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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반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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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반추
시간 까먹기 과정이 우리네 인생인가.
어차피 우리에게 주어진 한평생은 일정량의 시간으로 할애를 받는다.
이 시대를 사는 사람에게 주어진 시간은 길어봐야 100년 안쪽이다.
철없던 시절을 빼고, 늙어서 어리버리 한 삶을 다 뺀다면 온전한 정신으로 살 수 있는 시간은 더더욱 줄어들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자칫하다 보면 우리 인생이 기승전‘시간까먹기’로 귀착될 가능성이 농후해 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반듯한 인생을 살던, 거친 인생을 살든 간에 결과론적으로는 시간을 소비하는 과정을 거친다는 것이다.
시간만큼 공평하고 공정한 것도 없다고 본다.
공기나 물보다 더 공평하고 공정한 게 시간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이번 추석에도 나에게는 시간 까먹기로 점철되었던 것 같다.
추석 전에는 소박하게나마 무엇을 할 것인가 계획을 잡았었는데 그 계획마저 허접하게 종료되었다.
뜻하는 바도 별로 없었지만 이루어 놓은 결과 또한 흐릿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될 수 밖에 없었던 것은 일단 문 밖을 나서는데서부터 제약이 따랐기 때문이다.
물론 집 안에서도 새 역사를 쓸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같이 엮어갈 역사는 누군가를 만나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이번 추석도 방콕을 중심으로 엮어 갈 수 밖에 없는 처지에 놓이면서 행동의 반경은 그만큼 줄어들 수 밖에 없는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
어떻게 보냈든 간에 이번 추석은 다 지나가버렸다.
보낸 뒤 남은 것이라곤 허무와 허전함 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 감정이 들어가지 않게 하기 위하여 애는 썼지만 현실은 엉뚱하게 흘러가 버렸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의미 있는 추석은 어떤 것일까.
예전 같으면 조상을 성대하게 숭배하는 것으로도 만족했을 것이다.
햇곡식이나 과일을 풍성하게 준비하여 조상의 은덕을 기리고, 집안이 모여서 그간에 못다 한 정담도 나누고, 웃어른의 안부를 여쭙는 것으로도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었다.
그러던 풍속도가 세월이 지나고 사회가 변하면서 많은 부침이 생겨버렸다.
농경사회에서 주축을 이루던 문화들은 하나, 둘 역사의 뒤안길로 물러나기 시작했다고 본다.
대가족에서 중 가족, 핵가족으로 변하다가 이제는 나홀로족으로 변해가고 있다.
다양한 종교가 도입되면서 조상숭배는 뒤켠으로 물러나고 있는 것도 부인하기 힘든 장면이다.
아직까지 명절은 존재하나 전통적인 문화는 바뀌어져 버리는 이 상황을 가르켜 명절과도기라 불러도 좋을 것 같다.
명절의 문화가 획기적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조상이나 집안중심에서 가족이나 개인중심으로 바톤터치가 이루어지는 느낌이다.
특히, 이번 추석은 코로나로 인하여 또 새로운 방식으로 전개되었으리라 본다.
추석 전후에 동해안의 관광지는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코로나가 없었으면 죄다 해외로 나가고 싶어 했던 사람들이 국내 유명 관광지로 몰린 것이다.
궁여지책이라 해야 할까, 아니면 대체제라 해야 할까, 덕분에 우리 지방은 많은 사람이 오는 바람에 경기도 조금은 풀렸으리라 본다.
최적의 추석을 보낼 수 있는 방법을 탐색하고 있는 것이다.
시대와 사회가 변하면서 다양한 방법을 찾다보니 예전에 없었던 문화도 파생되는 것 같다.
이런 것이 모여서 하나의 물줄기를 만들면서 새로운 문화를 형성하지 않을까 싶다.
거창한 추석을 보내는 것 이면에는 먹고 마시고 노는 것이 주가 되다 보니 남은 것이라곤 튀어나온 뱃살밖에 없다는 푸념도 나올 만 하다.
많이 아쉽지만 2021년 추석은 영원히 우리의 역사속으로 뭍혀갔다.
그래도 쥐꼬리만 한 추억이라도 남았으면 그것으로 만족해야 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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