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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릿까 출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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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릿까 출신
우리지역에 보수주의자 들이 많이 있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는 사실이다.
우리나라에서 안동과 더불어 가장 보수색채의 농도가 높다고 알려지고 있다.
사람이 죽으면 장례를 치르는데 그 과정 중에 문상제도가 있다.
상주와 문상객 간에 의례 중 하나가 ‘곡’이라는 것을 하게 된다.
문상객이 망자에게 절로서 예의를 표할 때 상주는 ‘아이고’를 외치는 현상을 말한다.
지금은 문상할 때 상주가 곡하는 경우가 거의 없어져 버렸지만 그 명맥이 가장 늦게까지 이어진 곳이 안동지방과 우리 지역이라고 했다.
물론 전통을 금과옥조처럼 귀하게 여기는 것을 뭐라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닌 것 같다.
하지만 그 곡이 없어진 것을 보면 그 문화도 변해버린 세태를 이기지 못하고 휩쓸려가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남들이 봤을 때 좀 별난 동네가 우리 지역으로 비쳐졌을는지도 모른다.
하기사, 지역마다 살아가는 양태가 다름으로 그 다름을 인정하는 것도 성숙한 사회인들이 지녀야 할 덕목일 수 도 있다.
요는 우리 지방에서도 각 고을마다 독특한 문화가 있었다는 것이다.
좋은 방향의 문화도 있었지만 그렇지 않은 문화도 있었다고 본다.
우리 지역의 문화 중에서 지역색을 들먹거리면서 타 지역 출신에게 배타적으로 대했던 적 도 있었다.
대표적인 예를 들어보자.
“나릿까 출신, 영세 촌놈” 같은 언어를 써 가면서 지역비하 발언을 많이 했던 것을 기억하리라 본다.
이런 언어가 태동 된 것도 지역의 폐쇄문화로부터 출발된 게 아닐까 싶다.
예전에는 위와 같은 지역을 들먹거리면서 그 동네 출신들을 특별한 이유도 없이 업수이 여겼던 우리 지역의 토속적인 역사도 있었다.
누군가가 제목과 같은 출신지를 들먹이면서 언어를 구사했다고 가정해 보자.
예전 같으면 싸움이 일어났겠지만, 지금은 그와 반대로 부러움의 대상으로 변하는 현상이 벌어지리라 본다.
나릿까 출신이라고 이야기한 사람이 시대에 뒤떨어진 인간으로 전락이 되어 버렸다는 것이다.
강릉을 중심으로 나릿까라 하면 안목, 남항진, 송정, 강문 정도를 일컬을 것이다.
지금 이 시점에서 그쪽의 출신을 비하하는 말로 ‘나릿까 출신’ 어쩌고저쩌고 한다면 그 말을 한 사람이 촌놈이 되어 버릴 것이다.
나릿까 지역의 몸값이 천정부지로 높아지고 있다..
누가 말하기를 나릿까 쪽의 땅은 서울 명동의 땅값에 버금간다는 식으로 표현하는 것을 들은 적도 있다.
소위 말해서 토박이라도 일컬었던 사람들은 아직까지 나릿까의 추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나릿까에 대한 좋은 추억이 있었다면 우리 지역의 토박이들은 많은 돈을 긁어 모았을 것이다.
아쉽게스리 나릿까를 비하하는 듯한 문화에 젖어 있던 토박이들은 그 문화를 이기지 못하고 변방에서 머물렀는지도 모른다.
나릿까를 외치던 사람들이 그곳이 그렇게 변화하리라 누가 꿈엔들 생각했겠는가.
토박이들이 나릿까를 비하하는 듯한 문화를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 외지인들이 날름날름 우리 지역의 나릿까를 야금야금 잠식했을 수 도 있을 것이다.
과거에 본토박이 나릿까 출신들은 몇 푼 더 얹혀주는 땅값의 유혹을 견디지 못하고 처분하였으리라 상상해 본다.
이제는 새로이 꿰찬 나릿까 인들이 이 지역사회 경제에 중심 인물로 떠 오르고 있는 것이다.
옛날에 업수이 여겨졌던 나릿까가 이제는 지역사회의 경제와 관광을 주름잡는 중심지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세상이 이렇게 바뀔 줄 누가 알았겠는가.
몇 천 년 동안을 나릿까라고 비하받았던 지역이 최고급 명소로 추앙을 받고 있는 것이다.
결국, 나릿까라고 업수이 여기던 사람들이 이제는 거기에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신세로 전락해 버린 것이다.
덕분에 그렇게 흔하게 사용되었던 ‘나릿까 출신’이라는 말도 이제는 거의 자취를 감춰버렸다.
*나릿까의 어원: 강가나 바닷가의 나룻터와 관련 있으며 ‘까’는 가장자리를 뜻하는 말로서 ‘나루터 근처에 있는’ 의 의미가 우리지역의 사투리로 변하면서 만들어진 명칭이 아닐까 하는 추측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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