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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환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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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환갑
제 아내가 올해 이달에 환갑을 맞이했다.
제가 환갑을 맞이했을 때 보다 더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아내와 처음 만났을 땐 푸릇푸릇한 20대 후반이었었는데 그때의 그 기억이 머릿속에
고착되다시피 하면서 지금까지 살아왔다.
그 당시, 다른 사람은 늙어갈지언정 그녀만큼은 안 늙을 줄 알았다.
그만큼 순진했다는 이야기다.
어느 날 자세히 보니까 그녀도 늙어가고 있었다.
깜작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늙지 않으리라는 신념으로 살아왔는데 현실에서는 늙어가는 모습이 역력히 보이는
데서는 할 말을 잃을 수 밖에 없었다.
어디 가서, 누구에게 하소연 할 일도 아니다 보니 더더욱 애가 날 뿐이다.
도대체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환갑이란 무엇이길래 이렇게 사람의 마음을 뒤숭숭
하게 만드는 것일까?
환갑의 어원은 태어난 뒤 다시 자신의 띠로 회귀되는 해를 의미하다고 한다.
그냥 때가 돼서 환갑을 맞이하였다면 너무 무심한 일이 아닐 수 없다고 본다.
누구나 다 자신의 환갑 일시는 이미 정해놓고 태어났으나 그걸 크게 염두에 두지
않고 살아 갈 뿐인 것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환갑을 맞이한 것이 마치 특정한 일이나 되는 것처럼 생각하는
것도 하나의 호들갑으로 보여질 수 도 있을 것이다.
때가 되면 당연히 맞이할 수 밖에 없는 환갑날이 왜 충격적으로 다가와야 하는 것인가?
그 기간까지 살아오는 과정에서는 온갖 고난과 역경이 있었다고 본다.
이로 인하여 세월이 너무 많이 까먹었다는 데 대해서 너무 허망함이 앞서서 그런지도
모를 것이다.
하지만, 저승에 가지 않고 이승에 머무르고 있다는 것만 해도 기적 같은 일이라 생각
하면 축하를 받을 만 한 날인지도 모른다.
어쩌면 환갑도 맞이해 보지 못하고 작고한 타인보다 상대적으로 축복받은 인생을
살았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런 긍정적인 메시지가 더 큰데도 불구하고 이를 맞이한 사람은 그렇지 않다는
데서 괴리감이 나오는 것이다.
과거 같으면 환갑까지 사는 것 자체가 대단한 일로 여겨졌다.
집안과 동네잔치가 벌어지지 않을 수 없는 환경이었다고 본다.
세월이 가고 사회가 변하고 문화가 달라지면서 환갑에 대한 인식도 많이 바뀌어 가고
있는 셈이다.
현대 사회의 풍조는 환갑 무렵에 은퇴를 시켜버리는 것이 정례화 되다시피 하고 있다.
은퇴를 했다는 것은 나이를 먹었다는 것이고 그 먹은 나이에 대하여 채근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는 것이다.
환갑이 되었다는 것은 인생말년으로 넘어가는 신호탄이라 본다.
인간의 수명이 짧던 시절에는 말년의 인생도 짧았다.
그 아쉬움을 조금이나마 달래주기 위하여 주변에서 많은 축하와 위로가 있었다.
그 시간까지 살았다는 것 자체도 축복이었기에 축하를 받아도 손색이 없었다는
것이다.
인간의 평균수명이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
죽고 싶어도 죽을 수 없는 세상으로 가고 있는 것이다.
그 변곡점에 환갑이 버티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자칫하다보면 환갑앓이를 할 가능성도 있을 것이다.
몸도 마음도 다 아파지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이걸 좀 상쇄시키기 위하여 우리는 여행 같은 것을 통하여 마음을 다른 데로 살짝
돌려서 그 고비를 넘기고자 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아내의 환갑잔치는 자식들의 십시일반의 조성작업으로 남항진의 모 횟집에서 조촐
하게 치러졌다.
이번 행사로 장본인의 환갑이 얼마나 더 빛이 났었을지는 잘 모르겠다.
빛남이 아니라 얼마나 위안이 될는지도 잘 모를 일이다.
많은 식구는 아니지만 가족끼리 오붓하게 자리를 같이 한 것 만 해도 잔잔한 추억의
한 장면으로 남았으리라 본다.
이 추억을 만들기 위하여 60년을 기다렸다고 보면 결코 허툰 잔치는 아니었으리라
보여진다.
이 이후에 더 멋있는 삶을 위하여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하여 고민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되어 버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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