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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3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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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조규전 작성일 2019-12-31 09:02 댓글 0건 조회 609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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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31

아무리 생각해도 오늘은 범상치 않은 날이다.

창밖에 펼쳐지는 장면은 어제나 다름없다.

태양도 산에서 제 시간에 뜨고 날씨도 겨울답게 차갑게 내려앉는다.

어제 보였던 산천도 큰 차이 없이 오늘도 인간의 시선으로 다가온다.

하지만 많은 인간이 느끼는 오늘은 그냥 다가오는 오늘이 아닌 것 같다.

나만의 생각이라면 편견일 것이고 많은 사람들의 공통적인 생각이라면 중론이 될 것이다.

 

한해의 시작과 끝은 종이 한 장 차이보다 더 가깝다.

인간이 만들어 놓은 한 해의 잣대는 아무리 생각해도 좀 잘못 설정된 듯 한 느낌이다.

한 해를 넘기고 맞이하는 것은 한 순간이다.

오늘도 자정을 넘기는 순간 기해년에서 경자년으로 넘어가게 된다.

묵직했던 한해의 역사가 한 순간에 다음해로 넘어가는 순간을 보게 된다.

 

올해에도 많은 일을 했다.

그 일이 누구를 위한 일이던 간에 쉼 없이 움직이고 또 움직였다.

어떤 사람은 자신을 위해서 또 어떤 사람은 남을 위해서 또 어떤 사람은 아무 생각 없이 본능적으로 움직였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시간을 보내고 그 과정에서 하나하나의 움직임이 곧 우리 자신의 역사였다.

그 역사를 내 자신이 반추해 볼 수 있는 날이 오늘이 아닌가 싶다.

 

시월에 마지막 밤 보다 더 리얼한 밤이 오늘이 아닌가 싶다.

시월에 마지막 밤은 우리의 마음속에 있을는지 모르지만 오늘의 마지막 밤은 보신각 종소리에서 정점을 찍을는지도 모른다.

시월의 마지막 밤은 고요했던 우리의 감정의 저변을 휘저었다고 본다면 오늘 밤은 한해의 역사를 뒤돌아보게 하는 묵직한 날이 되지 않을까 싶다.

 

매사가 의미 없다고 생각하면 세상살이 자체가 늘어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조그마한 것에서부터 의미를 찾는다면 큰일에서는 터 큰 의미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매년 오는 1231일을 무슨 큰일이나 일어난 것처럼 호들갑을 떤다고 생각하면 호들갑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리라.

호들갑을 떨어서라도 지나가는 한 해를 반추해 보고자 하는 것이 많은 인간의 원초적 본능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그런 것을 대변해 주기라도 하듯 전국 지자체 마다 제야에 종을 울려 많은 사람들의 연말연초를 다시 한 번 일깨워 주는 행사를 하고 있다고 본다.

외부에서 인위적으로 자극을 받기에 앞서 우리 스스로가 자발적이고 자의적인 자극을 받을 수 있는 것 또한 의미 있으리라 본다.

 

어쩌면 오늘은 반성의 날인지도 모른다.

옛 사자성어에 一日三省이란 말이 나온다.

하루에 세 번씩 반성한다면 언젠가는 성인의 반열에 오를 수 있다는 이야기다.

세 번의 반성을 할 꺼리가 없는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별 의미 없는 이야기가 될는지 모르지만 그래도 반성을 하면서 살아가는 옛 성현들의 준엄한 메시지인지도 모른다.

일일삼성은 못한다하더라도 一年三省 정도는 하고 살아야 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어간다.

 

너무 앞만 바라보고 달려왔는지 모른다.

아니 뒤를 돌아봐야 별 볼일 없으니까 자연히 앞만 바라보고 살아가는지도 모른다.

뒤를 돌아볼 수 있을 정도의 업을 쌓은 사람은 올 한해를 반추할 맛을 느끼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은 또 의미 없는 한해가 가는구나 정도로 생각할 것이다.

의미가 있고 없고는 다 내 마음 속에 판단에 의하리라 본다.

없다고 생각하는 의미를 다시 끄집어 낼 수 있는 하루가 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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