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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별난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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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어단파파 작성일 2020-02-10 20:50 댓글 6건 조회 727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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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별난 친구가 있다.


수년 전 물 건너 이층집으로 이사 온 내 또래의 친구이다.

이 친구 거의 출근처럼 11시 5분이면 시내버스를 타고 10km 거리의 시내로 나간다.

승강장이 우리 집 앞  50m 거리라 거실에서 그냥 보인다.

점심은 꼭 시내 친구들과 외식으로 때운단다.

식사만 끝나면 다음 버스 13시 5분이면 되돌아온다.

시계를 볼 필요가 없을 만큼 정확하다.


「이보시게! 집밥이 싫은가?」

「그럴 리가.. 」

퇴직한 친구들 중 누구 하나가 점심값을 내면 다른 사람이 다음 사고 다음. 다음..

그러다 점심같이하는 미팅이 되었단다.

이해가 간다.

그런데 이 친구 더 재미있는 것은 이야기보따리가 풍부(?)하다는 것.

국민(초등) 학교 시절엔 거의 매일같이 집에 있는 곶감을 가져다 아이들에게 나누어

주는 걸 좋아해 별명이 곶감이 되었다니, 

지금 우리끼리도 곶감 영감으로 통한다.


이 곶감 영감이 젊었을 때 무용담을 털어놓는데 아 글쎄

20대 초반 집이 포남동에 살았는데 하루는 자기 집 가산에서 솔가지 꺾는 소리가 나

논두렁을 질러 올라갔더니 누가 땔감나무를 하고 있었다.

나무를 못하게 목낫을 빼앗고 쫓은 다음, 논두렁으로 내려서는데 와~ 하는 사람들

소리에 돌아봤더니 아 글쎄 사람들 한 30여 명이 멧돼지를 쫓더라고.

그런데 그 멧돼지가 자기 쪽으로 달려오더라는 것.


들고 있던 목낫으로 힘차게 머리를 향해 찍었는데 빗맞아 퉁 튀는 느낌이었단다.

그래서 다시 돌아서 「들어라~!」했단다.

그랬더니 다시 자기 쪽으로 돌아서 달려오기에 이번엔 콧등을 향해 힘껏 내려쳤더니

이번엔 명중! 그 자리에 폭 주저앉더라고..

"와~ 와~!"

구경꾼 70명이 소리를 지르더라고.

아까는 송암 우추리로부터 몰이꾼 30명이라더니 70명의 구경꾼이 모였더란다.

여기까지는 꾹 참고 들어줄만했다.


멧돼지 잡는데 선창한 유공자라고 80kg 되는 돼지의 목과 열(쓸개=담낭)은 자기 차지,

돼지 열을 처마에 달아 놓았는데 큰 당숙이 찾아와 약으로 쓰게 좀 달라 하여 그냥  

줬는데 이번엔 작은 당숙이 찾아와 그 열 어쨌냐고 하여

여차여차했더니 「공짜로 먹으면 약이 안되는데.. 」하고 돌아가더니

이튿날 큰 당숙이 찾아와 그때 돈으로 5백 원을 주더라는 것.

그 돈으로 친구들과 설악산에 가 2박 3일 진하게 놀다 왔단다.


믿거나 말거나다.
그래도 친구란? "상대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관계"다.



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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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기님의 댓글

김윤기 작성일

담담한 맛에 지치면 가끔 자극적인 입맛을 돋우어줄 먹거리를 찾게되듯
잘 버무린 뻥은 담담하기만한 일상에 활기를 돋우어 주는 자극제가 되지요
장터 한 모퉁이에서 뻥~! 하는 소리 터지고 이내 시장통 골목길 따라 펴져가는 저 향긋한 강밥냄새
여튼 재미있는 친구분을 두셨군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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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단파파님의 댓글의 댓글

어단파파 작성일

".. 뻥~! 하는 소리 터지고 이내 시장통 골목길 따라 펴져가는 저 향긋한 강밥 냄새.."로
웃거름까지 주시니, 파릇파릇 마늘 올라오듯 봄기운을 느낍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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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연2님의 댓글

김석연2 작성일

친구분이 얼마나 살갑습니까?
그렇게 재미나게 얘기해줄수 있는 친구도 점점 줄어드는것 같습니다.
너무나도 그리워지는  잔정(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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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단파파님의 댓글의 댓글

어단파파 작성일

오랜만입니다 후배님!.
"석포 나들이" (2019,11/17) 이후 궁금합니다.
포근하고 맛깔스러운 김석연2 님의 글 고대하고 있습니다.
건강하시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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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포님의 댓글

에이포 작성일

ㅋ ㅋ ㅋ
여덟살때 지게작대기를 들고 어른들의 노루사냥에 따라나선 적이 있었습니다.
허리만큼 쌓이 눈을 헤치고 겁없이 몰이꾼에 합류를 한 것입니다. 
물을 마시러 마을로 내려온 노루였는데 선창 후창 삼창... 뭐 이런 외침이 들리는가 싶었는데 
눈밭에 쓰러진 노루의 목에서 번져나오는 선홍빛 피와 그 크고 슬픈 눈망울이 지금도 눈에 선합니다. 
그날, 꼬마 사냥꾼이라고 대견해 하며 다른사람보다 넉넉히 베어준 노루고기를 배당받아 집으로 돌아왔었다는...  아무튼 참 재미난 친구를 두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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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단파파님의 댓글의 댓글

어단파파 작성일

주위엔 허풍이 좀 있는 친구들도 있지요.
유머스럽다고 생각하면 함께 살아가는데 활력소가 되기도 합니다.
친구 때문에 웃을 수 있다는 건 축복입니다.
안 그래요? 최 박사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