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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인문학 - 차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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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조규전 작성일 2020-03-13 08:59 댓글 1건 조회 1,069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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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경인문학 차경-
 

만리장성 밑에서 눈만 뜨면 장성을 바라보고 사는 사람,

스페인의 몬세라토 성당 밑에 살아가는 사람,

중국의 황산이나 장가계, 원가계를 바라보고 사는 사람,

베트남의 하롱베이를 바라보고 사는 사람,

이집트에 피라미드 밑에서 거주하고 있는 사람,

나이에가라, 빅토리아, 이구아수 폭포 근처에 사는 사람,

중국의 자금성을 바라보고 살아가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설악산 울산바위를 바라보고 살아가는 사람,

눈만 뜨면 한라산이 보이는 곳에서 살아가는 사람,

매일 동해바다에서 해 뜨는 장면을 바라보고 살아가는 사람,

서울의 한강변을 항상 바라보고 살아가는 사람,

모교의 히말라야시다를 자기 정원의 나무처럼 바라보고 살아가는 입암동 일부 주민,

뒷산이나 뒷 강물을 죄다 자기 것처럼 바라보고 살아가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바라만 보아도 신비스러움, 행복, 아름다움, 소중함, 경이로움, 장엄함이 샘솟는 곳

상상만 해도 그리움이 물씬 묻어나는 곳, 인간이 추구하는 이상향 같은 곳이 지구 어디인가는 곳곳에 있다는 것이다.

아니 우리 주변을 잘 살펴보아도 앞에서 열거한 것처럼 대단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자신의 취향에 맞는 경관이 펼쳐지는 곳이 있으리라 본다.

 

 

조경에서 상당히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기법 중 하나가 바로 차경이라는 것이다.

더 쉽게 풀이한다면 좋은 경관을 빌려서 쓴다는 것으로 이해하면 될 것이다.

실제로 아름다운 경관을 가진 곳 옆에 기거를 할 수 있다는 것도 하나의 혜택이라 보면 될 것 같다.

위에 열거한 것을 잘 살펴보면 차경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가를 헤아려 볼 수 있을 것이다.

 

조경에서 손 안대고 코 푸는 기법이 바로 차경(借景)이 아닐까 싶다.

주변경관을 아름답게 꾸미기 위하여 직접적인 비용을 치루지 않아도 된다.

밤낮으로 수목을 다듬고 김을 매고 나무를 심고 물과 비료를 주는 일을 하지 않아도 된다.

물론 차경을 안고 조경을 하기 위해서는 차경이 될 만 한 곳을 찾아야 할 것이다.

요는, 차경을 할 만 한 좋은 공간은 이미 선점되었을 가능성이 높거나 땅값이 올라있을 가능성이 많다는 것이다.

정원을 꾸미는 비용으로 땅값을 보상해 버릴 수 있는 우도 범할 수 있다고 본다.

 

차경은 과거부터 조경기법에 자연스럽게 이용되어 온 것은 다 아는 사실이다.

이 기법이 대중화되면서 차경이 될 만 한 곳의 지가는 오를대로 오른 것도 부인치 못한다.

우리나라 같은 경우 차경을 할 수 있는 가장 대중적인 곳이 강가나 바닷가로 꼽고 있다.

유명한 강가나 바닷가에 집을 지을 수 있는 곳에 땅값은 생각보다 훨씬 더 비싸다는 것도 알 사람은 다 알고 있다.

 

모든 사람들이 다 인식하는 차경도 있지만 자신만이 추구하는 경관의 세계를 찾는다면 거기에 맞는 곳을 찾으면 될 것이다.

산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산이 있는 곳에, 농촌의 경관을 추구한다면 드넓은 농촌 풍경이 펼쳐지는 곳에, 맑은 공기를 추구한다면 오염원이 발생되지 않는 곳을 찾으면 될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차경을 가장 확실하게 인식할 수 있는 곳을 꼽는다면 단연 제주도라 본다.

바다와 산을 동시에 볼 수 있을뿐더러 아열대 식물군을 그대로 접할 수 있는 좋은 곳이라 본다.

인간의 일상을 괴롭히는 오염원도 거의 없다.

단점이 있다면 내륙으로 오가기 위하여 비행기를 타야한다는 것을 제외한다면 그보다 더 좋은 차경의 대상은 없으리라 본다.

 

우리 강릉 같은 곳에서 차경을 제대로 맛 볼 수 있는 곳이 어디 있겠는가를 생각해 보면 답이 나오리라 본다.

혹 전원주택이나 아파트를 구입하는 분이 있다면 조경에서 말하는 차경 쪽도 염두에 두면 좋지 않을까 생각된다.

 

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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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연2님의 댓글

김석연2 작성일

집안마당에 정원을 만들어 분재나 잘 생긴 나무를 심어 관조(觀照)하는 즐거움을 가진다 해도
만산수목에 비견될까 창해 푸르름의 일부분에라도 미칠까.
앞산 정갈하게 정비된 산길을 걷다가 그것도 어딘가 부족해지면 코앞 바닷가에 자리를 잡고
 햇미역 감아 올리거나 다시마 줏어 돌장광에 널어 말리는 즐거움은 아무에게나 생기는게 아닌
동해바닷가에 적을 둔 사람들만 누리는 특혜가 아닐른지.
차경의 소중함을 모르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새롭게 각인시켜주는 글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