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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에 마지막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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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에 마지막 날
우리가 살다보면 수없이 많은 마지막과 만나게 된다.
가장 원초적인 원리에서 살펴본다면 시작이 있으면 끝도 있는 법, 그 끝의 언저리가
마지막이 되는 것이다.
시작과는 뭔가 딴판의 세상을 맛 볼 수 있는 상황이 마지막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올 7월이 시작된 게 엊그제 같았었는데 벌써 종료를 예고하고 있는 것이다.
일생에 한 달은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느낄 수 있겠지만 하루살이 같은 경우는 한 달이
몇 번의 일생을 엮을 수 있는 긴 시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결코 짧지 않은 시간 같았었는데 지나고 나니 아무런 감동도 없이 그냥 흘러간 시간
정도로 자리매김 된 것 같다.
7월의 시작 단계에서는 무엇을 어떻게 하는 것이 짜임새 있는 인생이 될 것인가를 생각해
봤을 것이다.
바쁘다고 생각하는 나날을 보내다 보니 어느 덧 한 달이 다 가버린 것이다.
한 순간에 흘러간 시간처럼 보냈다면 그 인생은 그럭저럭 재미있는 시간이었으리라 본다.
재미만 가지고 시간을 까먹는다면 그런 쪽으로 가면 될 것이다.
하나, 그렇게 살다보면 시간은 잘 갈는지 모르지만 남는 것이 별로 없다는 맹점이 나타난
다는 것이다.
일년 열 두 달 중에 7월은 그 달만 가질 수 있는 특별함이 있다.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특별함의 대명사는 1년 중 가장 더운 날로 점철된다는 것이다.
내게만 더위가 오는 것이 아니라 지구의 북반구에 사는 사람에게 공통적으로 다가가는
특이한 현상일 것이다.
더위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각별한 선물이 될 수 있겠지만 땀 흘려 밥 벌어먹는 사람
에게는 치명적인 달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무더위를 빙자하여 휴가를 즐기는 사람들에게는 휴식의 달이 될 것이고, 햇볕을
자양분으로 살아가는 농부들 입장에서 보면 고맙고도 고된 7월이 될 것이다.
배우는 학생들과 그들을 가르치는 선생님 입장에서 7월은 각별한 달로 다가올 것이다.
7월은 인류에게 공통적으로 주어지는 선물인 것이다.
7월 자체가 매력 있는 사람에게는 직접적인 선물이 될 것이고, 8월을 기대하면서 살아가는
사람에게는 희망의 선물이 될 것이다.
기왕 맞이할 7월이라면 선물로 받아들이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싶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우리에게 주어진 모든 시간은 모두 선물로 다가 올 것이다.
저에게 7월 마지막 날은 각별하다.
딱 한 달만 있으면 다니는 직장과 이별을 해야 한다.
직장과의 만남이 설렘이었다면 이별은 씁쓸함과 허무함이 아닐까 싶다.
단적으로 끝이 무엇이라고 정의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다.
시작부터 지금까지 무수히 많은 시간이 흘러갔지만 지금 내 머릿속에 남는 것은 끝난다는
것 밖에 없는 것 같다.
퇴직하기 한 달을 남기는 이 시점을 그대로 보내기에는 너무나 아쉽고 섭섭하기에 몇 자
적는다.
나의 넋두리가 타인의 넋두리가 될 수 도 있을 것이다.
이 넋두리도 잘 만 들여다보면 좋은 보약처방도 될 수 있을 것이다.
직장에서도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다는 것은 불변의 진리인 것이다.
현직에 있을 땐 힘들고 짜증나는 일도 있었겠지만 끝날 때엔 그 모든 것이 하나의 추억으로
남을 수 있다는 것이다.
끝남은 새로운 시작도 될 수 있겠지만 허무함이 더 크게 밀려올 수 있다는 게 엄연한 현실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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