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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정 고무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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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 사변 직후 째지게도 가난했던 어린 시절,
시골마을에 8살 동갑내기 소년 셋이서 고개 넘어
書堂(서당) 엘 다니고 있었다.
매일같이 5리(2km) 길 넘는 곳을 다니면서
소이 어우닥질도 하고 그렇게 동문수학(?) 하며
우정을 키우고 있었던 그해 초여름,
한 소년이 다른 한 소년을 길 밖으로 밀쳤는데,
그만 넘어진 소년의 낡은 검정 고무신
뒤축이 찢어지고 말았다.
홀어머니만 계신 그 소년은 땅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땅을 치며 한껏 소리내 엉엉 울면서
"울 엄마 이 신을 아껴 아껴 신으라 했는데~~엉~엉"
大聲痛哭(대성통곡) 그대로였다.
당황한 다른 소년은 멈칫 멈 짓 하다가
자기 고무신 한쪽을 벗어 우는 소년에게 건네주면서
"내 것도 그만큼 찢어주면 되잖아 ~으 ㅇ"
"그래그래 그게 좋겠다"
또 다른 소년이 중재로 나섰다.
울던 소년이 받아든 고무신을 입으로 물어뜯어
정말로 찢어 놓았다.
이번엔 신발을 찢으라 했던 소년이 "엉 엉" 울기 시작했다.
중재했던 소년의 고무신은 진작에 엄지발가락이 삐죽이..
셋이서 "엉 엉 엉 흑 흑 흑.."
합창으로 울었다.
배고픔도 잊은 채 아까운 고무신짝 양손에 들고 뜀박질했던
그 친구들이 너무 보고 싶다. -어단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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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김남철님의 댓글
김남철 작성일
어단파파님은 훌륭한 꽁트 작가이시네요.
유머, 위트가 넘칩니다.
가히 재야 고수이십니다. 감축드립니다.
농사철이 시작되었는데 건강 조심하시고요,
유유자적 늘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꾸벅-
어단파파님의 댓글의 댓글
어단파파 작성일
과찬입니다, 후배님!
지난가을 여러 번 통화시도를 했던 것은
지천으로 열린 대봉감을 따다 곶감 좀 하시라 하였는데..
두루 안부 전합니다. ^*^
에이포님의 댓글
에이포 작성일
어른이 쓴 동화가 이처럼 아름다울 수 있다니요.
코끝을 시큼해 집니다.
그랬던 시절을 보내고 이풍진 세상을 만났으니
코로나가 휙하니 지나가면 내려 쏘겠습니다.
어단파파님의 댓글의 댓글
어단파파 작성일
허락 없이 "바로가기 복사"해 옮긴 건
검정 고무신 사진을 찾다가 에이포님(2017,7/17) 포스팅이 생각났습니다.
양해해주시리라 믿고~.^*^
에이포님의 댓글
에이포 작성일
당연히 저작권료 받겠습니다.
요즈음 현금이 안돌아
생감이나 홍시, 곶감으로도 받습니다. ㅎㅎ
어단파파님의 댓글의 댓글
어단파파 작성일
그정도라면..ㅎ
그런데 당랑권, 비풍권, 장권, 취권이라면 알겠는데
저작권은 잘 모르겠습니다.^*^
정호교님의 댓글
정호교 작성일
어린시절 고무신이 발인데 그걸 해졌으니
울지안을 그 누가 있으리오
추억어린 시절을 실감나게 표현한 선배님
좋은글 감사합니다
어단파파님의 댓글의 댓글
어단파파 작성일
오셨군요.
적어도 1년 동안은 등하교같이한 인연입니다.
36기방에 자주 들립니다.
詩文 이쪽으로 좀 올려주시지요.
반갑습니다, 후배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