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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이 다 갔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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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조규전 작성일 2021-05-31 21:59 댓글 0건 조회 908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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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이 다 갔네.


자연이 우리에게 감동을 가장 많이 주는 달이 바로 오월이 아닌가 싶다
.

예전에는 보릿고개라 하여 먹거리를 통하여 고통을 주었지만 지금은 그와 반대의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혹 차를 타고 7번 국도를 달리다 보면 평해 근처를 지나게 된다.

그쪽의 보리밭이 지금은 황금벌로 변해있을 것이다.

오월 초이면 맥랑이 우리의 가슴을 설레게 했다면 오월 말경에는 익는 보리가 우리의 눈을 황홀케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심하게 불던 바람도 오월 중순이면 가라않게 된다.

우리 지방의 바람은 유명하지만 그 바람도 시와 때에 따라 강도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오월 초까지의 바람세는 그 어느 지방보다 거세다.

하지만 오월 중순을 지나면서 서서히 잦아들면서 봄을 제대로 느낄 수 있도록 잔잔해 진다는 것이다.

 

개천에 난 갈대를 보라.

겨우내 말라 비틀어졌던 갈대숲이 푸른색을 띠는가 싶었는데 어느새 훌쩍 커 버린 느낌을 받았을 것이다.

눈 깜짝할 새에 왕창 커 버린 것이다.

남대천을 따라 농고 근방에 갈라치면 갈대가 아니라 티머시라는 목초가 죄다 이삭을 뽑아내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오월이 아니면 도저히 볼 수 없는 장면이 펼쳐지는 것이다.

단 시간에 그렇게 커 버리면서 종자를 맺기 위하여 이삭을 빼 내는 식물이 어디 있을까 싶다.

대나무 종류는 어떤가.

오월 어느 날 비가 부슬부슬 온 다음에 대나무 밭은 새로이 올라오는 죽순으로 장관을 이룬다.

그야말로 단시간에 그렇게 왕창 크는 식물은 더더욱 드물 것이다.

오월이기에 가능하다고 본다.

 

그야말로 오월은 사람이건 동물이건 식물이건 간에 1년 중 가장 생기 왕성한 달이 아닐까 싶다.

오월은 무엇을 해도 힘이 나는 달일 것이다.

춥지도 그렇다고 덥지도 않으면서 온 천지에 기운이 왕성하게 치솟는 달인 것이다.

자연이 힘을 낼 수 있도록 세팅되어 있는 것이다.

우리는 그 열차에 탑승만 하면 되는 것이다.

 

이렇게 빛나고 활기 넘치는 청년의 달인 오월이 홀연히 지나가고 있다.

우리의 인생도 마찬가지였다고 본다.

지난날을 되돌아보면 우리 인생의 오월도 분명히 있었을 터인데 그것을 제대로 느낄 겨를도 없이 지나쳐버렸다.

지나고 돌아서보니 황금 같던 오월이 이미 지나가 버린 것이다.

애닳다 아무리 외친들 지나간 우리네 인생 오월이 다시 돌아오겠는가.

 

2021년 오월은 이제 역사 속으로 영원히 빨려 들어갔다.

불교에서 나오는 윤회설을 대입시킨다 하여도 올 오월을 다시 맛본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 본다.

물론 2022년 오월도 11개월 후면 또 찾아오겠지만 올 오월만 하겠는가.

 

황금 같던 올해 오월을 스치듯 지내고 보니 많은 회한도 쌓인다.

아무리 엿 같은 인생이 내 앞을 가로막는다 하여도 계절에 여왕이 주는 선물을 피할 수 는 없는 노릇이다.

엿 같은 인생에 엿 같은 계절이 닥친다면 그 또한 더 큰 고통이 아니겠는가.

돌이켜 보면 인생사는 어차피 고통에서 시작되어 고통으로 끝나는 드라마가 아닐까 싶다.

그 고통 속에서도 짬을 내어 경이로운 세계를 만들어 갈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게 우리네 인생이 아닌가 싶다.

그런 세계를 만들지 못한다면 자연이 준 오월의 경이로운 세계를 마음껏 누리는 것도 한 방편이 되리라 본다.

 

바짓가랑이를 붙잡아도 올 오월은 지나가게 돼 있다.

지나간 올 오월이 나의 인생에서 어떤 의미를 주었는가를 생각하면서 새로운 달 6월을 맞이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으리라 본다.

반추를 하면 훨씬 더 부드러운 인생을 구가할 수 있다는 것도 인식하면서 살아가야 할 것같다.

피드백이 강하면 강할수록 앞으로 맞이할 세상이 더 새롭게 우리 앞에 펼쳐지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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