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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100일의 기록 ② - '이율배반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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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에이포 작성일 2020-05-07 10:48 댓글 0건 조회 1,009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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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그런대로 건강한 긴장관계였다. 유행이 본격화되기는 했으나 사태의 심각성과 코로나의 역학적(疫學的) 병리학적 정보가 부족했던 2월 중순경에는 다만 사태가 어떻게 전개될지 추이만 살피며 강릉말을 잘 하는 친구의 표현처럼 쇼파에 빈드가니 둔노서 리모컨을 이짝에 저짝에 누르며이참에 좀 쉬자고 마음먹으며 지냈다.  

그러나 코로나19는 인류와 웬쑤라도 진 양 그 기세를 날로 확장시키고 멀쩡한 인간들은 석고대죄 할 일이라도 저지른 것처럼 하나 둘 머리카락이라도 보일세라 집안에서 은폐엄폐를 하고 숨을 죽인채 보내기 시작했다  

서울에 사는 아이들은 급히 마스크와 손소독제를 구해 택배로 보내며 사태의 심각성과 위기감을 불어넣고 대 코로나와의 전쟁에서 만큼은 어느 누구보다도 용감무쌍한 아내가 코로나의 천적이라도 되는 양 어미새가 모이를 물어오듯 부지런히 밖에서 조달해 주는 신선식품으로 시간에 정함 없이 끼니를 이어갔다  

귀찮도록 울려대던 전화벨과 카톡도 차츰 잦아들기 시작했다. 여기저기 연걸리듯 했던 약속들이 하나둘 뒤로 미뤄지고 찾아주는 사람도 없고 사람이 그리워도 찾아갈 수도 없는 지경에 이른다. 행여 바이러스가 공기나 바람으로 옮겨오지나 않을까 창문열기도 두렵고, 아파트 현관출입은 물론 엘레베이터의 보턴 조차도 누르기가 주저하게 된다. 정부가 발표하는 방역수칙에 따라 외부에서 들어 온 배달신문이나 택배상자를 만질 때마다 손소독을 하고 그것도 모자라 권장한대로 비누로 듬뿍 거품을 내어 30초씩이나 손을 씻다가보니 손등은 트고 갈라지기 시작했다.    

보름여가 지나자 슬슬 우울증이 찾아오는가 싶더니 대구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가 나오기 시작했으며, 시간이 조금 더 지나자 기어이 공황장애 비슷한 멘붕현상이 찾아오고 그러는 사이 마땅히 화풀이 할 곳이 없으니 당연히 신천지교인들에게 최신버젼의 욕을 해대기 시작했다. 피난살이 같은 난리 중에 봄꽃들이 피고 꽃샘추위가 몇 차례나 더 왔다갔다  

이율배반이지만 이제는 먹거리 조달로 바깥출입이 상대적으로 잦은 아내조차도 경계대상이 되어 누가 권장하지도 않는 가정적 거리두기를 시작한다. 불현듯 김국환이라는 가수가 부른 타타타라는 노랫말이 생각난다.    

네가 나를 모르는데 난들 너를 알겠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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