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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문 문화예술

길 위에서 길을 묻다 154 - ‘그해 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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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에이포 작성일 2020-01-21 10:01 댓글 6건 조회 1,156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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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매들

질화로에 빙 둘러앉아

토실한 알밤 한줌 까서 묻고

도란도란 얘기꽃 피우던 설날 즈음
  

그 중 가장 실한 놈이었던 듯

덜 깐 알밤하나 속절없이 터지면서

불똥이며 재며 활화산 분출하듯 날려

지난 장 어렵사리 마련해 깐 새 비닐장판이며

설빔으로 사 입힌 다후다 점퍼에 구멍이 숭숭 나고 
 

머리위로 쏟아져 내린 잿가루 털어낼 사이도

그슬어 쩍 쩍 달라붙던 속눈썹 비빌 틈도 없이

우당탕탕 쫓겨났다가

땅거미 질 때를 기다려

고양이 걸음으로 돌아온 집 
 

질화로는 거름더미위에 반쪽 난 채 나뒹굴고

뒤 안 굴뚝 언저리는 온기조차 없는데   

문풍지 칼바람 털어내는 소리가 고요를 깨는

도장방에 잠입해 숨죽이고 있다가

가물거리는 등잔불 아래서

이불 뒤집어쓰고

동치미 시원한 국물 한사발로 놀랜 마음 달래며

턱없이 하얗게 보낸

그해 겨울


 주) 어린시절 설 명절이 다가오면 소 여물을 끓이던 이 가마솥에 물을 덥혀 목욕을 하곤했었지요. 이 가마솥은 정선군 임계면 도전리 깊은 골짜기 100년 더 된 한옥의 정지(?)에 걸린 것을 3년 전 우정 찾아가 스케치 했습니다. 목욕물이라지만 깍지가 둥둥 떠다니던 가마솥에 엣 정취가 그대로 묻어나면서 새록 새록 그 시절을 그리워하게 합니다.    



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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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단파파님의 댓글

어단파파 작성일

추억의 그림 보는듯합니다.
그랬을법한..

九十年史 축시 "百年의 숲 앞에서"
잘 읽었습니다.

설 잘 쇠 시고,
새해 더욱 파이팅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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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포님의 댓글

에이포 작성일

네 선배님. 감사합니다.
꽃피고 새우는 봄나면 내려가서 초당순두부  대접해 드리고 싶습니다. 
부디 건강하시고 즐거운 명절 되시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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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오락님의 댓글

해오락 작성일

임계면 도전리에서 큰 시인을 만들어 냈군요 ! "모래가 조개속에 들어가 진주를 만들 듯이" 그옛날
 어린시절의 아픔이 상처 이면서도 또한 별이 되네요.
 최돈열 시인,  강릉여고 강당에서 J,R,C 합창단 활동을  함께  하던 분이 당신이라니,  정말 반갑 습니다.
 춘천 한번 가는 길이 있다면 만나 커피 한잔 하며 옛 이야기를 나눕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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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포님의 댓글의 댓글

에이포 작성일

임계면 도전리는 두타산 밑에 있는 산간오지로 사진의 가마솥이 걸린 백년가옥이 있는 곳이고 나의 고향과 가까운 곳입니다. 또한 아픔이나 상처라기보다는 그리 할 수 만 있다면 다시 겪어보고 싶은 아름다운 추억이지요. 춘천에 오면 꼭 연락주어요. 어디 학창시절 JRC의 추억속으로 함 빠져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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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연2님의 댓글

김석연2 작성일

잿불냄새가 여기 까지 진동을 합니다 ㅎㅎ
대수롭지 않은 사건일테지만 어린시절 얼마나 놀랬을까?
주변정리 할 새도 없이 뛰쳐나간 아들은 하룻동안만 마음 졸였을테지만
어머니는 아들아이가 잘못된 길로 빠질가봐 평생을 마음 졸이며 사신건 아니었을까?
우리 엄마처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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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포님의 댓글

에이포 작성일

유년의 겨울에 누구나 한번쯤은 겪었을 픽션이기도 하고 논픽션이기도 하고...그렇습니다. ㅎㅎ
이를 달달 부딪쳐 가며 마시던 그 시원한 동치미믜 맛은 120% 논픽션으로 어찌 잊을 수 있겠는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