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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대산 선재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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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조규전50 작성일 2023-11-05 21:23 댓글 0건 조회 494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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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대산 선재길

 

 

알면 재미있다.

모르면 그냥 넘어 가는 것이다.

우리는 알기 위해서 공부라는 것을 한다.

그것을 더 체계적이고 논리적으로 접근하기 위하여 학교라는 곳으로 간다.

거기에 나오면 그 수준에서 알았다는 증표인 졸업장까지 준다.

 

 

안다는 것은 모름에서 헤어 나올 수 있는 한줄기 빛이나 마찬가지다.

몰라도 된다면 굳이 앎의 세계로 들어갈 필요성을 못 느낄 것이다.

많은 인간은 모름의 세계에서 앎의 세계로 갈려고 애를 쓰고 있는 것이다.

 

 

안다는 것은 그 세계를 볼 수 있는 능력을 가진다는 것이다.

그 세계라는 것은 자기가 추구하고자 하는 이상이자 목표점인지도 모른다.

돈을 벌고자 하는 자는 돈을 벌기 위한 방법을 알려고 노력할 것이고, 운동을 하는

 자는 그것을 잘 할 수 있는 방법과 계책을 알고자 함일 것이다.

 

 

인류는 끊임없이 앎과의 사투를 벌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코로나가 창궐했던 지난 몇 년 전에 그 코로나의 본성을 알려고 무진장 애를 썼다.

그리고 그 원리를 먼저 터득했던 다국적 제약업체가 해당 백신을 만들어 떼돈을 

벌었던 역사도 있었다.

먼저 아는 자가 그 세계를 쥐락펴락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남들이 이미 터득한 지식이나 식견을 본받기에 급급한지도 모른다.

남들이 터득한 이치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중생들이 태반은 넘으리라 본다.

남들은 새로운 이치를 만들어 내는 판에 자신은 남이 만들어 놓은 세상을 들여다

 볼 주변머리도 안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것이다.

그만큼 남보다 먼저 안다는 것은 어렵다는 것이다.

 

 

오대산 월정사에 그 위쪽에 있는 상원사까지는 거리가 10km가 조금 안 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금은 도로가 잘 나 있어서 온갖 차량들이 쉴 새 없이 들락날락하고 있다.

차량이 다니는 도로가 나기 전인 60여 년 전에는 신도, 수도자, 스님들은 월정사와

 상원사를 걸어 다녔었다고 한다.

 

 

단풍철만 되면 월정사에서 상원사까지 옛날 구도자들이 걸어 다녔던 길을 걸어 보기

 위하여 전국각지에서 모여든다.

구도를 위하여 모여드는 것이 아니라 그냥 단풍 구경을 하러 오는 것이다.

허구 많은 곳에 많은 단풍을 다 마다하고 굳이 오대산 월정사와 상원사로 오는 

이유가 뭣이 있겠는가.

이 길에 단풍이 유명한 것은 우람하게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죽죽 커 가는 전나무 

숲이 우선일 것이다.

거기다가 계곡을 만들면서 흐르는 물과 함께 주변에 각양각색의 나무들이 각자 

고유한 단풍을 선보이는 것도 크게 한 몫 하리라 본다.

 

 

그보다 더 큰 상징적 의미는 그 길 이름에서 나타난다.

월정사에서 상원사까지 걸어서 갈 수 있는 오솔길 이름이 선재길이다.

오대산 월정사에서 상원사 가는 오솔길을 선재길로 명명되면서 그 길이 일약 

유명세를 타게 된다.

남들이 선재길, 선재길 하니까 나도 그런 줄 알았다.

남과 같이 생각하면 그건 그냥 선재길에 불과한 것이다.

단풍철만 되면 오대산 선재길로 한 번 걸어봐야겠다는 것으로 끝날 일인 것이다.

 

 

아는 것이 그냥 그 길 이름인 선재길에서 단락되는 것이다.

그 수준에서 아는 사람은 그냥 단풍만 보고 사진이나 찍으면서 무수히 많은 인간 

사이에서 고생만 하다가 집으로 가게 되는 것이다.

갔다 와서는 인간 구경만 하고 왔다고 푸념을 하리라 본다.

왜 그런 것일까?

바로 善財길의 善財라는 깊은 뜻을 알지 못하고 갔기 때문일 것이다.

 

 

선재라는 이름은 불교 경전 중에서 화엄경에 나오는 동자(童子) 이름이라고 한다.

화엄경이라는 불교 경전에서 入法界品이라는 영역이 있는 모양이다.

여기에서 선재동자가 등장을 하는데 이 이름의 어원은 복을 받은 아이라고 하는데

 한자를 풀어보면 착한 재물이라는 뜻도 내포된 것 같다.

여기서 말하는 복이나 재물은 우리가 말하는 행운이나 돈의 개념과는 조금 다르지 

않을까 싶다.

이 선재동자는 선지식(스승, 깨달은 자)을 찾아 다녔던 어린 구도자였던 것이다.

화엄경에 보면 53명의 선지식을 찾아다니다가 마지막 보현보살을 만나 진리의 세

계로 들어갔다고 한다.

 

 

오대산 월정사 선재길을 명명한 것은 그냥 단풍이나 계곡구경을 하면서 탄성이나 지르지 

말고 그 길을 걷는 순간만큼은 구도의 길로 가 봄이 어떨까 하는데서 발로가 되었다고 본다.

그 길을 걷는 자는 종교야 어떻든 간에 수행이나 수양의 마음을 가지고 걷는다면 또 다른

 세계를 맛볼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모르기 때문에 그냥 단풍구경을 한 것으로 만족하였을 것이다.

선재길의 깊은 뜻을 알았던 사람은 어떤 마음으로 접근을 하였을 것인가 생각해 보면

 얼추 답이 나오리라 본다.

그냥 단풍이나 계곡만 보고 온 사람과 거기에 내면의 수양을 거치고 나온 사람의 삶이

 어떨 것인가를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라 되리라 본다.

그야말로 모르면 그냥 모르게 되는 것이다.

모르기 때문에 무식하게 보일 수 도 있는 것이다.

 

 

善財童子도 세상의 이치를 몰랐기에 안다고 생각한 53명의 선지식을 찾아 다녔던 

것이다.

 

 우리 자신도 잠시나마 선재동자의 입장이 되었다고 생각한다면 

그야말로 의미 있는 선재길이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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