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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에서 길을 묻다 174 - 『침묵의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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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에이포 작성일 2020-08-15 11:08 댓글 1건 조회 991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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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여 넘도록 글을 쉬었다. 말을 소통수단으로 삼던 사람이 말을 않고 지내면 침묵이듯이 직업삼아 글을 쓰는 사람이 글을 쓰지 않으면 그 역시 침묵이다. 스님들이 하안거나 동안거를 통해 묵언수행을 하듯 글이나 말은 물론 오장칠부라는 SNS계정까지 일부 단절하거나 최소화 하며 지내고 있다.    

웬 심사인지 일상에 꼭 말을 해야겠냐 싶으면서 코로나19로 행동반경이 좁아져 늘 말을 나누는 사람들과 만나다가보니 항상 화제의 폭이 거기서 거기라 말도 아끼게 되고 기왕에 글까지 잠시 을 택한 것이다  

안중근 의사가 하루라도 글을 읽지 않으면 혀에 가시가 돋는다고 했듯이 처음에는 익숙해지지 않아 목이 잠기고 우울증 비슷한 현상이 왔다. 그러나 이내 적응되면서 말하고 싶을 때 말하고 쓰고 싶을 때 쓰면 되지 하는 조금은 게으름 섞인 평정심이 찾아왔다  

침묵은 말이나 글로 표현을 하지 않을 뿐 쉬어가는 시간이 아니다. 침묵은 자기성찰의 시간이다. 부처님은 절간에 정좌한 내내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무슨 말을 하려는지 침묵으로 일관하지만 오히려 그 알 수 없는 침묵은 더 묵직한 울림이 되어 설법을 대신하는 큰 힘을 발휘한다  

유능한 협상가들은 침묵이라는 무기를 매우 유용하게 써먹기도 한다. 멈춤의 묘를 활용하지 못해 즉흥적으로 결정할 경우 꼭 나중에는 후회를 하게 된다는 것이 심리학자들의 말이며 이는 삶의 경험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특히 상대에 대한 설득과 이해, 중요한 일을 혼자 결정해야 하는 마음의 갈등상황에서 잠시 침묵은 평정심과 진중함을 찾게 한다. 행복은 침묵의 시간에 찾아온다는 말을 역시 고요와 적막이 있는 침묵을 통해 얻는다  

침묵한다면서 글이 길어졌다. 올 따라 유난히 장마가 길다. 하늘도 지쳤는지 천둥 번개도 없이 침묵하듯 비가 쏟아진다. 창밖을 보며 폴 사이먼이 만들고 부른 침묵의 소리(The Sound of Silence)’의 가사를 읊조려 본다  

Hello, darkness, my old friend I've come to talk with you again.

어둠이여 안녕, 나의 오랜 친구 또 다시 너와 얘기하려고 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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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yki님의 댓글

kimyki 작성일

문득 어둠에 묻혀버린 친구, 소요거사가 그리워지네요
잘있는지?
"네, 아니오"란 그 짧막한 소통조차 단절된 이 안타까움
추적거리는 빗소리에 마음까지 젖는 시간입니다.