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동문 문화예술
승용차, 도랑에 빠지다.
페이지 정보
본문
승용차, 도랑에 빠지다.
어이없다는 말이 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런 일이 일어났다는 게 믿어지지 않았다.
그런 일이 일어나지 말아야 하는데 눈을 뜨고 사건이 발생되었으니,
하지만 현실적으로 이미 일어난 일을 아무리 부정한 들 무슨 소용 있으랴.
차가 멀쩡히 가는가 싶었는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도랑에 처 박혀 있었다.
사건의 발단은 이렇다.
옥계 쪽에 볼일이 있어서 농로를 따라서 운전을 한 뒤 볼일을 보고 다시 리턴 하는 과정에서 일어났다.
농로라는데 경운기나 트랙터가 겨우 다닐 정도로 좁은 길에다 시멘트로 포장을 해 놓은 곳이 대부분이라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 도로도 농로인데 언덕이 좀 진 곳에 위치해 있었다.
좁은 농로인지라 달릴 수 있는 상황이나 처지도 아니었다.
조심스럽게 언덕을 올라와 평평한 곳으로 들어서는 순간 갑자기 차 밑이 드르륵 하더니 멈춰서는 게 아닌가.
멀쩡히 가던 차가 왜 이러냐 싶어서 창문을 내려 보니, 아뿔싸, 차가 도랑에 빠져 있을게 아닌가.
운전수 석 앞바퀴가 시멘트로 만들어 놓은 도랑에 빠지면서 앞 하부 부분이 도로에 닿아서 꼼짝달싹을 못할 지경에 놓였다.
이런 현상이 발생되게 만든 것은 순전히 운전을 한 운전수 잘못인 것이다.
어디가서 하소연 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보니 내 자신의 부주의와 함께 망가진 감각을 한탄하는 수 밖에 다른 방법이 없다.
일단은 쑤셔 박힌 차를 꺼내는 게 급선무인데 그 방법을 하나 찾아내긴 냈다.
처음에는 렉카차를 불러 견인하는 방식으로 생각을 했는데 그에 앞서 빼낼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해 보기로 하였다.
마치 트렁크에 삽이 실려 있어서 시멘트 농로 도랑 주변에 흙을 파서 앞바퀴 부분을 메우기 시작하였다.
흙이 차면 바퀴에 힘을 받아 올라올 줄 알았는데 이 생각은 너무 순진하게 빗나가고 말았다.
운전수 석 앞바퀴에 흙을 채워 넣었으나 힘을 받지 못하고 헛바퀴만 돌았다.
해서 주변에 비료푸대와 마대푸대를 긁어모아서 받힌 후 후진기어를 넣고 액셀러레이터를 밟았으나 여전히 헛바퀴만 돈다.
어쨌든 운전수석 앞바퀴에 마찰력이 생기도록 하면 될 것 같아서 트렁크에서 자키를 꺼내 앞부분을 들어 올리면 될 것 같아서 그것을 찾았으나 요즘 나온 차는 그런 도구 자체가 없었다.
예전 같으면 스페어타이어에 자키가 필수품으로 들어있었는데 스페어타이어도 없고 자키 비슷한 게 있긴 있었는데 무엇을 하는데 사용되는 것인지 알 수 도 없는 물체가 하나 있었다.
그러던 참에 뒤에서 따라오던 차가 하나 있었다.
해서 그 차 운전수에게 백으로 다시 돌아가서 다른 길로 가라고 말하였더니 그 운전수 왈, 뒤로 가서 다른 길로 가는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막다른 길이라 내 차가 빠지지 않으면 뒤차도 꼼짝없이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내차가 빠져있는 것도 애가 타는데 뒤차까지 염려를 해야 할 판이 되고 나니 처지가 점점 더 딱해지고 있었다.
할 수 없이 견인용 렉카차를 부르기로 했다.
들어놓은 보험회사에 연락을 했더니 다행히 연결이 되었다.
얼마나 좋은 세상인지 내 위치를 가르쳐주지도 않았는데 먼저 위치를 알고 있었다.
그리고 이내 주변 체인점 카 센터에 연락이 되어 출동하게 된다는 이야기를 하였다.
아니다 다를까 이내 동해시에 있는 모 카센터에서 연락이 왔다.
정확한 위치가 어디인지 어떤 상태로 빠졌는지 가르쳐 달라는 것이다.
마침 번지수는 알고 있던 참이라 그대로 가르쳐주고 빠진 모양새는 말로 표현하는 게 한계가 있어서 사진을 찍어서 보내주었다.
좀 있다가 카센터 사장님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앞에서 꺼내기가 좀 어려운 것 같으니 뒤고 갈 수 없냐는 것이다.
막다른 길이라 뒤로 갈 방법이 없다고 말씀을 드렸더니 좀 난감하다는 식으로 전화를 끊고 기다리라고 하였다.
그러던 차에 그 동네 주민 한 분이 올라오시면서 상황을 보시더니 밧줄을 구해가지고 오셨다.
내 차 뒷부분에 연결고리와 내 뒤차의 앞에 연결고리에 밧줄을 이어서 당겨보자는 것이었다.
실제로 그 방법이 현실적으로 차를 빼 내는 데는 아주 좋은 것 같았다.
앞 뒤차의 연결고리에 밧줄을 매고 난 뒤 뒤차는 당기고 내차는 백으로 기어를 넣고 움직여졌나 싶었는데 이내 차 앞바퀴가 도랑에서 빠져 나오는 게 아닌가.
빠져나오기 전 까지는 온갖 걱정과 염려가 켜켜이 쌓였었는데 빠지고 나니 한 순간에 이런 고민들이 해결되어 버린 것이다.
차가 도랑에 빠진 것을 인식한 순간에 억한 심정이 극적으로 긍정적인 방향으로 반전이 된 것이다.
뒷 차 운전수는 물론 밧줄을 가져오신 주민 분에게도 진정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달했다.
생각 같아서는 밥이라도 한 끼 사 드리고 싶은 심정이 굴뚝같았으나 처지가 여의치 않아서 마음속으로 새기고만 말아버렸다.
지금도 그 두 분께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달하는 바이다.
도랑에 채워 놓았던 흙은 다시 파서 원대복귀 시켰다.
문제가 해결된 상황에서 삽질을 해 보니 너무 쉽게 잘 되는 것이 아닌가.
몸은 가만히 있는데 삽이 알아서 움직이는 듯 싶다.
같은 삽질이지만 파서 채울 때는 땀이 찌질 거리면서 날뿐더러 신세타령까지 덧붙여졌었는데 원대복귀 시키는 삽질은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 같다.
같은 삽질인데 어떤 상황에서 일이 이루어지느냐에 따라 느끼는 강도는 하늘과 땅 차이라는 것을 확연히 알 수 있었다.
차를 빼내고 이내 동해에 있는 카 센터사장님께 전화를 드렸다.
그 사장님도 수고했다는 말을 잊지 않으셨다.
차를 빼 가지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집으로 오는데 왠지 뒤가 좀 꺼림직함을 느꼈다.
나중에 알고 보니 흙을 메우던 삽을 그대로 꽂아두고 온 것이다.
물에 빠진 사람을 구해 놓으니 자기 보따리 내 놓으라는 말이 오버렙된다.
어찌하였던 내 자신이 차를 몰다가 처음으로 경험한 큰 사건으로 기록될 것 같으면, 앞으로 좀 더 진중하게 운전을 해야겠다고 다짐하고 또 다짐하였다.
- 이전글길 위에서 길을 묻다 158 -(1) '因 緣' 20.03.17
- 다음글Well-Dying 연구. 사람은 어디로 가나? 20.03.13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