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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에서 길을 묻다 192 - 『9 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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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에이포
작성일 2021-09-17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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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바람의 노래인가
그리움의 시인가
섬돌 밑에는 귀뚜리 자지러지고
뒤뜰 언저리 댓잎 부딪끼는 소리
석류 익어가는 울 넘어 먼 산밑에
깜빡이는 등불 하나
흐르는 구름사이
초승달 홀로 외로운데
다시 9월이 와도
머나먼 그대
<詩作메모>
9월이 오도록 우리는 나무들처럼 여기 한그루 저기 두 그루 저마다 영역을 지키며 서 있거나 앉아있거나 혹은 엉거주춤 제자리를 뒹굴며 세월을 삭이고 있다. 가려진 얼굴 사이로 웅얼거리듯 눈빛만으로 소통하며 외롭고 서러운 눈물도 흘린다.
저만치 꽃이 피지만 향기를 맡을 수 없다. 가을바람이 불어와도 그저 한껏 게을러진 몸을 맡길 뿐이다. 우리는 한 그루 나무들처럼 서로 멀건히 바라만 보다가 잠이 들어 밤새 거친 꿈을 꾼다. 그럼에도 저녁노을은 붉고 밤하늘에는 여전히 별들이 가득 피어나는 이 아이러니한 시간들은 대저 언제 끝날 것인가.
만남이 외면된 피난살이 같은 희한한 세상, 차라리 태풍이라도 불어와 뿌리 채 뽑혀 강을 건너뛰어서라도 그대 어깨에 기대고 싶다.
들국화가 구름처럼 만발해도 그대는 여전히 멀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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