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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물 안에 개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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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조규전 작성일 2020-08-25 08:42 댓글 0건 조회 1,019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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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물 안에 개구리



우물 안에 개구리가 한 마리 살았다
.

물도 맑았고 개보채는 뱀 같은 악성 동물도 없었다.

그냥 나날이 살아가는 데는 그보다 더 좋은 곳이 없었다.

가끔가다가 거미가 처 놓은 줄에 걸린 날파리를 간식거리로 삼으면서 그럭저럭 나름대로 낭만적인 생활을 하고 있었다.

온 세상이 다 이런 줄만 알고 그저 탱자탱자하면서 세월을 보냈다.

 

다람쥐 쳇바퀴 돌던 생활에 푹 빠져 있던 어느 날 우연찮게 우물 밖을 나오게 된다.

하늘이 동그란 줄 알았는데 나와 보니 상상도 못할 세계가 끝없이 펼처저 있음을 알게 되었다.

세상에 이렇게 넓은 곳이 있었다는 것은 상상도 못한 터에 기가 넘을 뻔 한 것은 불문가지였다.

어찌 하늘만 넓었겠는가.

온천지를 다 헤아려 볼 수 없다는 것도 깨닫게 된다.

자기가 지금까지 살았던 우물은 그야말로 좁고도 좁았던 공간이자 오로지 자신만의 삶에 터전이었다는 것을 확실하게 알게 된다.

 

넓은 세상을 보고나니 다시 좁고 답답한 우물 속으로 들어가는 게 망설여지기 시작한다.

왜 지금까지 그렇게 협소한 우물에서 살았는지에 대하여 한탄을 하기에 이르른다.

우선 좁은 우물에 자기를 낳아 준 부모 개구리에게 원망을 좀 했으리라 본다.

자신을 제대로 된 곳에 낳아 주었으면 더 넓은 세상에서 더 많을 것을 경험하면서 훨씬 더 세련된 개구리 삶을 살았을 터인데 하는 생각에 잠기게 된다.

 

그리고는 자신을 탓하게 된다.

혼자서 먹고 자고 시간 보내는 데는 우물이 최적의 조건이었으나 짧은 개구리 인생에서 세상구경 못하고 죽을 뻔 했다는데 대하여 충격을 받았을 것이다.

먹고 자고 싸고 죽은 일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새로운 세계를 구경하고 자신의 세상을 열어갈 수 있는 기회를 얻지 못한 것은 용납할 수 없다는 것을 인식한 것이다.

자신이 너무 보신주의에 젖어서 다른 세상을 가 볼 용기조차 내지 못한 점을 후회하기 시작한다.

 

우물 안에서 기어 나오긴 했는데 그 다음부터 어떻게 해야 할는지가 망막하기 시작한 것이다.

올챙이 적부터 넓은 세상과 부딪혔으면 광활한 세상에서 적응하기 쉬웠을 터인데 나이를 먹고 험악한 세상과 맞짱을 뜨자니 부담도 되었을 것이다.

그렇다고 좁은 우물 속으로 다시 들어간다는 것은 남은 인생을 사장시키는 것이나 마찬가지로 생각하면서 넓은 세상에 남기로 한다.

 

우물속보다 먹거리가 무진장 다양해 졌다는 것이다.

맨날 먹던 우물 안에 음식은 그저 자신을 연명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했다는 것도 알게 된다.

듣도 보지도 못했던 음식들이 주변에 즐비함을 알게 된다.

어떤 곤충이 더 맛있는지 먹어 보지 않았으니 알 바 없었지만 자신의 입보다 작은 놈이 라면 본능적으로 혓바닥을 쏘아 잡아먹었다.

그야말로 생견 보지도 먹지도 못한 곤충들을 먹을 때 마다 지난날 우물 안에서 먹던 음식과 비교가 되기 시작한다.

먹거리 하나만 봐도 이렇게 다양한 세상이 있었는데 내가 왜 우물 안에서 거의 단일 음식에만 만족하고 살았나에 대해서 자괴감이 들 정도였다.

자신의 혓바닥 사정권에 들어온 온갖 곤충들을 맛보는 재미로 우물 안에서 나온 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살아가게 된다.

 

그리고 자신과 비슷한 개구리를 비롯하여 두껍이, 맹꽁이, 비단개구리 같은 유사 부류의 동료들이 있는 것을 알고 깜작 놀랄 정도였다.

지금까지 우물 안에서는 자신과 비슷한 유사 동료를 본 적 없으니까 당연한 반응이었는지도 모른다.

게다가 주변에는 보지도 듣지도 못했던 동물들이 우글우글하지 아니한가.

이 많은 동물 중에 자신과 우군인지 아니면 적군인지 파악하는 것도 힘들 정도로 숙맥 같은 생활을 했다는 것을 인식하게 될 것이다.

 

세상사 하나를 얻으면 하나는 잃어야 한다는 논리가 이 세계에서도 통하리라 본다.

우물 안에는 적어도 자신에게 위해요소가 될 만한 것은 거의 없을 정도로 조용하고 평화로운 곳이지만 그 밖은 딴판의 세상이 열리고 있다는 것이다.

잠깐 한 눈을 파는 사이에 개구리 자신도 뱀이나 그 위에 포식돌물에게 잡아먹힐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넓은 세상을 만난만큼 위험부담도 상대적으로 더 커진 것이다.

 

어찌하였던 드넓은 세상으로 나왔으니 싫던 좋던 우물 안에 생활은 청산하고 새로운 세상에 적응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기왕이면 더 다양하고 맛있는 음식도 찾아 먹고 더 새로운 경험도 하면서 새로운 인생을 구가할 계획을 세우리라 본다.

과거에 닫힌 생활을 한 데 대한 보상의 심리로 좀 더 왕성하게 새로운 세계를 끌어안기 위하여 몸부림을 치리라 본다.

어떻게 이 드넓은 세상에서 적응을 하느냐에 따라 그 개구리의 운명은 크게 달라지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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