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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봉평 메밀꽃 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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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봉평 메밀꽃 축제
지난 9월10일(일) 봉평 메밀꽃 축제에 다녀왔다.
저는 매년 이맘때엔 의도적으로 봉평 메밀꽃 축제에 구경을 간다.
매년 간다는 것은 거기에 안 가는 것 보다 가는 쪽에 뭔가 매력적인 부분이 더 크기
때문일 것이다.
매력 포인트가 무엇일 것인가에 대하여 자문자답도 해 본다.
평창은 강원도에서 시골 중에 시골이라는 것은 어느 정도 인식되고 있다.
좋게 말하면 산 좋고 물 맑고 인심 좋은 곳이다.
그 이면에는 사람들이 많이 살고 있지 않다는 것도 내포되었을 것이다.
사람이 많이 살지 않으니까 오염을 시키는 원인이 없고 그 덕분에 물 맑고 공기가
좋을 수 밖에 없는 구조로 된 것이다.
그런 곳에 특정 기간 동안 엄청난 사람들이 모여든다는 것은 특별한 일이 아닐 수 없
는 것이다.
봉평은 지형적으로 보아 깊은 산 중에 얼마간의 평평한 평지가 펼쳐지고 그 사이로
큰 개천이 흐르는 곳이다.
평지가 펼쳐지다보니 그 곳에서 농사를 지을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면서 예부터
사람들이 모여살기 시작한 곳이라 본다.
지금은 고랭지 농업이 발달했지만 과거에는 감자나 옥수수, 메밀 같은 전형적인
강원도 형태의 농업이 주종을 이루었을 것이다.
그런 곳에서 많은 사람들의 심금을 울려준 소설이 탄생하는 배경이 된 것이다.
보통사람들이 봤을 때 거기서 어떤 소설이 나온다는 것 자체가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할는지 모르지만 이효석이라는 걸출한 소설가는 전대미문의 소설을 엮었다.
그것도 가장 토속적 농작물인 메밀을 소설의 바탕으로 깔았다는데 더 높은 가치를
부여하는 것이다.
메밀꽃이 없었더라면 그 소설은 이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영감을 줄 수 없었을 것이다.
소설가 이효석은 메밀꽃을 예사로 보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 당시에 메밀꽃은 지금처럼 낭만적 농작물은 절대로 아니었을 것이다.
그야말로 목숨을 연명하기 위하여 재배하는 소위말해 구황식물이었던 것이다.
인간에게 절박했던 농작물인 메밀과 당시에 곤궁했던 생활상을 엮어서 ‘메밀꽃 필
무렵’이라는 역작을 남긴 것이다.
봉평의 메밀꽃 축제는 그냥 메밀꽃이나 보고 막국수나 먹고 장터 구경을 하는
그런 허접한 축제는 아니라 본다.
봉평의 애환이 그대로 녹아 있는 축제인데 그걸 제대로 인식하고 가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으리라 본다.
남들이 가니까 따라가는 부화뇌동식의 사고방식은 양식 있는 자들의 덕목은
아니라 본다.
조금만 신경을 쓰고 그 축제에 동참한다면 남들보다 훨씬 더 깊이 있고 고상한
축제의 한 장면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올해 메밀꽃 축제의 백미인 메밀농사의 작황은 엄청 좋았다.
기장조건도 좋았던 것 같고, 메밀 재배면적도 예년에 비해서 훨씬 더 넓게 보였다.
축제 기간 설정도 메밀꽃이 한 창 필 무렵과 절묘하게 맞아 떨어지면서 제대로 된
메밀꽃을 볼 수 있었다.
게다가 메밀꽃 축제가 계속 이어지면서 메밀 재배하는 기술도 상당히 향상되었으
리라 본다.
봉평면민의 풍요로운 경제생활을 증진할 수 있는 이 메밀꽃 축제의 역할은
지대하다고 본다.
올해 같은 경우 메밀꽃 작황이 좋음으로서 그야말로 소설 속에서 나오는 그
장면이 저절로 나타날 것 같은 느낌도 강하게 들어간다.
메밀꽃 축제장에 백미는 메밀꽃이 될 수 도 있겠지만 소설 속에 나오는 물레방앗간도
만만치 않은 장소임에는 틀림없다.
기왕 만들어 놓는 것, 옛 스타일이 물씬 나도록 만들어 놓으면 어떨까하는 생각도
들어간다.
물레방앗간이지만 물레방아 회전틀이 완전히 현대판이 되다보니 그냥 조경시설물
정도로 밖에 보이지 않고 방아도 그냥 디딜방아로 만들어져있다.
물론 물레방아를 그대로 재현해 놓으면 안전사고가 날 가능성도 있다지만 이것도
조그만 신경을 쓴다면 간단히 해결될 문제라 본다.
기왕 만들어 놓으려면 보는 순간 소설 속에 장면이 그대로 인식되도록 하는 것도
안목 있는 사람들이 해야 할 몫이라 본다.
정작 해 놓아야 할 것은 뒤로 미룬 채 물레방아 앞 쪽에 현대판 건물이 무수히
들어서고 있었다.
염불보다 잿밥에 더 관심이 있는 듯 한 모양새이다.
어중충한 물레방아간은 팽개치고 돈 나오는 현대판 건물에만 신경을 쓰는 듯하여
씁쓸하기 그지없는 상황을 보고 왔다.
봉평 메밀꽃 축제와 같이 그냥 보고 느끼고 즐기는 것을 벗어나 이효석이라는 걸출한
작가가 이 지방에서 태생되었다는데 대하여 의미를 두는 것이 마땅하리라 본다.
그런데 이효석이라는 분을 빙자하여 돈벌이에 급급하다면 이는 본말이 전도된 듯
한 인상을 지울 수 없게 될 것이다.
타 축제장과 별반 차이가 없어진다면 봉평 메밀꽃 축제도 그 속에 들어있는 심오한
가치를 상실할 가능성도 있지 않을까 싶다.
그래도 소프트웨어 쪽에서 약간의 머리 굴림이 있었다면 물레방앗간 옆에 있는
유료 포토존과 효석문학관으로 입장하는 사람들에게 메밀 꽃 필 무렵(1936. 조광)의
책자를 구입하면 그냥 들여보내 주는 프로그램은 그럴싸하였다.
날씨가 약간 덥긴 하였지만 튼실하게 가꾸어진 메밀과 함께 그 시점에 가장 활짝 핀
메밀꽃이 어우러져 오가는 관람객들을 흐뭇하게 해 주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해 본다.
내년에 가면 물레방앗간 앞에 초호화 현대판 건물이 들어서 있음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상대적으로 소설 속에 등장하는 물레방앗간은 더 쪼그라들어 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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