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동문 문화예술
Travelogue of Los Angeles 3
페이지 정보
본문
Travelogue of Los Angeles 3
그냥 비몽사몽간에 반쯤 눈을 뜨기도 하고 감기도 하면서 목적지까지 원만히 가길 기대할 뿐이다.
실제 잠도 잘 오지 않는다.
그렇다고 정신이 말똥말똥하거나 그렇지도 않다.
단적으로 표현한다면 정신줄의 반 정도는 놓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 안에서는 그냥 시간 때우기식으로 넘어갈 수 밖에 없는 구조로 되어 있는 것이다.
젊은 날 같으면 책이라도 가지고 가서 읽고 나면 몇 시간은 거뜬히 때울 수 있었을 터인데 이제는 눈이 아파서
그런 일도 할 수 없게 되었다.
이어폰을 귀에 꽂고 음악이라도 들으면 좋겠지만 그 또한 번거로운 일이 되므로 그냥 흘러가는 대로 애꿎은
시간만 까먹으면 되는 식이 되었다.
또 시간이 어느 정도 흘러 밥때가 또 된 것 같다.
그만큼 미국 쪽에 많이 와 있다는 반증이 된 셈이다.
11시간 10분 정도 걸리는 시간 중 많은 시간을 사용했다는 것이다.
아까 먹었던 기내식이 다 내려가기도 전에 또 밥이 들어온 것이다.
움직이지도 않고 의자에 벌 받듯 가만히 앉아 있었기에 에너지가 소모될 겨를이 없었다.
굳이 찾는다면 숨 쉬고 뒤척거리는데 들어간 에너지밖에 없을 것 같다.
그래도 기내식이 또 나온다니 안 먹을 수는 없는 노릇이고, 이번에도 양식과 한식 두 종류가 나왔다.
승무원이 두 가지가 나왔다고 일일이 안내해 주는데 그것도 큰일 같았다.
이번에도 미국 스타일의 음식을 선정하였다.
미국에 가까이 온 것 같아서 음료는 맥주로 시켰더니 칼스버그 캔맥주를 한 통 주었다.
땀은 빼지 않았지만 그래도 지상 만 미터 이상에서 마시는 맥주 맛은 그럴싸하였다.
이렇게 수분이 많은 음료를 먹으면 아무래도 화장실에 들락 나락 하여야 하는데 그대로 복도 쪽에 자리를
꿰차고 앉았기에 덜 불편하였다.
주는 대로 맛있게 먹고 또 잠을 청하였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고 목표점에 다다랐는지는 의자 앞의 모니터에 운항 정보가 나왔기에 가늠할 수 있었다.
11시간 10분의 기나긴 여정이 어느 정도 종료되는 것 같다.
일반적으로 보내는 11시간 정도는 간단하게 감내할 수 있으나 비행기 안에서 그렇게 장시간 보내는 것은 결코
용이하지 않았다.
그래도 시간은 흘러 비행 종료 시간이 다 된 것이다.
난생처음 Los Angeles에 첫발을 디디고 보니 감회가 남달랐다.
주구장창 말로만 듣던 미국 땅에 첫발을 디딘 것이다.
미국이나 한국이나 같은 지구의 땅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11시간 이상 비행기로 날아와야지만 밟을 수
있는 땅이라 생각하니 느낌상 범상치는 않은 것 같다.
상식으로 알고 있었던 LA의 기후나 환경은 현실에서도 큰 차이는 없는 것 같다.
거기나 여기나 사람 사는 것은 똑같은 것이다.
단, 누가 어떻게 사느냐가 좀 다를 뿐이라 본다.
공항에 도착하여서부터 난관에 부딪히게 된다.
워낙 큰 비행기를 타고 갔기에 그곳에서 입국 수속을 밟는 데 엄청난 시간이 소모되고 있었다.
그냥 여권이나 보여주고 사진 확인이나 할 줄 알았는데 지문채취부터 시작하여 문답을 통한 통관 의례도 여간
복잡한 게 아니었다.
우리는 비행기 뒤쪽에 앉아 있었기에 짐 찾는 것도 맨 나중, 그리고 통관절차도 맨 나중에 하게 되었다.
비행기 안에서 녹초가 되었는데 짐 찾고 통관하는데 기다린 시간도 족히 2시간 이상은 되리라 본다.
미국의 입국이 어렵다는 것을 말로만 들었는데 실제 현장에 닥쳐보니 말보다 더 힘들고 복잡하였다.
이렇게 사람들을 들들 볶을래서야 어니 함부로 미국 땅을 밟을 수 있을는지 라는 생각도 들어간다.
기다리고 기다리다가 통관절차에 내 차례가 되었다.
눈치를 슬슬 보면서 어느 쪽이 빨리 패스가 되는지 살펴보면서 줄을 섰는데 재수가 없으려니까 가장 까다로운
친구 앞에 서게 되었다.
통관과정에서 보니 그 친구는 다른 직원들에 비하여 엄청 더 세밀하게 물어보는 것 같았다.
가급적 그리로 가지 않으려 했는데 내 차례가 되자 그 자리가 비는 바람에 할 수 없이 그리로 가게 된 것이다.
우선 그 친구는 양팔에 시퍼렇게 문신을 새기고 있었다.
나는 문신 새긴 사람은 별로 선호하지 않았는데 그런 사람과 마주치고 나니 흥미가 반감되었다.
요는 그 친구가 집요하게 사사건건 물어보는 것이다.
나도 영어 회화 능력이 한계가 있는지라 간단하게 물어보는 것은 답 할 수 있었겠지만 심도 있게 물어보는
데는 한계를 느낄 수 밖에 없었다.
그가 물어보는 데 대하여 답이 부족하면 더 세밀하게 물어보는 터에 그야말로 body language로 답을 하는데
서로가 답답할 수 밖에 없는 처지까지 갔다.
할 수 없이 생각한 그 통관 직원이 자신의 휴대폰 통역을 하기 시작하였다.
처음에는 평상심으로 대했으나 점점 더 많은 것을 요구하면서 나도 말문이 더 막히기 시작했다.
그 중 백미는 미국에 온 목적을 이야기하는데 learning education으로 말했는데 그 직원이 스펠링을 불러
달라는 것이다.
갑자기 콱 물어보니 설단현상이 발생하고 만 것이다.
learn의 스펠링이 생각이 잘 안 나는 것이다.
그러자 그 직원이 열이 더 나는 것 같았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그 사람도 한숨을 쉬더니 몇 가지 더 물어보고 통관시켜 주었다.
많은 나라에 여행은 하지 않았지만 이렇게 통관이 복잡하고 힘들었던 적은 없었다.
그러면서 영어가 짧으면 이 꼴 난다는 것을 제대로 보고 왔다는 것이다.
배울 때 제대로 배워 놓아야지 그걸 소홀히 하면 언젠가는 이런 꼴 난다는 것을 뼈저리게 인식하였다.
나 자신에 대한 자괴감이 끝없이 이어질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내 자신의 관리가 제대로 안 되어 그랬다는 자책감이 먼저 떠 오른다.
물론 그 이후에도 영어 회화를 더 맹렬하게 해야겠다는 객기 높은 신념이 더 차 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어떻게 영어 회화를 공부해야 제대로 할 수 있을는지의 방법론에 대해서도 강도 높게 고민을 하는 중이다.
어렵고도 힘들게 통관을 하고 나니까 힘도 빠지고 김도 많이 새고, 나에 대한 자존감도 확 줄어 버렸다.
60 수년을 살았는데 그런 곳에 통관도 제대로 못하는 주제 빼기가 되어 버렸으니 딱한 노릇이 아닐 수
없었다는 것이다.
- 이전글이제 출근은 접을 때가 다 되었습니다. 23.08.28
- 다음글마지막 봉급 23.08.17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