도 짧지도 않은 알맞은 운동코스이다.

 

전천강은 임진왜란 당시 피아가 쏜 화살이 강물을 타고 흘러내렸다고 하여 화살 전()자를 붙여
전천강이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

전천강은 신흥골짜기에서부터 내려오는 신흥천과 두타산에서 발원한 냇물이 삼화동에서

합류하여 동해바다까지 이어지는 강이다.

산업이 발전하기 전에는 강물의 수량이 많아 취병산 앞으로 흐르는 냇가에서 천렵도 했으나
수량이 차츰 줄어들면서 강은 보기 싫을 정도로 변해 버렸다
.

다행히 시()에서 전천강의 환경을 되살리는 작업을 수년동안 실시하였고 이젠 시민들의
안락한 휴식공간으로 재탄생하게 되었다
.

 

전천강 둘레길을 찬찬히 살펴면서 걸어보면 흥미로운게 한두가지가 아니다.

강변 남쪽 제방뚝 길은 도로 옆으로 벚나무를 심어 낙엽 떨어지는 시기엔 꽃길이 된다.

빨강, 노랑, 녹색잎이 떨어져 길에 쌓이고 밤새 이슬이라도 내린 날 아침이면

오색 낙엽위에 영롱한 보석이 내려앉아 낙엽은 화려한 꽃이 되어 보는이 들의 탄성을 자아낸다.
낙엽이 꽃이 될줄이야.

 

귀운교에서 바라보는 취병산은 단풍의 절정만 있는게 아니다.

두타 청옥산에 머물던 구름이  취병산에 내려 앉으면 구름은 더 이상 아랫마을로 내려가지 못하고
비를 뿌리고 만다
. 산 높이보다 더 높이 떠 있는 구름인데도 말이다.

삼화동에 눈이 내리는 날, 쇄운리 구름다리 아랫마을은 눈 내린 흔적도 없다.

삼화지역과 그 아래지역의 상반된 기후현상은 동해시민이면 누구나 알고 있는바

실로 자연의 오묘함을 느끼지 않을수 없다.

귀운리(歸雲) 쇄운리(灑雲) 설운골(雪雲), 구름운()을 글자 사이에 끼워서 작명했던

옛 사람들의 혜안, 취병산을 바라보며 생각해본다

 

눈을 들어 고적대쪽을 바라보면 장엄한 산업시설 쌍용의 위용이 눈앞에 펼쳐진다.

쌍용시멘트 공장은 변변한 일자리가 없던 6~70년대 동해시민에겐 최고의 일자리였고

지금도 변함없이 좋은 직장임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일생을 한곳에서 열심히 일을 하며 자식들을 가르치고 행복을 추구했던 사람들이라면

패기에 넘쳐 가동되는 공장설비가 마냥 미더울뿐이리라.

 

북쪽 강변길 매화나무는 대한(大寒)을 코 앞에 두고 꽃을 피운다.

1월 중순부터 피기 시작한 홍매화는 2월 중순엔 꽃향기가 나면서 드디어 꿀벌이 모여들고
3월초엔 제 일을 다 했는지 사그러 들고 있다.

 

매화나무 1km길을 걷고 있으면 매화꽃 사열(査閱)을 하는 느낌이다.

1열 횡대로 서서 나를 바라보는 매화꽃은 영락없이 사열받는 졸병이고

나는 사열하는 지휘관이다. 군대에서도 누리지 못한 영광을 매화꽃길에서 누린다.

 

강기슭엔 갈대를 관리해서 물고기가 돌아왔고 청둥오리, 가마우지, 황새가 날아드니

이보다 더한 축복은 없을 듯 하다.

무심한 듯 보이는 오리네 가족은 실상 생존교육중이다.

아기오리가 물속으로 곤두박질한다.

아직 알에서 덜 깻는데도 저럴까 싶어 웃음만 나온다.

어미 오리는 멀리서 등을 돌리곤 못 본체 하고 있다.

생존은 혼자 익혀야 하는거야...어미다운 면모가 읽힌다.

말로 의사소통하는 사람과 몸으로 의사소통하는 짐승들이 기본적으로 살아가는데

다를게 무어 있을까 곰곰이 생각해 본다.

 

예쁘게 지은 아파트는 강변길을 지치지 않고 걷게한다.

아파트에 밝은 햇살이 쏟아지고 있으면 보는것만으로도 행복하다.

저 아파트에 사는 여인들은 화장을 하지 않아도 예쁠게야.

강변길 레미콘 공장도 시민들에게 한 몫을 한다

우중충 하기만 했던 시멘트 사이로(SILO)는 하늘색, 초록색, 노란색으로 선명하게

도색을 하였고 시원한 공기를 선사하는 듯 해서 고마움을 전하고 싶게한다.

 

강물을 유심히 보고있는 사람들이 있다.

검은 안경너머로 무엇이 보이는지 재빨리 낚시를 던졌다가 이내 릴을 감아 올린다.

팔뚝만한 연어가 잡혔다.채치기 낚시였다.

물속에서 잠행하는 연어를 가만히 보고 있다가 채치기 낚시로 낚아내는 기술.

그건 아무나 하는게 아니다. 민감한 순발력과 끈질긴 기다림과 하루종일 서 있어도

다리가 저리지 않을 체력이 함께 해야 가능한 고도의 재밋거리이다.

 

전천강 둘레길은 체력증진에 더 없이 좋은 시민의 공간이다.

거기에 더해서 자연과 일체가 되어 그동안에 알지 못했던 새로운 사실을

하나씩 깨달아 가는 멋도 함께 가져봐야지 싶다.

 

강변길을 한바퀴 돌아와 서쪽하늘을 바라본다.

두타 청옥 고적대가 늠름한 기상의 아버지라면

말없이 모든걸 품어주는 전천강은 내 어머니가 아닐까

 

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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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포님의 댓글

에이포 작성일

강물처럼 흐르는 문장에
전천강의 풍광이 한 눈에 그려지는 듯 합니다.
지금도 그 강에 은어가 올라오는지 궁굼하군요.
저녁무렵 노을속에 은빛 비늘을 반짝이며 낚시줄에 끌려 올라오던 아슴한 추억을 거슬러 올라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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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단파파님의 댓글

어단파파 작성일

67년~73년 초까지 그곳 북평에서 살았습니다.
은어 낚시, 하류엔 붕어, 잉어, 숭어 낚시..
밤낚시에 빠져 쌍용 통근버스를 놓치고 출근을 포기한 적도 있었네요.
그곳에서 태어난 큰아이가 직장(중등교사) 때문에 거기에 살아 
지금도 가끔씩 나갑니다.
좋은 글 읽으면서 옛 생각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