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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 인생 30일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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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조규전50 작성일 2023-10-01 14:18 댓글 0건 조회 589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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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수 인생 30일째

 

 

 

인생사 경험보다 더 현실적인 것은 없다고 했다.

책에서, TV에서, U tube를 아무리 들여다봐도 거기서 보고 느낀 것은 눈과 

머릿속에서 끝날 뿐이다.

하지만 경험치는 눈과 머리, 그리고 가슴을 지나 손발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결국, 죽이 되던 밥이 되던 내 것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나의 백수 생활 30일이 지나고 있다.

지난 91일자로 백수의 카운터가 시작되었으니까 오늘이 딱 한 달째인 것이다.

그게 뭣 그렇게 큰 대수라고 이렇게 장황하게 글로까지 표현 하냐고 반문하시는

 분도 계실 것이다.

물론 그렇게 생각하시는 분은 그런 방향으로 살라갈 것이라 본다.

 

 

내가 대수로 생각하는 것이 남도 대수라 생각하지는 않는다.

남의 백수가 자신에게 절실히 다가올 리가 없는 것이다.

저도 백수가 되기 전에 나봐 앞서서 백수가 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노라면 완전히

 남의 이야기처럼

 들렸다.

막상 내가 백수의 처지가 돼 보니 그 상황이 녹녹치 않다는 것을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백수의 원 뜻을 알면 더더욱 실감이 나리라 본다.

백수 (白叟)는 노인이나 늙은이를 뜻한다고 한다.

직장이나 직업에서 정년이나 쫓겨나거나 은퇴하여 할 일이 없는 상태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원 뜻을 헤아려본다면 나이를 먹어서 더 이상 일 할 수 없는 상태의 인간을 일컫는

다고 보면 되지 않을까 

싶다.

 

 

인생 백세시대라고 많은 사람이 떠들고 다닌다.

좋게 말하면 장수를 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 긍정적인 표현이라 본다.

백수가 되었다는 것은 백세시대에 마지막 단계인 노년기(老年期)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그야말로 힘이 딸려서 할 일을 하지 못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장본인들이야 힘이 있다고 생각할는지 모르지만 주변에서는 노털로 인식을 해 

버린다는 것이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고 서양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했다.

같이 섞이고 엮이고 얽혀서 사는 것이 인간들의 삶에 속성이라는 것이다.

노년이 되었을 땐 유년기나 청년기, 장년기를 거치면서 다양한 경험을 한 세대이다.

이 정도 살았으면 자존감도 어느 정도 정착될 나이인 것이다.

과거에 자신이 영위했던 영화도 머릿속에 가득 남아 있는 나이이다.

 

 

그런데 현실은 냉혹하기 그지없게 전개된다.

백수가 되면 용도가 팍 줄어들게 된다.

특별한 기술이나 기능, 재능이 있으면 그것을 통하여 자신의 위상을 유지할 수

 있겠지만 그냥 평범하게

 일해서 밥 벌어 먹었던 사람들은 몸과 마음을 둘 곳이 없어진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알아주는 사람이 한 순간에 다 사라진다는 것이다.

마누라도 자식도 주변사람도 죄다 당사자 옆을 떠나는 것처럼 느껴지게 된다.

이 얼마나 서글픈 일인가.

 

 

백수가 된지 한 달이 되면서 많은 경험보다는 많은 생각을 하게 된 시간대였다.

특정일에 매 달렸다가 거기서 해방이 되었다는 생각도 많이 한다.

그건 자신을 달래려는 위안의 말이고, 현실은 과거에 경험했던 상황이 단절되

었다는데서 그 충격이 

크게 다가오는 것이다.

언젠가는 누구에게나 다 백수의 신세로 전락할 때가 있다고 본다.

백수가 되고 싶어서 애가 날 때 백수가 되었다면 그 백수는 행복한 축에 들어갈

 것이다.

 

 

특정일에 매달렸다가 나이가 차서 그 세계에서 방출된 사람들에게는 늘상 이런

 이야기가 화두가

 되었었다.

백수가 되었을 때 어떻게 대처를 해야 할 것인가를 현직에 있을 때 준비하라는 

이야기이다.

요는 현직에 있을 때에는 백수의 절박함이 전혀 와 닿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냥 피상적으로 백수가 되었을 때 그간 못했던 여행도 가고, 취미생활도 하고

전원생활도 해 보고봉사활동, 종교생활, 손자 돌보기, 자기개발 등 중에서 하나를

 하면 되겠거니를 생각한다는 것이다.

막상 백수가 되고 나니 바로 위에 열거했던 백수의 선택지를 내 것으로 만든다는

 것도 녹녹치 않다는 것을 확실히 알 수 있었다.

맨날 여행이나 하고 취미생활이나 하고 봉사활동을 하러 다닐 수는 없으리라 본다.

그렇다보니 백수의 인생이 결코 화려하게 펼쳐질 수 없음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아니, 위에 열거한 백수가 할 수 있는 일 중에서 자존감을 세워 줄 수 있는 일이라곤

 보이질 않는다.

몸만 움직인다고 인생 자체가 다 행복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성공한 유배(귀양)생활을 들어본 적은 무수히 많다.

운신의 폭을 대폭 줄여놓은 유배생활에서도 자신의 역량을 발휘하여 후세에 이름을

 남긴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하물며 자유스럽게 내 던져진 백수는 유배자보다 더 큰 역할을 할 수 있는 여건이 

주어진 것이다.

주변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백수의 인생이 빛났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거의 없는

 것 같다.

그 대열에 끼었다는 것 만 해도 자연스럽게 패배주의에 젖지 않을 수 없는 상황으로 

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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