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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가 넘치는 농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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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조규전50 작성일 2023-03-26 16:15 댓글 0건 조회 675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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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토리가 넘치는 농업

 

 

봄이 우리의 가슴팍가지 왔다.

영하 13도까지 떨어졌던 지난 어느 겨울날을 생각해 보면 올 봄은 그야말로 기적처럼 

우리곁에 온 것 같이 느껴진다.

혹독히도 추웠던 지난 겨울을 생각하면 이번에 온 봄날은 그야말고 환희이자 축복이 아닐 수

 없는 것이다.

어둠이 깊으면 빛이 더 빛나듯 추운 겨울을 지나고 맞이한 봄은 그야말로 온화함과 화사함의 

극치를 맛보게 한다.

 

더 봄같은 봄을 맞이하기 위하여 겨울철에 보일러도 제대로 피우지 않았다.

옷도 가급적 얇게 입어서 추위를 더 강하게 맞이하였다.

환갑이 되기 전에는 한 겨울에도 찬물에 머리를 감았다.

겨울이 추워야 봄의 향연을 망끽할 수 있다는 괴팍한 심리에서 발동한 행동거지라 보면 되지

 않을까 싶다.

나만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봄 맞이 방법이라 해도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

 

봄은 만물이 생동하는 계절이라 했다.

한 겨울의 동토를 떠 올려보자.

그렇게 꽁꽁 언 땅에서 그 무엇도 올라올 것 같지 않았는데 봄 바람이 불면서 그 얼었던 땅에서 

파릇파릇한 생명체들이 고개를 내 밀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싹다리마냥 앙상하던 나뭇가지에도 새생명의 싹이 트고, 그 옆에는 봄꽃이 만발하고 있다.

한 겨울엔 상상도 못했던 일들이 봄을 맞이하기 바쁘게 완연히 다른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봄은 농업의 시작이다.

겨우내 허물어지고 두더지와 생쥐가 구멍을 낸 논다랑을 정비하고 가래질을 해야하는 계절이 

다가왔다.

만상일이 다가오면서 봄 일찍 씨를 뿌려야 하는 감자 놓기도 시작해야 한다.

못자리도 준비해야 하고, 채소 종자도 뿌려야 할 시점이 된 것이다.

겨우내 꽁꽁 닫아 놓았던 축사에도 환기를 시켜야 하고, 병아리도 깔 때가 다가왔다.

지난 겨우 내내 뱃속에 새끼를 가졌던 염소나 양, 고양이나 개도 출산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

봄이 되면 날씨도 따뜻해 지면서 짐승의 먹이도 풍부해짐으로 많은 동물들이 이 시기에 새끼를

 낳게 된다.

 

농사는 계절 산업이다.

계절마다 나올 수 있는 스토리는 다양하게 된다.

공장에서 양말이나 텔레비전, 자동차가 생산되어 나올 때 거기에 수반되는 스토리의 량은 농업의

 근처에도 못 갈 것이다.

물론 그런 공산품에도 부품을 만들고 그것을 가져다 조립하여 하나의 상품이 나오는 과정이 

있겠지만 그 과정은 거의다가 기계적으로 이루어진다.

농업에 비하여 자연과 인간의 공존하는 맛은 훨씬 더 떨어질 것이다.

공업은 계절이 없다.

봄이 됐다고 자동차가 새끼를 낳았다는 이야기는 있을 수 없는 현상이다.

사시사철, 부도가 나지 않는 한 공산품은 언제 어느때고 만들어 질 수 있는 것이다.

스토리가 나올 틈새가 거의 없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렇지만 농업은 그렇지 않다고 본다.

봄에 씨앗을 뿌릴때도 농부의 마음이 그대로 깃들게 된다.

특정 씨앗을 뿌려서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판단하게 된다.

벼농사에서 종자를 선택하는 것도 농부가 택해야 할 몫이라 본다.

어떻게 농사를 짓느냐 또한 농부가 선택하고 행동으로 옮겨야 할 몫이다.

공장에서 붕어빵 찍어내듯 지어지는 농사는 거의 없다는 것이다.

 

농사는 계절에 따라 작업의 종류가 다양하게 나타난다.

봄에 씨를 뿌리는 것과 여름에 잡초제거나 병충해 방제, 가을날에 추수와 도정, 판매 

등은 확연히 구분이 되는 작업이다.

이렇게 계절마다 특징적인 작업의 과정에도 고됨과 애환이 묻어난다.

경운기나 트랙터, 분무기 등 농기계가 아무리 발달했다 하여도 사람 손 끝이 가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 농업의 특징인 것이다.

그런 과정마다 독특한 스토리가 스며들게 되는 것이다.

 

농업의 한 사이클은 식량작물의 경우 1년에 한번씩 돌아가게 되는데 그 스토리는 계절별

로 확연히 다르게 나타나게 된다.

봄을 맞이하는 농부의 마음과 가을 추수기에 해야할 작업의 종류도 다를뿐더러 느끼는 

감정도 사뭇 다르리라 본다.

다르기 때문에 사연 자체가 달리 나올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사연들이 모여서 농부의 일생이 엮어지는 것이다.

단순한 것 같으면서도 그 안을 들여다보면 생각보다 훨씬 더 다양한 세계가 펼쳐지고 

있는 것이 농촌과 농업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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