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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어버린 감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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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어단파파 작성일 2020-02-17 10:23 댓글 5건 조회 703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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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봄까지만  해도 15년생 감나무(대봉) 한 그루가 있던 곳이다.

앞집의 돌담 뒤가 되고 우리 집 앞밭이 된다.

그 감나무 주인은 앞집이고, 그 땅은 우리 집 밭이고..

 

앞집은 자식들 모두 출가해 나가 살고 있어

팔순 가까운 노인 두 분이 살고 있었다.

어단파파 이 집을 짓기 전에 미리 감나무(대봉) 몇 그루 심다가

우리 밭 밭머리에 먼저 심어진 감나무를 보고 무심코 전지를 하고 있는데.

「허허 그 감나무 단감이라고 내가 심었는데 같이 따먹세나.」

「그렇게 하시죠 뭐.. 」

그랬던 그 할아버지 그 감(단감이 아닌 대봉) 달리기 시작하면서

세상을 떠나셨다.

그 이후 쭉~ 그 감나무는 묵시적으로 앞집 감나무였는데

어느 날 할머니가 찾아와 감을 반 반 나누어 따면 어떠냐고 하시기에

우리 집에도 감나무가 많으니 그냥 하던 대로 감 따시라고 하였더니

「허기야 내 당대뿐이지만.. 」 말끝을 흐렸었다.

 

그리고 몇 년,

젊은이들이 교대로 드나들다 둘째가 아예 들어와 사는가 싶을 때,

지난봄 느닷없이 그 할머니 감나무를 힘들여 베시고 계셨다.

뒤늦게 발견한 내가 집사람에게 자초지종 알아보라 했더니

「내 살아서 힘 떨어지기 전에 마무리할 건.. 」 하더라는 것.

 

이미 뺑 돌아가며 깊이 베어졌으니 다른 살릴 방법도 없고 하여

내가 이웃의 도움으로 기계톱을 동원시켜 마무리를 하였다.

그럴 줄 알았으면 돈을 주고라도 살 수도  있었는데

하고 후회 후회하였다.

이제 그 할머니 돌아가신지도 3년째다.

내년에는 그 빈자리에 다른 나무라도 심으려고 한다. -어단파파-

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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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기님의 댓글

김윤기 작성일

"그간 지주께서 베플어 주신 아량과 배려에 깊이 감사 드리며 오늘부로
이 감나무를 땅주인에게 ----"
감나무도 살리고 이웃간 정도 살리고 - 아쉬운 생각 스처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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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병호님의 댓글

공병호 작성일

할머니의 지혜를 사고 싶습니다.
자식들의 삶에도  이웃끼리의  화목한 생활을  위해
말썽을 일으킬 소지를 없애버리시는 용기와 그 결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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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단파파님의 댓글

어단파파 작성일

노인들이 살아계실 때는 아무 문제가 없이
묵시적으로 경계를 인정하고 잘 살아왔는데.
두 분이 다 돌아가신 후
시내에 나가살던 큰아들 내외가 들어온 지 몇 개월,
경계측량을 한다고 입회하란다.
새로 집을 짓기 위함도 아닌데 측량비 들여 측량하는 이유가
확실한 경계나 알아보기 위함이라고..
그 결과 측량 말뚝이 돌담을 훨씬 넘어
자기 집 장독대 옆에 꽂혔으니 어쩌란 말인가!
​괜스레 어정쩡한 관계가 정상 복원되기까지는 한동안이 흘렀습니다.

이제 내 나이도 그 노인쯤 되어
감나무를 베고 있던 그 할머니가 생각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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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철님의 댓글

김남철 작성일

의표를 찌르는 명작을 즐감하였습니다.
아카데미 4관왕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보다 더 기발합니다.
여전히 신선한 감각을 갖고 계신 선배님이 대단해 보입니다.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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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포님의 댓글

에이포 작성일

베어내기는 쉬워도 심고 가꾸기는 여간 힘든게 아닌데
돌아가신분에게는 안된 소리지만 그 할머니 해결책은 참 엉뚱스럽습니다.
결국 그 원죄로 할머니 생전 닦고 가꾸던 장독대에 경계가 꽂힌 듯 합니다. 
인간관계에 심술부리지 말고 더러 손해도 보며 끊임없이 '차카게' 살아야 할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