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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급식이여,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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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조규전50 작성일 2023-09-08 07:40 댓글 0건 조회 615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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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식.jpg

 

 


                 학교급식이여,  안녕.

 

 

위에 사진은 제가 학교 급식의 마지막에 먹었던 음식이다.

우리의 경우 밥을 근간으로 식사가 이루어짐으로 그와 걸맞은 식단이 준비된다.

밥이 있으면 국이 따라가고 국이 있으면 김치가 따라 붙게 된다.

, , 김치는 기본이라 보면 될 것이다.

여기에 어떤 반찬이 주어지느냐에 따라 아이들의 선호도는 달라지게 된다.

 

 

급식의 선호도의 주빈은 역시 아이들이다.

아이들이 만족하지 못한 급식이 주어지면 부모까지도 학교 급식에 대하여 부정적인

 시선을 보내게 된다.

심지어 어떤 경우에는 학교끼리 급식의 맛과 질을 비교해 대는 사례도 가끔 볼 수 있다.

교실에 가면 그날 배워야 할 공부의 목록에 앞서 급식 메뉴가 더 앞자리에 붙여져 있는

 모습은 자연스러운 현상이 돼 버렸다.

 

 

학교급식이라 하면 당연히 학생들이 먹는 점심메뉴로 알고 있을 것이다.

학생 이외에도 선생님과 교직원도 같이 먹게 된다.

일부 사람들은 학생은 국가나 지자체에서 급식지원을 받아서 공짜로 먹는 다는 것쯤은

 다 알고 있다.

그런데 좀 잘못된 메시지 중 하나가 학생이 공짜로 먹으니까 선생이나 교직원도 다 

공짜로 먹는 것으로 인식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다.

학교 급식에서 교직원에게 공짜는 없다.

학교별로 좀 다르지만 급식단가라는 것이 있다.

그 금액을 내야지만 먹을 수 있도록 돼 있다는 것이다.

대신, 외부인은 밥값을 지불한다 하여도 학교 급식은 할 수 없는 구조로 되어 있다.

일반인은 맛보고 싶어도 맛 볼 수 없는 음식이 학교 급식인 것이다.

 

 

저도 이제 일반인이 되어버렸다.

학교급식과는 영영 이별이 된 셈이다.

마지막 급식을 먹던 날은 급식소에 입장하는 것부터 특이하고 어색하게 다가왔다.

전날까지만 해도 당연히, 그리고 자연스럽게 들어가 숟가락과 젓가락, 그리고 식판을

 들고 식사를 제공 받았다.

마지막 날 밥값까지 정상적으로 지불했는데도 불구하고 초대받지 않은 남의 집 밥을

 타 먹으러 가는 듯 한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같은 공간에서 날짜만 달리한 가운데서 점심을 제공받는 것이 이렇게 다르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다.

 

 

점심을 먹는 과정도 그 전날과는 사뭇 다르게 전개되었다.

마지막 날에 국은 아이들이 좋아하는 부대찌개였다.

상대적으로 저는 부대찌개를 아주 싫어하는 스타일이다.

소시지와 햄이 물에 둥둥 떠 있는 것은 내 취향과 전혀 어울리지 않은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주면 주는 대로 먹을 것이지 왜 아이들처럼 반찬 투정이냐고 말 할 수 도 있을

 것이다.

평상시라면 깨작깨작 다 먹었겠지만 마지막 날 부대찌개는 절반 이상을 남겼다.

 

 

러다 보니 밥맛도 예전에 맛이 아니었다.

똑 같은 쌀로, 똑 같은 사람이, 똑 같은 밥솥에다 밥을 했는데 왜 그렇게 밥맛이

 달라졌을까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었다.

같은 음식도 언제 먹느냐에 따라 맛이 확연히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이렇듯 인간은 심리적 요인에 의해서 혓바닥까지 다른 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나고 보니 학교 급식의 변천사도 다양하게 나왔다.

아주 예전엔 도시락(벤또?)이 대세였다.

도시락을 싸 올 형편이 안 되는 학생들에게는 학교에서 내걸이를 걸고 옥수수 죽을

 쒀 주었던 시절도 있었다.

선생님이나 교직원도 도시락을 싸 가지고 다녔던 시절도 있었다.

학교 급이 큰 곳에는 학교 내에서 교직원만을 위한 식당을 함바처럼 운영하였던 

시절도 있었다.

그 후 학교 급식의 원조라고 하는 도시락 급식업체가 학생들에게 점심 도시락을 

일괄적으로 제공했던 시절이 있었다.

이런 과도기를 거쳐서 학교 자체 내에서 급식소를 설치하고 그 안에서 밥과 반찬을

 만들어 학생들에게 제공하였다.

비용은 처음엔 자부담에서 나중에는 무상급식으로 처리되었다.

 

 

저의 교직생활에서 급식의 변천사는 학생들을 가르치는 변천사보다 더 강렬하게 

변하고 또 변했다.

나중에는 어떻게 변할지는 모르지만 이 시점에서 이루어지는 급식에 마지막 테이프를

 끊은 것이다.

이제 학교 급식은 추억 속에 한 페이지로 남게 되었다.

마지막 급식이 너무나 아쉬워 일부러 카메라를 가지고 가서 앞에 사진처럼 찍어 

놓았다.

독자들이 보았을 땐 그냥 추라이판이지만 저에게 그 사진은 오랫동안 나의 가슴속에 

남아 있을 귀중한 한 장면이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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