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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리포 수목원 방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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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리포 수목원 방문기
지난 9월 7일(목)에 양양에 있는 친구와 함께 천리포수목원에 다녀왔다.
천리포수목원은 충남 태안군에 소재하는 천리포 해수욕장 바로 옆에 붙어 있다.
강릉에서 출발하여 찾아가는 것은 퍽이나 어려운 편이다.
차를 가지고 고속도로로만 쉬지 않고 달린다하여도 족히 5시간은 걸려야 할 판이다.
천리포, 태안, 당진, 서평택, 오산, 용인, 이천, 여주, 원주, 강릉으로 이어지는 고속
도로만 달려도 만만치 않은 거리와 시간을 들여야 한다.
큰마음 먹지 않고는 가볼래야 가 볼 수 없는 곳이기도 하다.
저는 조경과 원예 쪽에 전공을 가지고 있었음으로 가끔 가다가 그 곳을 들렸던 적은
있었다.
아무데서나 볼 수 없는 희귀한 수목과 조경 식물을 볼 수 있다는 것과 함께 내가 필요로
하는 유전자원을 좀 구할 수 없을까 하는 생각에서였다.
실제로 그런 유전자원을 구하려면 한 달에 만원에서 3만원 정도하는 회원에 가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자에게 유전자원이 될 수 있는 종자 같은 것을 보내 준다고 한다.
그렇게 탐나는 종자 유전자는 별로이고 식물체 자체를 구할 수 있다면 더 좋았을
터인데 그곳에 심겨진 유전자원을 번식시켜 판매하는 코너는 없었다.
고무나무, 다육식물, 열대식물같이 어디서 모종을 구입하여 소매를 하는 코너가
있긴 있었다.
그런 것을 가지고 타인을 유혹한다는 것은 많은 무리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 본다.
제법 가을 기운이 많이 감도는 9월7일에 보령해저터널을 지나 태안반도를 따라서
올라왔다.
시골이지만 도로는 4차선으로 너무나 잘 닦아 놓았다.
주중이라 차량도 많지 않고 날씨도 선선한데다 풍광이 강원도와 달리 야트막한
산으로 둘러 쌓여 있고 가끔은 도로 양쪽으로 바다가 펼쳐져 특이한 장면을 연출
하기도 하였다.
동해안에서는 접할 수 없는 분위기가 다가온다.
동해안은 한쪽은 섬 하나 없는 망망대해만 보이고 그 이면에는 오로지 높은 산 만
보이는 경관을 연출한다.
산과 바다밖에 보이지 않는 특징이 있다.
이런 곳만 주구장창 다니다가 얕은 산, 바다, 평야, 무수히 많이 떠 있는 섬 등이
다양하면서도 조화롭게 나타나는 장면이 특이하게 다가온다는 것이다.
대천해수욕장에서 한 시간 이상을 달려 다다른 곳이 천리포수목원이다.
그 주변에는 천리포해수욕장, 그 옆에 만리포해수욕장까지 있는 곳이라 보면 될
것이다.
태안반도 북쪽 끝 부분에 위치한다고 보면 될 것이다.
위도 상 강릉보다는 좀 아래쪽에 있기에 날씨도 더 따듯할 수 있을 것이라 추정된다.
게다가 바다와 직접 맞닿아 있기에 해양성 기후가 나타나면서 온화한 날씨가
주로 나타난다.
자연스럽게 식물분포가 내륙과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천리포수목원은 온대와 아열대 기후에서 전이점 정도 되는 곳이라 식물 다양성이
최고조로 분포된 곳이라 보면 될 것이다.
온대식물군은 우리가 일상적으로 볼 수 있는 현상이지만 아열대로 넘어가는
지점에 있는 식물은 보기가 좀 어려운 점도 있다.
이런 현상을 대표적으로 볼 수 있는 식물군이 동백, 호랑가시나무, 태산목,
홍가시나무, 목련 같은 부류가 아닐까 싶다.
이 식물원만이 가지는 스토리에서 특징적인 것은 설립자가 미국인이었다는 것이다.
그 분이 식물원을 만들기 위하여 한국을 찾은 것은 아니고 한국에서 직장생활을
하다가 이곳에 식생에 반해서 만들었다는 후일담도 있다.
그분의 전공이 식물 쪽도 아닌데 이런 발상을 하고 현실화시킨데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그 분 덕분에 우리나라 식물 유전자원의 중요성도 부각되고 그로 인하여 경향
각지에서 식물원이 만들어지는데 기폭제 역할을 했다고 본다.
저도 이 식물원을 서너 번 정도 방문했었다.
전공이 이쪽이 되다보니 자연스럽게 발걸음이 옮겨졌는지도 모른다.
아니 그보다 이 식물원이 타 식물원에 비하여 매력적인 면이 있어서 그럴 수 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나를 이 식물원으로 끌어들이는 마력을 가지고 있을 것인가.
첫째, 아열대 식물의 한계선의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호랑가시나무, 동백, 태산목, 목련, 홍가시나무 같은 경우 추위로 인하여 내륙
에서는 월동이 안 되는 식물들이다.
그런 나무들이 살아갈 수 있는 경계선이 바로 여기라는 것이다.
그게 뭐가 그리 대수냐고 반문하겠지만 식물이 어느 정도의 추위에서 견딜 수
있냐를 볼 수 있는 시금석 역할을 한다는데 방점이 찍히는 것이다.
둘째, 해안과 아주 접한 곳에 위치했다는 것이다.
보통 식물원은 내륙에 위치한 경우가 많이 있다.
아침고요수목원, 한택수목원, 봉평허브나라와 같이 유명세를 타는 식물원은
내륙에 위치한 경우가 많은데 여기는 제주의 여미지식물원처럼 바로 바다
옆에 붙어 있다는 것이다.
바다와 붙어 있음으로서 볼거리가 배로 늘어날 수 있는 강점이 있다고 본다.
셋째, 동해안에서의 분위기와 다른 세계를 맛 볼 수 있는 곳이다.
이쪽은 해가 산에서 떠서 바다로 지는 곳이다.
우리 동해안과는 반대의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런 곳에서 자라는 식물은 어떤 다른 점이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어가지
않을 수 없다.
넷째, 이 식물원을 구상하고 만든 이가 한국인이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나라에 존재하는 대부분의 식물원은 한국 사람의 관점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유독 이 식물원만 타국 출신의 관점에서 만들어진 만큼 우리의 생각과 시각이
다르게 나타난다는 것이다.
뚜렷하게 이게 무엇이다라고 이야기 할 수는 없지만 한국인의 사고방식과 다른
면을 가지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걸 볼 수 있는 능력 정도가 있어야 제대로 된 식물 전문가라고 이야기 할 수
있을 것이다.
천리포, 만리포 해수욕장과 붙어 있는 이 식물원은 그 전에 왔을 때 보다 많은
변화가 있어 보였다.
주차장과 입구부터가 예전에 있던 곳이 아니었다.
접근성도 좋게 할 뿐 더러 입장을 하고 난 뒤 자연스럽게 관람할 수 있도록 동선을
만들어 놓은 것 같다.
특히 해변을 따라서 만들어 놓은 산책로는 제주도의 올레 길을 연상할 정도이다.
시원스럽게 자란 해송 솔밭을 거닐 노라면 세상에 잡념이 잠시나마 피해 줄 것 같은
느낌도 들어간다.
관람 후 이 식물원에서 나는 식물들을 소개하고 판매하는 코너도 새로 만들어 놓은
것 같다.
그런데 거기서 판매하는 식물은 보통의 화원에서 볼 수 있는 것이 주력 종이었다.
왜 그러냐고 물었더니 이 식물원의 고유한 유전자원은 매당 10,000원에서 30,000
원씩 내는 회원들에게만 분양을 한다고 한다.
어찌하였던 천리포수목원은 타 수목원에 비하여 독특한 면이 있다는 것은 분명한
것 같다.
그걸 잘 볼 수 있는 사람은 이 수목원을 가장 매력적인 곳으로 인식하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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